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실적의 ‘짐’을 하나 덜게 됐다. 그간 누적 적자만 수조원을 기록했던 VS(Vehicle Solutions) 사업본부가 지난해 4분기 들어 손익분기에 근접한 것이다. 파워트레인 분사와 인포테인먼트 솔루션 사업 진출 등이 맞물려 VS본부가 향후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날도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3조2620억원, 영업이익 3조1950억원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한 2010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고치이며 영업이익 3조원 돌파도 사상 처음이다.

4분기 기준 전사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7808억원, 6502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9%, 538.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5%다. 매출,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역대 4분기 가운데 가장 높았다.

회사 실적을 견인한 곳은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s)사업본부와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였다. 가전을 담당하는 H&A본부는 매출 5조5402억원과 영업이익 2996억원을, TV를 담당하는 HE본부는 매출 4조2830억원과 영업이익 2045억원을 지난 4분기 각각 기록했다.

반면 존폐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본부는 매출 1조3850억원, 영업손실 2485억원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가 감소하고 4G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칩셋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매출액과 손익이 영향을 받았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지난해 2분기 2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VS본부는 다음 분기 적자폭을 700억원 수준으로 줄인 데 이어 4분기에는 이를 두 자릿 수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노트북 등을 담당하는 BS(Business Soluions)사업본부는 매출 1조5085억원, 영업이익 70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사업본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VS본부다. 매출 1조9146억원, 영업손실 20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은 전장사업본부를 만든 2013년 이래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이며 영업손실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인 2015년 4분기(당시 VC본부) 반짝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래 가장 낮다.

LG전자는 그간 전장과 인포테인먼트를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보고 VS부문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왔다. 2016년 1분기 이후 19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동안 누적손실액만 8444억원에 달했다. 일각에선 회사의 자동차 전략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LG전자는 지난해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자 타사와의 협력을 모색했고 그 결과 미국 완성차 업체 ‘빅3’에 부품을 납품하는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파워트레인 합작사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그간 뛰어난 파워트레인 기술력에도 유통 채널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LG전자가 마그나와 협력하게 된 데 대해 증권가에선 ‘최상의 우군’을 찾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코로나19는 역설적으로 실적 반등도 부르고 있다. 위생 측면에서 대중교통이 아닌 차량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이와 맞물려 최근 전기차 시장이 커가면서 LG전자에 우호적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하반기 들어 매출이 증가하고 원가구조가 개선되자 VS본부는 영업손실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LG전자는 올해를 흑자 전환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마그나와의 합작사 설립을 통한 시너지가 하반기 본격적으로 발휘되며, 인포테인먼트 솔루션 강화를 위해 스위스 소프트웨어(SW) 기업 룩소프트와 설립한 조인트벤처 ‘알루토’도 1분기 내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루토는 웹 운용체계(OS) 오토 플랫폼을 기반으로 헤드유닛, 뒷자석 엔터테인먼트시스템 등을 포함한 차량용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의 보편화에 따라 차에서 무언가를 할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인포테인먼트 관련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VS본부에서 LG마그나와 2017년 인수한 ZKW, 그리고 알루토를 세 개의 축으로 잡고 투자를 강화해 미래 캐시카우로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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