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 '설'이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설도 작년 추석처럼 '최소 명절'로 보내야 할 것 같은데요. 코로나 3차 대유행의 혼란을 제대로 경험한 정부가 설 연휴 기간 내 고향 방문과 여행 자제를 권고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IM선교회 집단 감염으로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 가운데 이번 '설'이 4차 대유행의 도화선이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인데요.

▲  출처=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 출처=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헌데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설맞이 국내선 항공편을 늘리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진에어는 설 연휴인 11일부터 14일까지 총 50편을, 티웨이항공은 63편, 제주항공은10편을 증편한다고 밝혔는데요. 할인 프로모션도 시작했습니다. 진에어가 다음달 2일까지 항공편을 예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항공 운임의 최대 20% 할인도 제공키로 한 것인데요. LCC들은 귀성객들의 이동 편의를 위한 결정이라고 합니다.

예년 같으면 참 고마운 일인데 올해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욕만 먹는 분위기입니다. 대놓고 정부의 방역 정책을 거부하는 인상을 남겨서 그런 것이겠죠.

▲  출처=진에어 보도자료
▲ 출처=진에어 보도자료

온라인 상에선 "의료 현장은 사선을 넘나들며 목숨 걸고 환자 치료하고, 정부는 지원금 대느라 빚더미에 올라 앉았는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부터 "정부가 귀경 자제 해달라고 읍소하는 상황인데 증편하겠다니 내가 잘못 읽은건가" 등등 신랄한 비판들이 한가득입니다.

하지만 한편에선 "오죽하면 저러겠냐"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항공업은 코로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업종이죠. 운행 감축ㆍ중단에 이어 예약 취소ㆍ환불이 급증하면서 국내 항공사건 외국 항공사건, 대형 항공사건, LCC건 누구 하나 성한 항공사가 없습니다. 국내 일부 항공사는 정부 지원금을 받긴 했지만, 워낙 안좋으니 받은 티도 안납니다. 이 조차도 못 받은 항공사는 말할 것도 없고요.

여러 국가들의 국제선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기댈 곳이라곤 국내선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내선을 부랴부랴 늘렸습니다. 진에어만 해도 작년에 무려 10곳(△대구-제주△김포-부산△김포-광주△김포-여수△여수-제주△김포-울산△울산-제주△김포-대구△김포-포항△포항-제주)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LCC 뿐만 아니라 대형 항공사까지 생존을 위해 국내선을 늘리는 통에 출혈 경쟁이 시작되면서 수익성에는 '1도' 도움이 안됐습니다.

LCC 3사(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수익성 한번 들여다 볼까요.

▲  출처=각사 공시
▲ 출처=각사 공시

표에서 보듯 3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마이너스 흐름입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항공사의 이익 규모를 위협한 제주항공은 코로나가 없었던 1년 전에 비해 매출액은 30% 쪼그라들었고, 영업손실액 또한 2212억원에 달했습니다. 진에어 실적은 국토부로부터 경영 제재를 받았을 때 보다 더 나빠졌습니다. 티웨이항공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해왔지만, 이렇게 까지 나쁜 성적표는 처음 받아 봅니다.

3사 영업손실률도 제주항공은 68%, 진에어는 63.5%, 티웨이항공은 45.8%에 달합니다. 부채비율이 아닌 영업손실률이 말이죠.

부채비율도 볼까요? 제주항공은 446%, 진에어는 1394.2%, 티웨이항공은 819.1%에 달합니다. 전년 대비 각각 114.8%p, 1126.8%p, 487.9%p 상승한 수치죠.

이 정도면 '생사' 위기가 아니라 '고사' 위기입니다. '방역 정책 거부'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LCC들이 설 맞이 국내선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다른 자영업자 사정 등을 감안하면 LCC를 응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는 이들도 참 답답한데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이 공급되면서 항공업 부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직적인 항공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항공업 전문가들의 의견이죠.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한 데다 백신이 공급된 국가라고 해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항공사들이 귀성객을 위해 가격을 줄이고, 항공편을 증편하고도 비판을 받아야 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하루 빨리 벗어났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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