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왼쪽)과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사진=금호석유화학)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왼쪽)과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사진=금호석유화학)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숙부에게 반기를 든 가운데 박철완 상무와 연대를 하고 있는 다른 세력이 누구인지에 재계 관심이 쏠려 있다. 건설그룹인 아이에스동서(IS동서)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이 보도하고 있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이 외에 이앤에프PE와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어떤 세력이 경영권 분쟁을 조장하고 있는지를 판별하는 일은 분쟁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있어 중요한 일이다. 만일 박철완 상무가 단독이 아닌 물밑 연대를 통해 분쟁 전선을 펴고 있는 것이라면 다수 주주의 이익보다는 소수 주주의 주가 차익을 노린 행보로도 이 사건을 바라볼 수 있다.

박철완 상무의 지난 27일 공시를 보면 그가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을 경영 중인 숙부(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게 명백해 진다.

공시에서 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조 제1항 각호 중 제1호(이사 및 감사의 선임ㆍ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와 관련하여 상법에 따른 주주제안권의 행사 기타 관계 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며 "기존 대표보고자와 공동보유관계 해소에 따른 특별관계 해소 및 대표보고자 변경으로 신규보고(지분 10% 보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석하기 어려운 문장들이 나열돼 있으나, 쉽게 말하면 박철완 상무가 숙부가 경영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에 이사 선임 및 해임과 관련한 주주제안을 하겠다는 뜻이다. 또 숙부와 친인척이라는 특수관계를 해소했다는 것을 굳이 밝혔는데, 이는 스스로를 대주주가 아닌 일반주주로 지위를 내리기 위함이다. 주주제안은 일반주주가 대주주에게 할 수 있고 지분 10%를 가진 본인이 대주주와 특수관계로 묶여 있어서는 주주제안을 할 수 없다. 스스로를 일반주주 지위에 위치시켜 모종의 주주제안을 하려는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합성 수지와 합성 고무 부문 임원 자리 외 대외적으로 또는 대내적으로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던 그가 금호석유화학 입사 10여년만에 이런 공시를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랄만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박철완 상무에게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 오갈데 없어진 때 임원 자리를 주고 받아준 인물인데 그를 향해 반기를 들었다. 갈등의 대척점에 있던 박삼구 전 회장에게는 과거 전혀 대적하지 못했고 이후로도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경영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와해 위기에 처해 있을때조차 미동도 없던 그가 갑작스럽게 본인이 몸담고 있는 기업에 반기를 들고 분쟁을 야기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박철완 상무의 주주 제안이 주총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그가 가진 지분율 10%는 박찬구 회장 가계(14.27%)보다 적다. 우호 지분을 끌어 모은다해도 박찬구 회장을 도울 우호지분에 턱없이 못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명분도 미약하다. 금호석유화학은 실적이 꾸준하고 배당도 많이 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박찬구 회장의 견실한 경영은 블랙록 등 해외 투자펀드의 관심을 사 이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을 정도다.

이를 모를리 없는 박철완 상무가 10여년만에 갑작스럽게, 그것도 내부 반란자라는 꼬리표가 달릴 수 있는 일을 서슴없이 벌였다는 데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우호 지분이 숨어 있을 것이고 우호 세력과의 이해관계상 분쟁 구도를 만들어야 할 압박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실제 <블로터> 취재 결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금호석유화학 소수 지분을 매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비록 건너들은 것이지만 금호석유화학 지분 소수를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황성환씨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이 외 다른 자산운용사 일부도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박철완 상무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그래서 박철완 상무의 내부 반란에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어떤 식으로 연루돼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단순 투자 차원에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업황 개선을 보고 일부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것일 뿐"이라며 "분쟁에 연루돼 있지 않고 전혀 관련도 없다"고 밝혔다. 같은 관계자는 "회사의 공식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IS동서의 지분 매입 사실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IS동서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3~4%를 매입해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율 5%가 넘지 않아 아직 보유 지분율 공시 의무는 없다. IS동서의 권민석 대표는 IS동서 창업주 권혁운 회장의 아들이다. 권민석 대표와 박철완 상무는 나이가 같고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외에도 이앤에프PE가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재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앤에프PE는 IS동서가 투자한 사모펀드 대부분을 설계하고 관리했던 곳이다. 2014년부터 파트너가 돼 환경 사업체와 폐기물 처리 업체에 주로 투자했다. 이앤에프PE가 설정한 대부분의 사모펀드에 IS동서가 투자하고 있음은 IS동서의 사업보고서에 잘 기재돼 있다.

박철완 상무를 매개점으로 일부 자산운용사, IS동서, 이앤에프PE 등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투자 이력상 친분 관계가 두터울 수 있다는 추측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박철완 상무 뒤에 이런 업체들이 후견 세력으로 있는게 사실이라면 박철완 상무의 이번 주주 제안의 성격은 달리 봐야 한다. 적극적으로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주주 제안이라기 보다 소수 주주의 이익을 위한, 의도적으로 경영권 분쟁으로 비춰지기 위한 주주제안일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년전부터 겉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주주제안을 하는 펀드나 소수 주주가 늘었다"며 "다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경우가 주가 차익을 노린 경우였다"고 했다. 그는 "아직 박철완 상무의 의도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지난해 후반부터의 금호석유화학 주가 흐름을 보면 의심해 보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