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뷰]'승리호', 이야기만 보자고요

발행일 2021-02-11 06:37:58
(주의)‘콘텐츠뷰’는 게임, 드라마, 영화 등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감상·체험하고 주관적인 시각으로 풀어보는 기획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상=넷플릭스, 승리호 공식 예고편 갈무리)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가 전 세계에 공개된 이후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훌륭하다'는 호평과 '스토리가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뉘는 모습이다.

8일 영상 콘텐츠 순위 조사업체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승리호(영문명 Space Sweepers)는 지난 6일 기준 525점을 받아 넷플릭스 인기 영화 1위에 올랐다. 이어 지난 7일에는 123점 오른 648점을 받아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공개 후 넷플릭스 영화 순위 정상을 차지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평론가들과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입소문만 못하다"는 혹평도 없지 않다.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지만 컴퓨터 그래픽(CG)에서 탁월한 점수를 받은 반면, 이야기 전개 방식에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도 많다.

지난 6일(왼쪽)과 7일 기준 플릭스패트롤 순위. (사진=플릭스패트롤 갈무리)


승리호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상황에서 '숨겨진 1인치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번 '콘텐츠뷰'에서는 승리호의 재미 여부를 떠나 영화 속에 숨은 메시지와 인물 간 감춰진 서사를 파헤쳐 봤다.

승리호에 투영된 '가족애'

조성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들을 보면 '승리호'의 주제 의식을 유추할 수 있다. 공통적으로 단절된 관계에서 시작해 구성원이 되는 변화에 집중한다.

상업영화 데뷔작인 '늑대소년'에서는 야생에 길들여진 '소년(송중기 분)'을 다룬다. '순이(박보영 분)'네 가족과 소년이 점차 가족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다. 위기와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는 주인공과 그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조성희 감독이 연출을 맡은 세 편의 영화. 왼쪽부터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승리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악당보다 악명 높은 탐정 '홍길동(이제훈 분)'과 두 소녀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도 마찬가지다. 극 중 홍길동은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 분)'을 찾는 데 혈안이 된 인물이다.

그의 앞에 김병덕의 두 손녀가 나타나 할아버지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위기와 갈등이 고조된다. 이 영화에서도 단절된 남남의 관계로 시작한 인물들이 점차 가까워지며 가족 그 이상의 관계를 형성한다.

영화 승리호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가족애'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표방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을 진정한 주제로 내세운다.

태호 역의 송중기. (사진=넷플릭스)


'태호(송중기 분)'는 자신이 딸처럼 키웠던 '순이'의 시신을 회수하기 위해 돈에 집착한다. 절대 권력에 가까웠던 태호는 순이를 만나 부와 명예를 모두 포기할 만큼 깊은 부성애를 지녔다. 겉으로 보기엔 돈밖에 모르는 저질로 비쳐졌지만 그 속내는 딸 같은 아이의 시신이라도 찾고 싶은 절실함이 있다. '꽃님(도로시)'이를 포기하고 뒤돌아섰다가 이내 "약속을 지키러 왔다"고 발길을 돌렸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승리호의 선원인 '타이거 박(진선규 분)'과 '장 선장(김태리 분)'도 마찬가지다. 타이거 박은 거친 외면과 언행과는 달리 꽃님이에게만큼은 한없이 다정한 인물이다. 특히 타이거 박은 승리호 내에서 가장 입체적인 변화를 겪는 인물로 그려진다. 꽃님이를 딸처럼 대하며 자신의 목숨도 기꺼이 바칠 각오를 한 손도끼의 사내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딸 바보'의 면모를 잃지 않는다.

타이거 박역의 진선규. (사진=넷플릭스)


장 선장의 가족애는 '업동이(목소리 출연 유해진 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는 생략됐지만 업동이는 본래 장 선장을 죽음까지 몰아넣었던 안드로이드 살상 병기였다. 장 선장은 망가진 안드로이드 로봇을 회수해 직접 '업동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새롭게 프로그래밍한 그를 동료로 만들었다.

영화에서 보여준 장 선장과 업동이의 관계는 주종관계에 가깝지만 달리 보면 모자 관계다. 마지막 전투에서 부서진 업동이의 상반신을 들쳐 메고 승리호로 복귀하는 장 선장에게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인간과 기계를 뛰어넘은 초월적 가족애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그들은 왜 승리호에 모였나

영화 '승리호'는 개연성 면에서 대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실감나는 우주 속 전투를 구현한 '컴퓨터그래픽(CG)'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스토리 면에서는 아직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각 캐릭터의 고유한 개성을 살리지 못했고 한국적 신파가 녹아든 이야기 구성이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승리호 선원들. (사진=넷플릭스)


승리호를 타고 갑자기 등장한 네 명의 인물과 뜬금없는 '꽃님(도로시)'의 존재에 고개를 갸우뚱한 시청자도 존재할 것이다. 2시간하고도 16분이 추가된 러닝타임 속에서 그들의 만남에 대한 서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승리호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개별적 관계와 선원으로 함께 일하기까지의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영화를 본 관객 입장에서는 개연성을 탓할 수밖에 없다.

해야 할 이야기는 많고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로 한정하다 보니 인물 간 관계에 대한 서사는 자연스럽게 사라진 느낌이다. 선원들의 관계와 비밀은 동명의 웹툰 승리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 선장역의 김태리. (사진=넷플릭스)


실력있는 UTS 기동대 태호는 우주 부품을 밀거래하는 '마녀'를 쫓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우주 행성 내 밀거래 베테랑인 마녀는 본래 UTS의 공학 인재로 스카우트 됐던 인물로, 일련의 사건을 거쳐 장 선장으로 활동한다. 승리호에서 만나기 전 태호와 장 선장은 앙숙 관계였던 셈.

무차별적인 살상에 염증을 느끼고 UTS 기동대를 빠져나온 태호는 딸처럼 여긴 순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우연한 계기로 만난 타이거 박과 만난다. 두 사람은 승리호에 우주 부품을 밀거래하려다 UTS에 적발됐고 함께 도망쳐 위기를 모면한 계기로 장 선장과 손잡는다.

도로시(꽃님)을 발견한 승리호 선원들. 왼쪽부터 타이거 박, 업동이, 태호. (사진=넷플릭스)


깨알 같은 TMI를 덧붙여 보자면 웹툰 속 세계관의 설정상 타이거 박은 기계를 전혀 다루지 못하는 기계치다.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계를 부술 듯이 때려 돌아가게 만드는 단순 무식 캐릭터로 설정됐다.

업동은 과거 살상용으로 제작된 로봇이었으나 처참하게 부서진 후 장 선장에 의해 개조된다. 프로그래밍 초기화 등을 거쳐 승리호의 작살잡이이자 행동대장으로 일하지만, 언제든 최고의 전투력을 뽐낼 수 있는 로봇이다.

승리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6일 기준 28개국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달리는 반면 일부 평론가와 관객들은 '아쉽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떤 영화든 객관적 평가는 없는 만큼 선택은 오로지 관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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