화웨이에서 독립한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Honer)'가 본격적인 탈 화웨이 행보에 나섰다. 첫 파트너는 대만의 팹리스 반도체 회사 '미디어텍(MediaTek)'이다. 22일 <더 버지> <슬래시기어>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너는 독립 후 처음 공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V40'에 화웨이 기린 대신 미디어텍 디멘시티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  아너 V40, 미디어텍 프로세서를 탑재한 5G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사진=아너)
▲ 아너 V40, 미디어텍 프로세서를 탑재한 5G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사진=아너)

아너는 중국 젊은 층이 좋아하는 화웨이의 중저가 브랜드였다. 2019년 화웨이가 전세계에 출하한 스마트폰 2억4000만대 중 30%(약 7000만대)를 차지했을 만큼 존재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11월 화웨이는 아너를 16조원에 '선전 즈신신'이란 중국 국유기업에 매각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였다. 같은 해 5월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 반도체 수출을 막았다. 이로 인해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진 화웨이가 극약처방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아너 매각이다. 당시 화웨이는 "아너의 브랜드와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고 발표했다.

매각 후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아너에겐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졌다. 특히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AP)의 경우 퀄컴이나 삼성전자 칩을 탑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아너는 미디어택을 선택했다.

미디어텍은 대만의 중저가 프로세서 제조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성능보단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주로 보급형 스마트폰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아너 V40에 탑재된 디멘시티 1000(MT6883)은 미디어텍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로, LG 벨벳 미국 버전에도 사용됐다. 업계에선 미디어텍 프로세서가 그동안 중화권에서 상대적으로 널리 쓰여온 점,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아너가 우선 미디어텍이란 안정적인 선택지를 골랐단 평가다.

2분기 이후론 퀄컴의 협력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매체 <차이신>은 7일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아너가 퀄컴과 5G 반도체 칩 거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퀄컴 칩이 탑재된 모델은 이르면 5월께 출시될 예정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도 아너 분리 당시 "미국에는 우수한 기업이 많다"며 "아너가 이들과 협력해 화웨이의 글로벌 경쟁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해 아너와 퀄컴의 협력 및 해외 진출을 암시한 바 있다.

키란지트 카우르 IDC 아태지역 선임연구원은 "이론적으로 아너는 중국 내 다른 OEM과 다를 바 없다"며 "아너에겐 자체 R&D 시간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며 화웨이에 대한 의존도를 얼마나 빨리 낮출 수 있는지가 향후 사업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능성은 낮지만 아너에 대한 미국 정부의 추가 제재 가능성은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만약 아너가 추가 제재 목록에 오른다면 해외 수출용 스마트폰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범용 구글 서비스를 탑재할 수 없게 될뿐더러 퀄컴과의 협력도 무산돼 사실상 해외 진출을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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