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를 단행한다. ‘K팝 동맹’을 맺고 글로벌 공략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우선 두 회사가 각각 운영 중인 ‘브이라이브’와 ‘위버스’를 합쳐 새로운 팬 커뮤니티를 만들 계획이다.

27일 네이버는 이사회를 열고 빅히트 자회사인 비엔엑스(BeNX)에 지분 49%(약 4118억원)를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이를 기점으로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비엔엑스로 넘기고 브이라이브·위버스를 꿰는 통합작업에 들어간다. 비엔엑스의 사명도 ‘위버스컴퍼니(WEVERSE COMPANY Inc.)’로 바꾼다. 사업은 빅히트가 주도하고, 네이버는 서비스와 사업을 단단하게 받쳐줄 기술 역량에 주력해 시너지를 꾀할 게획이다.

브이라이브에 위버스를 얹으면

네이버와 빅히트는 ‘엔터테인먼트계 먹거리’로 떠오른 팬 커뮤니티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구도를 이어왔다. 원조 격인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는 스타와 팬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만나는 창구로 뿌리를 내렸다. 작년 12월 기준 다운로드 수는 1억건,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3000만명에 달한다. 2019년 스타가 팬을 위한 멤버십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구축할 수 있는 ‘브이라이브 팬십’을 선보였다. 유료 온라인 콘서트를 열거나 독점 영상 제공, 굿즈 판매 등 다양한 수익활동을 연결했다. 빅히트도 2019년 팬십을 빼닮은 ‘위버스’를 내놨다. BTS를 비롯해 세븐틴, 뉴이스트, 여자친구 등을 내세워 존재감을 키웠다. 전세계 233개국 약 17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매달 470만명이 이용 중이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특히 코로나19로 시장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브이라이브에서 공연이나 멤버십 가입 등 유료 콘텐츠를 구매하는 이용자는 전년대비 1.9배 늘었다. 스타별 가상 응원봉의 구매도 전년대비 2.2배 이상 증가했다. 위버스 매출은 2019년 311억원에서 2020년 상반기에만 1127억원으로 4배나 뛰었다. 지난해 위버스에서 열린 BTS 온라인 콘서트(MAP OF THE SOUL ON:E)는 191개국 99만3000여명이 관람, 티켓 판매액만 491억원에 달했다.현재 관련시장 규모는 8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서 잠재력을 본 두 회사는 경쟁보단 협력을 택했다. 네이버는 팬십에서 빠져 나갔던 BTS 등 빅히트 소속 아티스트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빅히트는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기술력을 채울 수 있게 됐다. 두 회사는 판을 넓혀 ‘시장 키우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브이라이브와 위버스 통합작업을 진행한다. 네이버에서 브이라이브를 비롯해 카페, 밴드 등 그룹 커뮤니티 전문 조직인 그룹& CIC를 맡고 있는 김주관 대표가 비엔엑스의 CTO를 맡아 플랫폼 통합 작업을 주도하고, 플랫폼의 전체적인 기술을 총괄할 예정이다.  1년여로 예정된 통합 기간 동안 두 회사의 각 서비스는 기존처럼 유지된다.

새로 만들어질 통합 플랫폼은 △콘텐츠 송출 △라이브 스트리밍 △커뮤니티 플랫폼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네이버의 기술력에 위버스 운영을 통해 다져진 빅히트의 사업 역량이 더해져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회사측은 기대했다. 양사와 협업하고 있는 BTS 등 국내 주요 아티스트를 비롯해 글로벌 아티스트들도 지속적으로 영입해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내 플랫폼 간의 경쟁을 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플랫폼 간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며 “글로벌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 기술에 한국 콘텐츠를 더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독보적인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특히, 그동안 아이돌 덕질로 치부됐던 팬덤 문화가 이제는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며 새로운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며 진화하고 있다. 85% 이상이 해외팬으로 구성된 브이라이브와 위버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빅히트와 함께 K팝을 중심으로 시작된 팬덤 문화가 아시아와 북미를 넘어 유럽, 남미 등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문화의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히트 박지원 HQ 대표는 “2019년 출시 이후 위버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팬 커뮤니티 플랫폼의 필요성과 영향력을 확인한 바 있다”며 “네이버와의 전면적인 협업을 계기로 위버스와 브이라이브의 시너지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더욱 진화한 팬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은 빅히트는 이날 YG엔터테인먼트 자회사 YG플러스에 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앞서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에 각각 1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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