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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창기 SNS인 싸이월드(Cyworld)가 ‘싸이월드Z’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활을 예고했다. 3200만명 회원의 추억이 되살아나게 된 것이다.

싸이월드Z는 지난 2일 “싸이월드 서비스를 인수하고 기존 서비스를 정상화할 계획”이라 밝혔다.

서비스 매각 금액은 10억원. 기존 서비스 소유주인 전제완 대표가 직원들과의 임금체불 소송에 걸린 액수와 일치한다. 회사 측은 “임금 체불 해소로 서비스 재개 절차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 출범하는 ‘싸이월드Z’는 기존 회원들의 데이터를 복구하는 한편, 올해 안에 모바일 중심의 미니홈피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싸이월드는 2001년 탄생해 국내 초창기 SNS를 주름잡았던 서비스다. 요즘의 SNS가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과는 달리 싸이월드는 인맥 구축 기능에 더 특화돼있었다.

국내 SNS 초창기 시장을 점령했던 서비스는 프리챌이었다. 하지만 프리챌이 무리하게 유료화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용자가 빠져나갔고, 당시 성장한 서비스가 바로 다음 카페와 싸이월드였다. 네이트온과의 연동 이후 싸이월드는 국민적 서비스로 성장하게 된다.

싸이월드는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ㄷㅑ ...☆ Feat. 눈물셀카’ ‘음악은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 등 숱한 유행어를 낳았다. 싸이월드 내 친구를 뜻하는 ‘일촌’과 홈페이지 내 화폐인 ‘도토리’ 등의 용어는 당시 방송은 물론 캠페인, 상품 등에도 자주 사용될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모바일로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블로그를 표방한 ‘홈2’, 트위터를 표방한 ‘C로그’를 만들었지만 사용자 유입이 되지 않았다. 그 사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이 주류로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밀리게 됐다.

▲  싸이월드는 홈2, C로그를 만들며 변화를 모색했지만 쇠락을 막을 수 없었다.
▲ 싸이월드는 홈2, C로그를 만들며 변화를 모색했지만 쇠락을 막을 수 없었다.

잠잠했던 싸이월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19년부터다. 그해 10월 서비스 중단 사태를 겪었고, 이듬해 지난해 5월 세금체납으로 사업자 등록자격이 말소되면서 폐업 논란이 일었다. 서버 유지비도 못 내 사이트 접속 자체이 불가능해지자 수천만 가입자들의 ‘역사’가 사라진다는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싸이월드Z가 지난달 29일 전제완 대표와 싸이월드 서비스 양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비스 재개가 가능해졌다. 신설법인인 싸이월드Z는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 스카이이엔엠을 비롯해 5개 기업이 뭉친 법인이다. 의료장비 업체와 투자회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싸이월드 스카이이엔엠의 최대 주주는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 미디어이며, 싸이월드Z의 오종원 대표는 의료장비 업체의 투자담당 상무 출신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으로 80억원을 확보한 싸이월드Z의 현재 인력은 40여명. 서버 유지와 마케팅 전략에 주력하며 개발은 외주로 맡긴다.

싸이월드Z는 싸이월드를 왜 인수했을까. 여전히 방문하는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오종원 싸이월드Z 대표는 <블로터>에 “2019년 한해 1회 이상 방문한 이용자만 1000만명에 달한다”며 “제대로 된 모바일 버전만 나온다면 이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싸이월드Z는 크게 두 가지 계획이 있다. 첫째는 ‘가상현실’에 최적화된 미니홈피를 모바일에 맞춰 복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롭게 만들 모바일 3.0 버전은 확장성에 방점을 둘 전망이다.

두 번째 계획은 ‘도토리’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미니홈피 배경음악(BGM)을 구매하는 등의 기존 수익모델을 유지하며, 향후 가상화폐도 상장할 계획임을 밝혔다.

오종원 대표는 “3.0 버전은 미니홈피를 가상현실 공간에서 모두가 공유하게 될 것이다. 재미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며 도토리는 그대로 이어갈 거다. BGM 수수료만 받는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수익모델”이 될 것이라 말했다.

오 대표에 따르면 새로운 싸이월드 서비스는 3월 첫째 주 재개를 예정에 두고 있다. 이후 가상 도토리와 관련 백서를 공개하고 국내 3대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인원) 중 한 곳에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컨소시엄을 구성한 기업들이 현재의 SNS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다. SNS 시장에 페이스북, 틱톡, 인스타그램 등이 난립하는 가운데 재탄생할 싸이월드가 어떤 경쟁력을 가질지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상디자인:김진영·박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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