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최근 에이치솔루션이 ㈜한화 지분을 대거 매수하며 다시금 한화그룹 승계 이슈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한화와 함께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꾸준히 에이치솔루션을 활용한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의 지분을 직접 매입해 지배력을 늘리거나, 두 회사가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죠.

▲  (출처=금융감독원.)
▲ (출처=금융감독원.)

이번 에이치솔루션의 ㈜한화의 지분 매입은 합병보다는 직접 지배 쪽에 무게가 실리는 행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18년 2.2% 수준이던 에이치솔루션의 ㈜한화 지분율은 5.19%로 늘었습니다. 김동관 사장이 직접 보유한 ㈜한화 지분 4.44%와 김동원 전무와 김동선 상무보가 각각 직접 가지고 있는 1.67%의 지분을 더하면 한화그룹 3형제의 ㈜한화 지배력은 12.97%로 계산됩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기계적인 지분승계가 실제 아주 어렵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내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화그룹 승계에 대해 “금산분리가 승계 문제의 핵심”이라며 “오히려 승계 자체는 지금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지분 승계를 위해서는 대략 얼마나 지분을 확보해야 하고, 또 얼마의 금액이 필요할까요.

현재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최대주주는 김승연 회장으로 지분 22.65%를(보통주 1697만7949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화그룹 3형제가 보유한 개인주식과 에이치솔루션의 ㈜한화 지분을 더한 총 지분율이 12.97%인 점을 감안하면 김 회장과 3형제의 지분율 차이는 9.68%포인트입니다. 그룹 3형제가 대략 10%포인트의 지분만 더 소유하면 공동으로 ㈜한화에 가장 큰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죠.

㈜한화가 발행한 보통주 총수가 7495만8735주니, 지분율 10%에 해당하는 주식수는 약 750만주입니다. ㈜한화 보통주 1주당 가격은 지난 1월 29일 종가 3만2150원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시가로 지분율 10%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금 약 2400억원이 필요한 셈입니다.

한화그룹 3형제에게 현금 2400억원은 과연 조달 가능한 금액일까요? 물론 개인의 자금능력을 확인할 방법은 따로 없어 구체적인 가능성을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주어진 정보들을 토대로 유추해볼 뿐이죠.

▲  (출처=한국기업평가.)
▲ (출처=한국기업평가.)

우선 한화그룹 3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한 에이치솔루션의 최근 몇 년 간의 배당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한국기업평가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에이치솔루션은 별도 기준으로 2014년부터 배당을 시작했습니다.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75억원의 배당을 실시했구요. 2016년부터 배당금 규모가 5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2016‧2017년엔 500억원, 2018‧2019년에는 400억원의 현금을 배당했습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에이치솔루션이 한화그룹 3형제에게 배당한 현금 총액은 모두 1950억원입니다.

물론 배당으로 지급 받은 현금을 지금까지 모두 모아뒀는지, 아니면 일부를 사용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투자를 통해 대폭 불렸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어딘가에 사용하지 않고 규모가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한화 지분 10% 확대를 위해서는 500억원만 더 투자하면 되는 셈입니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화 지분 승계, 기계적으로 시장에서 지분을 매입해 승계하는 방식, 지금도 가능한 거죠. 복잡한 금융공학을 이용하지 않고도 한화그룹의 3세 승계는 어렵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룹 3형제 개인이 직접 지분을 취득하지 않더라도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많습니다. 에이치솔루션이 지분을 매입한 것처럼 차입을 통해 추가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고요. 아니면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3형제에게 증여해줄 수도 있습니다. 증여세가 많긴 하지만 직접 지분 취득보다는 비용 측면에서는 더 유리하니 사실상 증여가 가장 현실적이면서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주식 증여세는 증여일을 기준으로 앞뒤 2개월, 총 4개월간의 주식 종가를 평균해 주식 가치를 평가합니다. 30억원을 초과하면 최고세율인 50%의 세율이 매겨지고, 여기에 최대주주 및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에 대한 20% 할증까지 붙으면 70%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요. 만약 김 회장이 10%의 지분을 자녀들에게 증여하고, 평균가격을 지난 1월 29일 종가 3만2150원이라고 가정한다면 1680억원의 현금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됩니다. 증여세는 연부연납 제도도 있어 부담이 덜하죠.

▲  (출처=금융감독원.)
▲ (출처=금융감독원.)

특히나 승계 유력 후보로 주목받는 장남 김동관 사장은 개인적으로 자금 융통 여유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 27일 공시된 ㈜한화의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한화 주식을 활용한 담보대출 내역이 나와 있습니다. 김 회장은 보통주 1019만6000주를 담보로 1340억원을 대출한 상태구요. 차남 김동원 전무와 셋째 김동선 상무보는 보유주식 전량인 125만주를 담보로 각각 135억, 190억원을 끌어다 썼습니다. 김 회장의 부인 서영민 씨도 주식 18만주를 담보로 30억원을 대출 받았습니다.

▲  (출처=금융감독원.)
▲ (출처=금융감독원.)

유일하게 김 사장만 주식담보대출 내역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는데요. 김 사장의 ㈜한화 보유 주식 수(333만주)가 김 전무(125만주)와 김 상무보(125만주)가 가진 주식 수의 합보다 많은 점을 감안하면 최소 3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주식담보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건강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3세 승계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김 회장이 올해 곧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직 내부적으로 승계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죠.

다만 에이치솔루션이 지금 (주)한화 지분을 매입했다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승계 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화그룹은 여타 다른 그룹보다 지배구조 문제에 있어 잡음이 덜한 그룹이죠.  당장 3세 경영인들에게 승계를 해 주어야 할 급박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금융회사도 보유하고 있으나 금산 분리 문제로 시끄러운적이 없었고요. 지주회사로 전환할 듯 하면서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 잡음이 일었던 적도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한화그룹이 지금 현재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한화 지배력을 지속 확대한다면 승계 자체는 큰 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꼭 사고가 터졌던 전례는 과거 다른 그룹의 사례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승계 문제에서는 단순 지배력 확대 뿐 아니라 다양한 변수들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과연 한화그룹이 향후 어떤 과정으로 매끄럽게 승계 절차를 마무리지을지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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