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TikTok)' 열풍 때문일까. IT 공룡들이 저마다 '숏폼 콘텐츠 플랫폼' 구축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구글도 유튜브를 통해 숏폼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로 도전장을 내민 한편 인스타그램의 경우 자체 숏폼 콘텐츠 기능인 '릴스(Reels)'를 도입해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앞서 페이스북은 2018년 숏폼 영상 공유 서비스 '라쏘(Lasso)'를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2년도 운영하지 못한 채 서비스를 중단했다. 관련 서비스에 관심을 거둔 것으로 보였던 페이스북이 꺼낸 비장의 카드는 인스타그램에 탑재한 숏폼 콘텐츠 기능 '릴스'였다.

▲  (사진=인스타그램 릴스 온라인 간담회 영상 갈무리)
▲ (사진=인스타그램 릴스 온라인 간담회 영상 갈무리)

지난 2019년부터 브라질과 인도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며 숏폼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 재도전한 페이스북은 각 지역별 순차 오픈을 통해 '인스타그램의 점유율 확대'와 '숏폼 콘텐츠 시장 진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지난 2일 한국에서 인스타그램 릴스를 오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스타그램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릴스를 소개하는 한편 '인 앱 콘텐츠'를 앞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비샬 샤아 인스타그램 제품 총괄 부사장은 "저희는 페이스북 앱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결과를 통해 다양한 교훈을 얻는다"며 "별도 앱으로 개발 및 서비스를 진행한 라쏘를 통해 사람들이 크리에이티브한 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  페이스북 라쏘 앱. (사진=구글플레이 스토어 페이지 갈무리)
▲ 페이스북 라쏘 앱. (사진=구글플레이 스토어 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페이스북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스탠드 얼론(Stand Alone)' 앱의 한계다. 라쏘는 페이스북이 만든 숏폼 콘텐츠 앱이지만, 사실상 홀로서기에 가까운 실험적 시도로 평가받는다. 춤을 따라추거나 립싱크를 하는 등 틱톡과 유사한 포맷으로 구성돼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유저를 유입할 수 있는 '한 방'이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미국에서 라쏘 다운로드 건수는 60만건에 불과하다. 수십 억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의 개발작임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지표는 아닌 셈. 결국 페이스북은 출시 2년 여만인 지난해 7월 10일 라쏘 서비스를 종료한다.

비샬 샤아 부사장은 라쏘의 흥행 실패를 통해 인 앱 콘텐츠 방식을 적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에 릴스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플랫폼에 콘텐츠를 확충하는 한편 서비스 인지도 제고에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10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인스타그램에 릴스를 적용할 경우 빠르게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도 숨겨져 있다.

▲  비샬 샤아 인스타그램 제품 총괄 부사장이 인스타그램 릴스 한국 출시를 기념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온라인 간담회 영상 갈무리)
▲ 비샬 샤아 인스타그램 제품 총괄 부사장이 인스타그램 릴스 한국 출시를 기념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온라인 간담회 영상 갈무리)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발견될 수 있도록 배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릴스를 인스타그램 피드에 연동되게 함으로써 전용 탭과 프로파일 안에서 활용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더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부분에 초점을 맞췄고 인스타그램에 통합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릴스를 강화한 것은 브라질과 인도 등 선출시 지역에서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11월 브라질을 시작으로 독일, 프랑스, 미국 등 50여개 국가에서 릴스를 오픈하면서 이달 들어 한국까지 서비스 지역에 포함시킨 상황이다.

한국 진출이 타 국가에 비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저작권' 이슈를 꺼내들었다. 비샬 샤아 부사장은 "해당 서비스를 개발할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준비를 했다"며 "릴스는 음악이 핵심요소인 만큼 국가별 저작권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에 오픈을 준비할 때 많은 스튜디오, 레이블, 아티스트와 논의를 거쳤고 음악을 제공해 드릴 수 있는 시점에 오픈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  릴스와 한국 셀러브리티의 콜라보 예시들. 왼쪽부터 박재범, 이하이, 에릭남. (사진=인스타그램 릴스 온라인 간담회 영상 갈무리)
▲ 릴스와 한국 셀러브리티의 콜라보 예시들. 왼쪽부터 박재범, 이하이, 에릭남. (사진=인스타그램 릴스 온라인 간담회 영상 갈무리)

'틱톡의 카피캣'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쟁을 통한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비샬 샤아 부사장은 "숏폼 영상은 엔터테인먼트에서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는 부분이며 그런 맥락에서 틱톡이 많은 활동을 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테크업계에서는 함께 혁신을 도모하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릴스는 다른 숏폼 영상 콘텐츠에 없는 '증강현실(AR) 효과'를 비롯해 인스타그램이라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플랫폼의 장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전 세계 10억명의 유저를 기반으로 다양한 툴을 추가해 발전적인 서비스로 발돋움 한다는 계획이다.

▲  인스타그램 내 릴스 노출 영역. (사진=인스타그램 릴스 온라인 간담회 영상 갈무리)
▲ 인스타그램 내 릴스 노출 영역. (사진=인스타그램 릴스 온라인 간담회 영상 갈무리)

비샬 샤아 부사장은 "릴스는 인스타그램의 일부 기능으로 서비스 하는 만큼 유저가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용이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첫 론칭버전이기 때문에 다양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한편 릴스는 편집, 오디오 및 카메라 효과 등 영상 기능을 집약한 서비스다. 피드 동영상이나 스토리와 같은 기존 인스타그램 영상 기능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릴스를 활용해 15~30초에 해당하는 짧은 길이의 영상을 촬영·편집·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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