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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지난 12일 뉴욕 증권거래소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절차에 큰 문제가 없다면 상장은 오는 3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뉴욕 증권거래소로 가게 됐다. 클래스A로 상장하는 이유는 김범석 쿠팡 의장의 ‘차등의결권’ 때문이라 한다. 증시는 왜 바꿨고, 클래스A와 차등의결권은 또 무슨 의미일까.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할 거라 본 건 나스닥의 특성 때문이다. 구글, 아마존 등 기술주·성장주들이 대거 모여있는데, 이는 뉴욕 증권거래소보다 상장 유지 요건이 덜 까다롭기 때문이다. 뉴욕 증권거래소는 재무가 건전하지 않은 기업, 외부감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을 상장폐지할 권한이 있다. 쿠팡은 11년 연속 적자라 이 같은 허들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방향은 나스닥이 아닌 뉴욕 증권거래소였다. 쿠팡은 영업적자가 2019년 6억4383만 달러(7127억원)에서 2020년 5억2773만 달러(58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억1610만 달러나 줄었고 같은 기간 매출도 전년 대비 두 배나 늘었다. 체력이 좋아진 만큼 뉴욕 증시라도 상장폐지는 안 될 것이란 자신감이 큰 듯하다.

뉴욕 증권거래소가 세계 최대 규모의 주식시장이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스닥에 비해 두 배 가량 시장이 큰 만큼 자금 조달도 더 용이하다. 쿠팡의 상장 시 기업가치는 최소 30조원에서 최대 50조원까지 평가받고 있다. 쿠팡이 2018년 이후 추가 투자유치가 없는 만큼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실히 조달하려면 뉴욕 증권거래소가 더 나아보일 수 있다.

쿠팡이 상장하는 주식은 보통의결권을 가진 ‘클래스A’ 주식이다. 쿠팡은 자사 주식을 클래스A(1주당 1의결권)와 클래스B(1주당 29의결권)로 나눴다. 김범석 의장은 주당 29배 의결권을 가진 클래스B 주식을 전량 보유하고 있다. 회사 주식을 단 1%만 보유하고 있어도 의결권은 29% 가량 갖게 되는 셈이며, 이건 국내 증시엔 없는 제도다.

2019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 기관투자자협회가 발표한 차등의결권 도입 상장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의 매출은 시장평균의 1.6배, 영업이익은 1.7배, 고용이 1.3배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혁신기업 중심의 나스닥 상장사 110개의 매출은 시장 평균의 2.9배, 영업이익은 4.5배, 고용 1.8배로 성과가 두드러졌다.

한편 이번 상장에 따라 그간 3조원의 자금을 쿠팡에 쏟아부은 소프트뱅크의 투자회사 ‘비전펀드’는 지분 가치를 최대 21조원까지 띄울 수 있게 됐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시장을 장악한 뒤 이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손정의 회장의 전략은 알리바바의 뉴욕 상장으로 한 차례 증명된 바 있기도 하다.

[영상디자인=김진영·박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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