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선단공정으로의 체제 전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다음 달 1일 문 열 M16공장에 극자외선(EUV)노광장비를 도입하며 이는 SK하이닉스의 첫 EUV 라인이다. 4세대 10나노급(1a) 디램(D램)을 이 라인에서 만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 5조원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29일 2020년 연결 기준 매출 31조9004억원, 영업이익 5조12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18%, 84% 늘어난 수치이며 2018년 이후 2년만에 영업이익 5조원대를 재탈환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대비 6% 포인트 증가한 16%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론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조9662억원과 965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0%와 298.3% 늘어났다.
D램 10나노급 3세대(1Z나노)와 낸드플래시 128단 등 주력 제품을 안정적으로 양산한 것이 호실적의 이유다. 노종원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은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서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당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출하량은 늘었지만 평균판매가격은 줄었다. 4분기 D램의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1% 증가했고 평균판가는 7%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8% 증가, 평균판가는 8%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D램 시장이 신규 데이터센터 투자, 5G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 등으로 회사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낸드는 모바일 기기 고용량 제품 채용, SSD 수요 강세와 높은 업계 재고수준의 해소 등으로 하반기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략 제품으론 D램은 고성능 컴퓨팅, 인공지능(AI) 시스템 시장의 성장에 따라 'HBM2E' 등 고부가 제품 출하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HBM2E는 초당 460기가바이트(GB)를 처리할 수 있는 D램으로 AI 딥러닝과 고성능 컴퓨팅에 적합하다.

낸드플래시는 128단 서버향 SSD 고객 인증을 추진하는 등 제품 다각화를 진행하는 한편 176단 4D 제품을 연내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컨퍼런스콜에선 2월 1일 준공되는 경기도 이천 'M16' 공장도 언급됐다. 4세대 10나노급(1A) D램이 이곳에서 만들어질 전망이며, 성공할 경우 기존 1세대 10나노급(1x) D램보다 웨이퍼당 생산성을 최대 2배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보통 복층 구조 팹이 대부분인데 M16은 3개층 구조로 형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팹"이라며 "파일럿 테스트가 끝나는 올해 6월 시점에 본격 양산을 전개, 내년까지 시장 상황에 맞게 적절한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M16은 SK하이닉스의 EUV 장비가 들어가는 첫 공장으로도 알려져있다. EUV가 중요한 건 반도체의 제품 성능 '퀀텀 점프'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패터닝(포토) 공정에선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회로를 그리기 위해 빛이 활용된다. 선폭이 얇을 수록 같은 면적의 반도체에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기존에는 심층 자외선 패터닝에서 불화크립톤(KrF)과 불화아르곤(ArF)가 광원으로 활용됐다. 이 경우 약 20~50나노미터(nm)급 패터닝이 가능하다. 그리고 포토 공정에 극자외선이 활용되면서 파장이 훨씬 짧은 EUV 레이저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회로 선폭은 산술적으로 기존보다 10배 이상 얇아지며, 이에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보유한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파일럿 양산 전개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연말까지 D램 시장상황을 보면서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적절한 양산 계획을 가변적으로 갖고 갈 예정"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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