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성과급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억대 연봉을 언급하며 노조 측을 겨냥한 일부 매체 기사가 불을 붙였다. SK텔레콤 노동조합은 "언론 플레이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구성원들에게 오명과 프레임을 씌우지 마라"라며 반발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노조는 6일 오후 사내 메일을 통해 한 언론사 기자가 노조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를 공개하며, 사측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SK텔레콤 노조 측은 "같은 노동자이면서 경영진이 받아 가는 수십억의 임금과 성과급은 언급하지 않고, 열심히 고생했지만 성과를 갈취당한 노동자에게만 화살을 돌리고자 하는 언론과 사측이 더욱더 우리를 분노케 한다"라고 밝혔다.

해당 문자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적 어려움과 억대 연봉을 언급하며 성과급 투쟁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의 내용이 담겼다. KBS 억대 연봉 논란도 함께 언급됐다. 노조 측 입장을 담은 메일은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전 사원에게 전달됐다.

▲  지난해 11월 임직원들과 타운홀미팅에 나선 박정호 SKT CEO
▲ 지난해 11월 임직원들과 타운홀미팅에 나선 박정호 SKT CEO

앞서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은 SK텔레콤으로 번졌다. SK텔레콤이 현금과 자사주 중 선택하는 방식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노조 측은 주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지급된 주식 기반 자체 예측 결과 올해 성과급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경영 실적이 호조를 나타냈지만, 성과급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불만이 터져 나왔다. 또 불명확한 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후 박정호 CEO는 “회사의 성장·발전·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하자”며 “구성원과의 소통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성과급 갈등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SK텔레콤 측은 이번 성과급 논란과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SK페이 300만 포인트 지급 결정도 기름을 부었다.

SK텔레콤 노조는 ▲올해 성과급 지급 규모 전면 재검토 ▲현행 성과급 산정 기준인 경제적 부가가치(EVA·영업이익에서 세금과 자본비용 등을 뺀 순수이익) 폐기 및 별도 기준 설계 ▲성과급 지급 방식의 전면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임직원들은 성과급을 조건으로 연봉 협상을 진행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노조는 이번 사내 메일을 통해 "우리의 이번 투쟁은 단지 올해 IB(성과급) 축소 하나 때문에 분노하여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기준 없이 자의적인 성과급을 지급해왔던 총체적인 문제점에 분노하며 투쟁의 깃발을 들게 됐다"라며 "장기적인 싸움을 각오하고 시작한 투쟁이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흔들림 없는 지지를 등에 업고 시작했다. 싸우지도 않고 싸웠다 하지 않겠다"라고 장기 투쟁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노조는 회사 입장에서 중요한 파트너이며 성과급 이슈에 대해 노조와 소통을 통해 협의하고 합리적 방안을 함께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대화를 통해 이번 갈등을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18조6247억원, 영업이익 1조349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5%, 21.8% 성장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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