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파업 기로' 금호타이어, 전대진 대표의 묘수가 필요하다

발행일 2021-01-26 14:27:57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전대진 금호타이어 대표(출처=금호타이어 홈페이지)


연초부터 전대진 금호타이어 대표의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난 2018년, 자신을 더블스타 체제의 금호타이어 첫 대표이사로 추대한 회사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게 됐기 때문인데요.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19일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현재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곧 파업 수순을 밟겠다는 뜻이죠.

이는 △영업이익 발생에 따른 임금 5.34% 인상 △총고용 보장 △중국 더블스타 인수 이후 지난 2018년 4월2일 노사 간 체결한 특별합의를 통해 2019년 반납한 상여금 200%에 대해 기준 재설정△통상임금(상여) 소송에 대해 과거분과 미래분 구분 교섭 등의 노조측 요구를 사측이 거부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사측은 경영난으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코로나로 지난해 1분기부터 회사가 적자로 돌아섰고 2분기 역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데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둔화, 공장 셧다운 등으로 회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분노하고 있습니다. 더블스타에 매각된 이후 지난 2년 간 오로지 회사의 경영 정상화만을 위해 무분규 약속을 지켜왔고, 노조를 포함한 직원들의 노력으로 분기 흑자 전환까지 이뤄냈는데 이익 배분을 거부하는 사측의 태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누구보다 자신들의 입장을 잘 헤아릴 거라 믿었던 전 대표 마저 앞선 다른 CEO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적지 않게 실망한 눈치입니다.

전 대표라고 마음이 편할 리는 없겠죠. 현재의 금호타이어 노조는 자신을 대표이사로 올리며 믿고 지지를 보내준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노조의 요구를 일절 수용하지 못하는 데는 금호타이어의 사정이 그만큼 좋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노조의 주장처럼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 체제에서 흑자를 낸 적이 있습니다. 2019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3분기 연속 흑자 전환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얼마 못 가 코로나 팬데믹이 덮치면서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내리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출처=3사 공시)


금호타이어의 3분기 누적 영업손익 규모는 마이너스(-) 99억원입니다. 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를 포함한 3사 중 유일하게 영업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같은 기간 넥센타이어가 111억원의 순손실을 내긴 했지만, 금호타이어의 1088억원의 순손실에 비하면 거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반덤핑 관세 이슈까지 겹쳐 사측 입장에선 노조의 요구가 버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노조의 파업 추진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업계 안팎에선 만약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금호타이어 노사 갈등을 넘어 대주주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노조, 채권단인 산업은행간의 갈등으로 확대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3년 간 오직 경영 정상화만을 위해 참아온 해묵은 갈등이 겉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더블스타의 경우 금호타이어의 부진한 실적을 명분 삼아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낼 수 있습니다. 더블스타는 지난 2018년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서 3년 간 인위적인 인력을 감축하지 않겠다고 당시 산업은행에게 약속한 바 있는데요. 그러나 파업이 강행된다면 약속한 3년이 끝나가는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행할 수도 있습니다.

더블스타의 인수를 반대했던 노조는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인수 3년이 지나도록 약속한 2000억원 등의 투자금 집행이 단 1원도 이뤄지지 않은 점, 대주주 유통망을 활용한 중국 법인 실적 개선 또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더블스타와 산은에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한 지분(45%) 매입액 6463억원만 지급했을 뿐, 지금껏 어떠한 투자금을 집행한 적이 없습니다.

더블스타 유통망 활용을 통한 중국 시장의 부활도 아직까지 꿈같은 얘기입니다. 중국 법인은 금호타이어의 주요 매출처입니다. 2010년 이후 약 8000억원 상당의 직·간접적인 투자를 벌여왔고 이 중 7500억원이 중국법인에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법인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하락했습니다. 당시 산은은 중국에 기반을 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의 중국법인 정상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지목했습니다.



=각사 공시


허나 3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건 없습니다. 심지어 한국 기업인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중국 시장에서 흑자를 내는데 정작 '중국계'라 불리는 금호타이어만 중국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3분기 중국 법인 합산 순손익 누적 규모는 각각 530억원, 88억원에 이르는데 반해 금호타이어는 같은 기간 205억원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손실이 늘다보니 중국 법인 별로 부채는 야금 야금 늘었고, 더블스타로 인수 전부터 자본잠식 상태였던 '금호타이어차이나(Kumho Tire China)'의 상황은 조금도 나아진 게 없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엔 금호타이어를 통해 국내에서 판매한 더블스타 타이어가 내구성능 안전기준 위반으로 국토부로부터 리콜(결함보상)명령을 받는 등 금호타이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노조 역시 대주주와 사측, 산은에 트집을 잡자면 끝도 없는 상황인 것이죠.

금호타이어가 파국의 기로에 서 있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전대진 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로 보여집니다.

사실 그간 회사 안팎에선 전 대표의 희미한 존재감을 두고 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흑자를 3분기 연속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주주에 투자금을 요구하지 않은 점, 중국생산기술 본부 전무 출신으로, 중국 사업을 이끈 경력이 있음에도 중국 법인 실적이 저조한 점, 더블스타 타이어 리콜과 관련, 대주주에 항의 조차 하지 않은 점을 두고 그의 역량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전 대표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은데요.  노사간 파국을 막기 위한 전대진 대표만의 기막힌 묘수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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