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 추격을 위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생산공장을 증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양사 경쟁 구도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100억달러(한화 11조원)를 투자해 오스틴 반도체 공장 증설을 논의 중이며,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스틴 공장에서는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의 3나노 이하 반도체가 생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사진=삼성 뉴스룸)
▲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사진=삼성 뉴스룸)

삼성전자는 해당 보도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는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이미 예견된 행보로 보고 있다. 2019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전사적 목표로 제시한 삼성전자가 인텔뿐 아니라 퀄컴, 엔비디아 같은 주요 잠재고객들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면 미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 역량을 대폭 끌어올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10월 오스틴 공장 근처 104만 제곱미터 규모의 부지를 매입하고 미국 정부에 개발 승인을 요청했다. 기존 오스틴 공장에서는 현재 14나노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 중이며, 업계 보도에 따르면 하반기부터 인텔의 사우스브리지 반도체 칩셋 위탁 생산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또 만약 이번 증설을 통해 5나노 이상 반도체 생산이 가능해질 경우 추후 인텔의 CPU 물량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앞에는 아직 강력한 경쟁자인 TSMC가 버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은 55.6%로 16.4%를 기록한 삼성전자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TSMC도 삼성전자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섰다. 2024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한화 13조2000억원)를 투자하고 5나노 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애리조나는 인텔의 제품 생산 공장이 있는 곳이다. 최근 삼성전자를 제치고 인텔의 GPU 생산 계약을 수주한 TSMC가 대형 고객인 인텔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임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관건은 삼성전자가 집행할 향후 투자 규모 및 신규 고객 확보 여부다. 그렉 노(Greg Roh) HMC 증권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TSMC를 넘어 2030년까지 칩 메이커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지금보다 큰 규모의 미국 내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인용해 "삼성전자는 2020년 260억달러(한화 28조7000억원)를 반도체에 투자했지만 이는 280억달러(한화 31조원)을 투자한 TSMC보다 작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또 "삼성전자의 투자는 주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관한 것이었고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보다 어려운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매체인 <더 버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 선고가 이번 오스틴 공장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봤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뇌물수수 혐의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상태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고객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폰아레나>는 "만약 삼성전자가 TSMC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을 얻지 못한다면 파운드리 1위에 오를 수 없다"며 "애플은 자사의 칩 디자인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자인 삼성전자에 넘기는 것을 싫어할 것이기에 삼성전자가 애플의 사업을 따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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