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서비스 재개를 예고한 싸이월드가 자체 사이버머니 '도토리'를 부활시키고 추가로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암호화폐)인 '가상 도토리(가칭)'를 신규 발행한다. 기존에 사용하지 못한 도토리는 서비스 재개 후 다시 사용할 수 있으며 가상 도토리는 도토리와 교환하거나 기타 싸이월드 서비스에 활용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싸이월드 서비스 운영권을 양수한 신설 법인 '싸이월드Z'의 오종원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도토리를 3월 중 신규 발행할 계획이다. 오종원 대표는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가상 도토리는 기존 도토리를 대신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  과거 싸이월드가 서비스하던 미니홈피 예시
▲ 과거 싸이월드가 서비스하던 미니홈피 예시

오 대표는 "기존 도토리 시스템은 전과 다를 바 없이 그대로 운영된다"며 "과거 고객들이 사용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도토리가 약 30억원 규모"라고 말했다. 또 이는 기업의 부채인 마일리지와 같은 개념이므로 기존 도토리를 없애고 가상 도토리로 바꾸는 건 불가능하단 설명이다. 오 대표는 "추후 가상 도토리가 발행되면 기존 도토리와 교환할 수 있는 접점이 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싸이월드가 가상 도토리를 신규 발행하는 목적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오 대표도 아직 공개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존 가상자산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해보면 일부 활용 방향성을 추측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도토리가 기존처럼 유료 아이템 결제에 사용될 경우, 가상 도토리는 싸이월드 이용 고객에 대한 일종의 리워드로 제공될 수 있다. 출석체크, 게시글 작성, 일촌과의 소통 보상으로 가상 도토리를 지급받고 이를 일촌에게 선물하거나 싸이월드 콘텐츠에 투표하는 용도로 쓰이는 방식이다.

비트코인처럼 각각의 총발행량이 정해져 있는 가상자산은 희소성이 있다. 따라서 이용자에 비례해 수요가 증가할수록 가치도 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또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은 이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 즉, 싸이월드 서비스가 활성화될수록 가상 도토리의 가치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며 가상 도토리를 얻어 현금화하기 위한 사용자 활동도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싸이월드가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하면 가상 도토리 가격도 취득 당시 가치보다 하락할 수 있다.

가상 도토리 사용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가상자산의 낮은 접근성 때문이다. 계좌이체나 간편결제 방식으로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일반 사이버머니와 달리 가상자산은 보통 특정 거래소를 통해 거래해야 한다. 개편된 싸이월드 이용자도 가상 도토리를 별도로 구매하려면 가상 도토리가 상장된 거래소에 가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또 거래소를 이용하려면 △계정에 지정된 은행계좌 연동 △계좌에 원화 입금 △거래소에서 가상 도토리 구입 △싸이월드 내 개인지갑으로 가상 도토리 이동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싸이월드Z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상 도토리를 손쉽게 구입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할지도 향후 주목되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한편, 오 대표에 따르면 새로운 싸이월드 서비스는 3월 첫째 주 재개를 예정에 두고 있다. 이후 가상 도토리와 관련 백서를 공개하고 국내 3대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인원) 중 한 곳에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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