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먼데이]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다크코인'

발행일 2021-01-25 09:17:57
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의 트렌드를 조명해봅니다.

최근 '다크코인' 혹은 '프라이버시 코인'이라 불리는 가상자산(암호화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0년 11월 발표한 특금법 개정안 시행령에 '가상자산 거래소의 다크코인 유통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는데요.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거래소들은 개정안 통과 시점부터 이미 주요 다크코인들의 상장폐지 수순을 밟아왔습니다. 또 해외 거래소들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대로 다크코인과의 거리두기를 강화해 나가는 모습입니다.



미국의 유명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렉스는 지난 15일 모네로(XMR), 지캐시(ZEC), 대시(DASH) 등 주요 다크코인을 상장폐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0년 7월 일본의 리퀴드란 거래소도 싱가포르 진출에 걸림돌이 된 다크코인들을 무더기 상장폐지한 사례가 있고요. 거래소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2020년 10월 유로폴(유럽형사경찰기구)은 "다크웹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가상자산은 모네로"라고 발표하며 다크코인을 '최고 위협' 항목으로 지정했습니다. 또 같은해 9월 미국 국세청(IRS)은 다크코인 추적 기술 개발에 60만달러(한화 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는데요. 이는 다크코인 기반의 지하경제 활성화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원래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가상자산에는 크든 작든 익명성이 부여돼 있습니다. 거래용 디지털 지갑 생성 시 개인정보가 필요하지 않은 데다가 지갑 주소도 복잡한 문자열로 이뤄져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떤 지갑 주소를 특정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방법으론 소유자를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추적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모든 거래 내역이 공개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지갑 소유자의 거래 패턴을 분석하거나 가상자산 환전 기록을 찾아 신원을 특정해 내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크코인들은 이런 추적 경로까지 원천 차단해 문제가 됩니다.

 

모네로 로고


다크코인은 어떻게 추적을 피할 수 있는 걸까요? 가장 유명한 '모네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모네로는 크게 '링 서명'과 '스텔스 주소' 기법으로 완전한 익명 거래를 만듭니다. 링 서명은 거래 시 여러 사용자의 주소를 뒤섞어 송신자의 주소를 알 수 없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현실에서도 원형으로 이어진 문자열이 있다면 그 시작과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수신자도 자신의 계좌로 모네로를 직접 송금받는 구조가 아닙니다. 송신자로부터 생성된 일회용 주소와 접근 키가 활용되며 거래 완료 후 해당 주소는 사라집니다. 이런 환경에선 송신자와 수신자조차 서로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죠. 대시, 지캐시, 코모도 등 유명 다크코인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문제는 이런 익명성이 원래 목표인 프라이버시 보호보다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겁니다. 수년 전만 해도 마약 밀매를 위한 새로운 화폐로 비트코인이 떠올랐다면 그 뒤를 이젠 다크코인들이 잇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한국을 충격에 빠뜨린 'n번방'의 입장료도 다름 아닌 '모네로'였고요. 또한 돈세탁이 쉬운 까닭에 많은 다크코인이 무기 밀매나 성매매 같은 온갖 불법 거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다크코인을 향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짐에 따라 이들 프로젝트도 살아 남기 위한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일부 다크코인들은 거래소를 통한 거래 시 익명성을 제거할 수 있는 옵션을 함께 제공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거래소는 편의상 사용하는 것일뿐 개인 지갑을 활용한 거래는 여전히 익명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우스갯소리지만 "다크코인이 '얼굴 없는 기부'에 사용됐다더라" 같은 미담이 없다는 사실도 다크코인의 존재 목적을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다크코인이 각광받았던 2017년~2018년 이후 이들의 입지는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FATF가 37개 회원국에 보낸 "가상자산 거래소는 송금인과 수취인의 신원정보를 수집·보유해야 한다", "가상자산이 자금세탁 및 불법 거래에 사용돼선 안 된다"고 밝힌 권고안은 지금도 각국이 다크코인을 퇴출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도 거래소들의 다크코인 상장폐지를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비둘기 지갑이 21일 13개국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54%가 '다크코인 상장폐지는 불가피한 결정으로 이해한다'고 응답했으며 '일방적 횡포'라는 답한 비율은 21%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향후 국내 거래소에선 다크코인을 더욱 찾아보기 힘들 전망인데요. 3월 25일 발효되는 특금법 개정안 시행령에는 '거래소의 다크코인 유통을 금지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다크코인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습니다. 거래소 입장에선 혹시 모를 불이익을 막기 위해 다크코인으로 정의될 수 있는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앞으로 더 보수적인 취급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음지로 밀려난 다크코인들은 이제 그 명칭처럼 정말 '어둠의 화폐'로 명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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