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0년 4분기 영업이익 9조원이라는 실적을 뽑아냈다. 다만 삼성전자 사업의 핵심인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에서 반도체 영업이익이 4조원을 하회한 게 눈에 띈다.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2019년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환율 하락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8일 공시를 통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61조5500억원, 영업이익 9조500억원을 각각 거뒀다고 밝혔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8.1% 줄었고 영업이익은 26.7% 급감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이 부진했던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8%, 26.4% 늘어났다.

▲  삼성전자가 2020년 시설투자에 38조5000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2020년 시설투자에 38조5000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2020년 연간으로는 매출 236조8100억원, 영업이익 35조99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7~2018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치킨게임이 벌어졌던 2019년보다는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코로나19로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2019년 1분기 이후로 가장 낮았던 걸 감안할 때 하반기 반등이 특히 두드러진 게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트업 수요 효과(억눌린 수요가 소비로 발현)가 드러났던 지난 3분기의 기저효과로 4분기는 모든 사업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기 대비 다소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2020년 4분기 사업부별 실적은 소비자가전(CE) 매출 13조6100억원·영업이익 8200억원, 모바일(IM) 매출 22조3400억원·영업이익 2조4200억원, 디스플레이(DS) 매출 18조1800억원·영업이익 5조6300억원, 하만 매출 2조9200억원·영업이익 18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4분기 계절요인과 3분기 기저효과 등이 맞물리며 CE부문과 IM부문 영업이익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계열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2017년 이후 가장 높았고, 하만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2017년 인수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의 성과도 나타났다.

다만 눈에 띄는 건 DS 부문 내 핵심 사업인 반도체의 영업이익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대체적으로 부합한 3조8500억원을 기록했는데, 삼성전자가 2017년 이후 반도체에서 3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분기 기준 2019년 2~4분기(3조4000억·3조500억·3조4500억), 2020년 1분기(3조9900억)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는 모바일·소비자용 응용처 중심으로 수요가 견조했으나, 평균판매단가(ASP)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부정적인 환율 영향, 신규 라인 양산 관련 초기 비용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라며 “시스템 반도체는 주요 글로벌 고객사 주문이 증가했으나 달러 약세 영향으로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PC용 범용제품 가격은 지난해 9월 3.13달러에서 12월 2.85달러로 8.9% 줄었고 낸드플래시도 같은 기간 3.4% 하락했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도 1180원대에서 1100원대를 하회하는 약세를 보였다. 통상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업체들에 부정적 환 효과로 나타난다.

다만 반도체 실적은 올해 상반기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객사들의 재고 누적 효과가 사라지면서 수주가 늘 것이란 게 업계와 증권가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에 2분기 영업이익도 1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2020년 시설투자로 사상 최대 수준인 38조5000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반도체에 32조9000억원, 디스플레이에 3조9000억원이 각각 집행됐다. 평택 삼성전자 2·3공장 투자와 천안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QD장비 반입 등에 대부분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향후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첨단공정 전환과 증설로 투자가 증가했고 파운드리도 EUV 5나노 공정 등 증설 투자로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라며 “디스플레이도 QD디스플레이 생산능력 확대와 중소형 신기술 공정 중심으로 전년 대비 투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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