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에 또 다시 '동북공정' 사태가 벌어졌다. 댓게임컴퍼니가 개발·서비스 중인 모바일 소셜 어드벤처 게임 'SKY-빛의 아이들'(이하 SKY)에서 "갓은 중국의 것"이라는 게임사 대표의 주장이 나온 것이다.

개발사 대표 "명나라 의상 참고한 것"

▲  '갓'을 쓰고 있는 캐릭터 ('SKY - 빛의 아이들' 공식 트레일러 캡쳐)
▲ '갓'을 쓰고 있는 캐릭터 ('SKY - 빛의 아이들' 공식 트레일러 캡쳐)

문제가 된 아이템은 갓을 연상케 하는 '춤추는 안무가 영혼의 모자(Dancing choleographer sprit's hat)'다. 해당 아이템은 한국의 갓과 유사한 형태로 디자인 됐고, 함께 입는 복장도 한복의 두루마기를 떠올리게 한다.

논란은 글로벌 서버와 중국 서버에 적용된 아이템의 모습이 다른 것에서 시작됐다. 글로벌 서버와 달리 중국 버전에서는 갓 형태가 아닌 중국 전통 양식의 모자로 디자인됐다. 이에 대해 중국 유저들은 '중국 서버에만 다른 외형으로 디자인한 것은 갓이 한국 고유 문화임을 인정한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중국 유저들은 개발사 측의 해명을 요구하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해 SNS에 항의 글을 남기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개발사 댓게임컴퍼니의 대표인 제노바 첸은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며 중국인 달래기에 나섰다.

▲  (사진=제노바 첸 웨이보 갈무리)
▲ (사진=제노바 첸 웨이보 갈무리)

제노바 첸은 4일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모자 수정 사건으로 실망한 모든 게이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며 "중국 문화는 전 아시아의 문화에 영향을 줬다. 이번 모자 아이템도 송대와 명대의 모자를 디자인의 원천으로 삼았으며 이외에 중국의 많은 요소들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사과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은 성에 차지 않았는지 SKY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관련 콘텐츠에 '중국 표시'를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유저들의 반발 이후 댓게임컴퍼니 측은 해당 아이템 설명에 'Hat of Ming Dynasty in CHINA(명나라 왕조의 모자)'라는 설명까지 추가했다.

대표 말 한 마디에 뒤바뀐 정체성

지난 2019년 부산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에 참가한 제노바 첸 대표는 국내 언론과도 인터뷰를 한 바 있다. 국내외 인터뷰 당시 미국 회사임을 강조했던 그는 이번 사건으로 웨이보를 통해 중국인임을 알리며 동북공정 행위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트위터 갈무리)
▲ (사진=트위터 갈무리)

현재까지 SKY의 트위터 공식 계정에는 중국인들의 억지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중국인들은 #thatskygame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트위터에도 두 모자 모두 중국의 것이라는 정보를 공개하길 바란다"는 영어 댓글을 달고 있다.

해당 소식은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SNS에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제노바 첸 대표를 비롯한 중국인들의 억지 주장에 '갓은 한국 문화'라는  이미지와 게시글로 대응하는 모습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게임계 스며든 문화계 동북공정

▲  (사진=SKY - 빛의 아이들 홈페이지 갈무리)
▲ (사진=SKY - 빛의 아이들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 사태는 한복 아이템을 삭제한 후 서비스까지 접은 '샤이닝니키'와 유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샤이닝니키는 지난해 11월 한국 출시를 기념해 한복 아이템을 출시했다가 중국 누리꾼들에게 "중국 의상을 한국 전통의상으로 표기했다"는 항의를 받았다.

당시 중국의 페이퍼게임즈는 한복 아이템 업데이트 하루 만에 긴급 공지를 띄운 후 "불미스러운 논란으로 유저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해당 아이템들은 향후 어떤 국가 서비스에서도 출시되지 않으며 획득한 아이템도 모두 폐기 처리된다"고 안내했다.

▲  샤이닝니키. (사진=페이퍼게임즈코리아)
▲ 샤이닝니키. (사진=페이퍼게임즈코리아)

이에 한국 유저들이 반발했지만 페이퍼게임즈는 "중국 기업으로서 이런 언론과 행위를 단호히 배격하고 국가의 존엄성을 수호한다"며 "한국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중국의 한국 문화 훔치기'가 이어지면서 관계자들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가장 대중적인 콘텐츠로 10대부터 넓게는 50~60대까지 아우르는 문화 도구"라며 "게임을 타깃으로 삼는 문화계 동북공정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