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이마트.(출처=이마트 홈페이지 캡처.)
▲ 이마트.(출처=이마트 홈페이지 캡처.)

이마트가 SK그룹의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입니다. SK그룹이 2000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한 뒤 21년 만에 주인이 바뀌는 사건이기 때문이죠. 또 이마트가 인수 주체라는 사실도 의외라면 의외입니다. 현재 신세계그룹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구단이 없는 만큼, 스포츠 구단 운영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이마트의 SK와이번스 인수가 당장의 실적과 관련된 일은 아닙니다. 국내 프로 스포츠 구단은 태생적으로 대기업 지원에 의존해 성장해왔기 때문에 자생력이 없습니다. 즉 스스로 돈을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거죠. 대기업들이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거칠게 말해 마케팅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  SK와이번스 실적 추이(출처=금융감독원.)
▲ SK와이번스 실적 추이(출처=금융감독원.)

SK와이번스의 지난 5년간 실적을 보시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출액은 430억원에서 560억원 수준으로 소폭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흑자를 냈던 해는 2018년이 유일합니다. 이마저도 그 규모가 9억원에 불과하죠. 지난 5년간 누적 45억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SK와이번스를 단순히 하나의 기업으로 놓고 본다면 순전히 적자 회사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이마트가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일까요. 이마트는 26일 공시를 통해 SK와이번스 매매대금이 1352억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14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할 정도의 여유는 충분히 됩니다. 2020년 3분기 기준 이마트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7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됩니다. 총차입금은 3조2000억원, 순차입금은 2조5000억원입니다. 연결 기준으로 따지면 최근 몇 년간 연속된 투자로 재무부담이 가중되긴 했지만, 어쨌든 14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아주 큰 무리라고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  이마트 별도 재무지표 추이.(자료=금융감독원)
▲ 이마트 별도 재무지표 추이.(자료=금융감독원)

다만 최근 이커머스의 등장과 코로나19 확산 등이 겹쳐 수익성이 크게 둔화한 점은 고민거리죠. 2017년만 하더라도 6000억원이 넘었던 영업이익은 2019년 250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지난해 3분기 까지 벌어들인 금액도 2100억원에 그쳤습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 4분의 3가량을 SK와이번스 인수에 사용하는 셈입니다. 현재 상황에 비춰보면 확실히 통 큰 결단인 것이죠. 앞으로도 운영자금만 투입될 회사에 14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니까요.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신세계그룹.)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신세계그룹.)

 

이번 SK와이번스 인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그리는 유통 플랫폼 성격 다각화와 연결 지어 해석하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유통매장을 단순히 물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닌, 오락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짓고 있는 국제테마파크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는 사업이죠.

다만 이마트가 SK와이번스를 인수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마케팅 효과를 제외하고 유통 플랫폼 다각화 측면에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아직 섣불리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이러한 무형적 가치는 구체적인 수치로 따지기가 어렵습니다. 앞으로 이마트가 어떤 연계사업을 벌이느냐에 따라 효과도 달라질 테고요. 단지 공개된 정보들을 통해 최소한의 유추를 해볼 뿐이죠.

▲  SK와이번스 관중수 추이(출처=KBO)
▲ SK와이번스 관중수 추이(출처=KBO)

우선 이마트는 연간 100만명 수준의 잠재적 고객 확보가 예상됩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통계에 따르면 2019년 98만2962명의 관중이 SK와이번스를 찾았습니다. 전년도인 103만7211명보다는 다소 줄었습니다만 2010년대 중반과 비교해서는 늘어났습니다. ‘SK와이번스 관중=이마트 고객’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관중을 고객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된 것이죠. 여기에 꼭 방문객이 아니더라도 SK와이번스 팬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진행할 경우 더욱 큰 폭의 고객 확보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마트에게 오프라인 채널에서 연간 100만명의 인구를 끌어들이는 것이 과연 1400억원을 투자할 만한 일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정 부회장의 승부수로 꼽히는 스타필드 방문 고객에 비하면 100만명은 큰 수라고 보기 힘듭니다. 과거 보도를 찾아보면 2017년 9월 스타필드 하남 개장 1주년 기준 방문고객은 총 2500만명이었습니다. 이는 SK와이번스 관중수의 25배에 달하는 숫자로, 단순히 오프라인 고객 확보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분석됩니다.

이는 곧 반대로 말하면 연간 100만명 고객 확보 그 이상의 무언가를 통해 확실한 시너지를 내야한다는 뜻과도 같은데요. 바로 이것이 정 부회장의 도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기업들이 스포츠 구단 운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만 보더라도 제일기획이 스포츠단을 운영하며 투자 규모를 줄였다”며 “스스로 돈을 벌어 운영하라는 기조로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이마트가 제대로 된 SK와이번스 활용법을 내놓지 못할 경우, 정 부회장 개인취향에 따라 야구단을 인수했다는 비판에 마주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죠.

정 부회장은 몇 년 전부터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며 온라인 시대의 유통업자로서의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삐에로쇼핑처럼 실패한 사업들도 있고, 스타필드처럼 성공한 사업들도 있습니다. 이번 SK와이번스 인수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도전인데요. 과연 정 부회장의 승부수가 먹혀들지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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