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쌍용양회가 최근 몇 해 전부터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기존 시멘트업에 더해 순환자원재활용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죠. 얼마 전 정관에 10개가 넘는 사업목적을 추가했는데, 대부분 환경사업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쌍용양회의 친환경사업인 순환자원재활용 사업은 간단히 말하면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사업입니다. 원료, 소성, 시멘트 분쇄 등 시멘트 제조의 여러 과정에서 폐기물을 대체원료 및 첨가재로 사용하는 식이죠. 어차피 버려질 쓰레기를 원료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쌍용양회는 돈을 주고 폐기물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을 받고 폐기물을 대신 처리해주는데요. 재활용업체들이 더 이상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들을 쌍용양회와 같은 업체들에 돈을 주고 파는 것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쓰레기를 매립할 곳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사업을 하는 쌍용양회가 고맙게 느껴질 것입니다.

▲  쌍용양회 동해공장.(사진=쌍용양회)
▲ 쌍용양회 동해공장.(사진=쌍용양회)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쌍용양회가 이처럼 친환경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벌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객관적인 지표상 친환경 기업인지는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굴뚝자동측정기기(TMS)라는 사업장대기오염물질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업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인데요. 먼지,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염화수소(HCl), 불화수소(HF), 암모니아(NH3), 일산화탄소(CO) 등 7개 오염물질 배출량을 30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굴뚝자동측정기(TMS) 작동 원리.(출처=한국환경공단.)
▲ 굴뚝자동측정기(TMS) 작동 원리.(출처=한국환경공단.)

2019년 12월 1일부터 자발적 협약을 맺은 제철·제강, 민간발전, 석유화학 등 대형사업장 111개소를 대상으로 실시간 측정값을 공개해왔고요. 2020년 4월 3일부터는 TMS 부착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확대하여 전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쌍용양회가 얼마큼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TMS 실시간 측정결과 공개 페이지에서 쌍용양회를 검색하면 동해공장과 영월공장 두 개의 선택지가 나옵니다. 동해공장은 13개의 배출구를 갖고 있고요. 영월공장은 6개의 배출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쌍용양회 동해공장 9일 오전9시 오염물질 배출 실시간 측정값.(출처=한국환경공단.)
▲ 쌍용양회 동해공장 9일 오전9시 오염물질 배출 실시간 측정값.(출처=한국환경공단.)

우선 쌍용양회 동해공장의 ‘배출구 1’을 클릭해보니 먼지, 질소산화물, 염화수소 등 세 가지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측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오전 9시 기준으로 먼지 배출농도는 3.08mg/Sm³, 질소산화물은 144.88ppm, 염화수소는 0.00ppm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만 놓고 보면 과연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지 적은지 알 수가 없죠. 그래서 TMS는 배출농도 바로 옆에 배출 허용 기준을 명시해놨습니다. 해당 기준 내에서만 오염물질을 배출해야 한다는 뜻이죠. 쌍용양회 동해공장의 경우 먼지의 배출허용 기준은 15mg/Sm³, 질소산화물은 270ppm, 염화수소는 9ppm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오전 9시 기준으로는 세 가지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모두 허용 기준 내에 있습니다.

▲  쌍용양회 9일 오전 기준 최근 24시간 질소산화물 배출량 추이. 오전 4시 30분 기준 배출량은 282.49ppm으로 기준치 270ppm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남.(출처=한국환경공단.)
▲ 쌍용양회 9일 오전 기준 최근 24시간 질소산화물 배출량 추이. 오전 4시 30분 기준 배출량은 282.49ppm으로 기준치 270ppm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남.(출처=한국환경공단.)

최근 24시간으로 배출현황을 확대해 살펴보니 질소산화물의 경우 한 차례 허용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전 4시 30분 측정결과 질소산화물의 배출 측정값은 282.49ppm으로 허용 기준인 270ppm을 12.49ppm을 넘어섰습니다. 만약 세 차례 연속으로 측정값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지자체가 행정처분을 내리니, 단 한 차례 초과라 할지라도 쉽게 넘길 만한 일은 아니죠.

다만 실시간 측정값은 더 정확한 배출량을 구하기 위해 추후 수정작업이 이뤄집니다. 수정작업 후 실시간 측정값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도 없습니다. 참고용 임시 자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마감 작업 이후 실시간 측정값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고, 허용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예외사항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것은 배출량이 아닌 배출 허용 기준입니다. 질소산화물만 놓고 보겠습니다. 쌍용양회 동해공장 ‘배출구 1’의 배출 허용기준은 270ppm으로 설정돼 있죠. 다른 배출구들과 영월공장의 배출구 배출 허용기준을 모두 살펴봐도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기준은 모두 270ppm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멘트업체들과 함께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철강업체의 배출허용기준은 어떨까요. 대표적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배출구 1’을 선택해보겠습니다. 질소산화물 배출허용 기준은 170ppm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쌍용양회 공장의 배출허용 기준보다 무려 100ppm이나 적은 엄격한 기준입니다.

업체들별로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 기준이 다른 것은 각 사업장들의 상황과 조건들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 8]’에는 7개 대기오염물질의 각 시설별 허용기준들이 명시가 돼있는데요. 질소산화물의 경우 가장 폭 넓은 배출을 허용해주는 시설은 2001년 6월 30일 이전에 설치된 디젤기관으로 530ppm이 허용 기준입니다. 두 번째로는 2014년 12월 31일 이전 설치된 유리제조시설 중 용해시설로 330ppm까지 허용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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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 8])[/caption]쌍용양회 공장의 배출허용 기준인 270ppm은 바로 세 번째로 관대한 기준으로, 정확히는 ‘2007년 1월 31일 이전 설치된 시멘트‧석회‧플라스터 및 그 제품 제조시설 중 소성시설(예열시설을 포함한다), 용융‧용해시설, 건조시설’에 해당됩니다. 같은 시설이라 할지라도 2007년 2월 1일 이후에 설치됐을 경우 허용기준은 200ppm으로 상향 조정되고요. 2015년 1월 1일 이후 설치됐을 경우 80ppm으로 더욱 엄격해집니다.

물론 쌍용양회가 270ppm의 관대한 기준을 적용받는 유일한 시멘트업체는 아닙니다. TMS에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들을 검색해본 결과 모든 시멘트업체들의 질소산화물 배출허용 기준은 270ppm으로 나와 있습니다. 한일시멘트 단양, 한일현대시멘트 단양‧영월 공장,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 성신양회 단양공장 등 검색결과에 이름을 올린 업체들 중 단 한 곳도 200ppm 허용기준을 적용받는 업체는 없었습니다. 이는 곧 이 업체들의 공장 모두가 2007년 1월 31일 이전에 설치됐다는 뜻과도 같습니다. 어쨌거나 대량의 질소산화물 배출이 법적 보호 아래 있는 셈이죠.

한국환경공단이 공개하는 연간 배출량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쌍용양회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1만2204톤으로 도내에서 가장 많은 배출량을 기록했습니다. 2위는 삼표시멘트로 1만221톤의 배출량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6월 환경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굴뚝 자동측정기기'가 부착된 전국 63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2019년도 대기오염물질 7종의 연간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업종별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시멘트업이 6만2546톤으로 전체의 32%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제철제강업(3만1434톤), 석유화학제품업(1만9569톤)보다도 많은 수준으로, 시멘트업보다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업종은 발전업(6만8324톤)이 유일했습니다.

물론 쌍용양회는 법적 허용기준 내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전혀 없습니다. 지난해 중순에는 시멘트 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시멘트 질소산화물 저감 협의체’를 출범시키는 등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최근 친환경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실제로 쌍용양회가 얼마나 친환경적 기업인지는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폐기물 재활용 사업을 통해 환경개선을 하고는 있다지만, 이것이 대량의 질소산화물 배출에 대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과연 여러분의 판단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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