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이제 이동통신사가 무선 속도나 커버리지만 과시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미 인구 대비 120% 이상의 이동통신 보급률(2019.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을 기록 중인 국내에서 이통사들은 지속적인 사업 성장을 위해 무선 외 새로운 먹거리들을 발굴해야 하는 시점인데요. 이런 측면에서 2020년은 '탈통신'이란 구호 아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 모두 주목할 만한 비통신 사업 실적을 올린 해였습니다. 또 이런 모습은 2021년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SKT의 경우 이른바 'New ICT'로 분류하는 미디어·커머스·보안 사업에 올해는 클라우드가 더해질 전망입니다.

▲  SKT의 2020년 New ICT 사업(미디어, 보안, 커머스) 실적(자료=SKT)
▲ SKT의 2020년 New ICT 사업(미디어, 보안, 커머스) 실적(자료=SKT)

SKT는 16일 SC제일은행과 제1 금융권 최초로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구축에 나선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이데이터란 여러 곳에 흩어져 보관 중인 금융정보를 개인이 직접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이를 통해 기업별로 분산돼 있던 금융 상품의 가입 내역, 자산 내역 등을 한눈에 파악해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개개인에게 특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보다 정교하게 받을 수도 있죠.

양사는 먼저 SC제일은행 클라우드 내 마이데이터, 개인자산 관리 데이터, 솔루션 분석 결과 등의 데이터 보관이 가능한 저장소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어 개인정보의 효율적인 수집·분석을 돕기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 △마이데이터 분석 시스템 △마이데이터 API 데이터 레이크 등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보수적인 금융계, 그중에서도 제1 금융권이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도입을 시작했다는 건 곧이어 경쟁사들도 관련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게 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관련 산업 규모도 상당한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산한 2019년 국내 데이터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19조2736억원으로 지난해와 올해도 20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중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장 먼저 허용된 금융권의 성장히 특히 기대되며 이 분야에서 먼저 존재감을 보인 SKT는 향후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사업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습니다.

사실 그동안 SKT의 클라우드 사업은 실적 발표 등에선 그리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관련 청사진은 지난해부터 착실히 그려져 오고 있는데요. 박정호 SKT 대표는 2017년 취임 당시 New ICT 사업에 3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을 만큼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신사업 발굴에 적잖은 의지를 보여 왔습니다.

이는 실제 성과로도 나타났습니다. 지난 3일 발표된 SKT의 2020년 사업실적에 따르면 New ICT 부문의 영업이익은 3262억원 규모입니다. 전체 영업이익 내 비중은 24%로 14%였던 2019년보다 10%p 증가했고 하위 사업 성장률도 모두 두자릿수 이상의 고른 균형을 나타내고 있죠.

▲  2020~2021년도 SKT 주요 클라우드 사업 행보(이미지=블로터)
▲ 2020~2021년도 SKT 주요 클라우드 사업 행보(이미지=블로터)

SKT가 클라우드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기는 2020년 5월입니다. SKT는 당시 글로벌 클라우드 매니지먼트(MSP) 기업인 베스핀글로벌에 37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을 확보했는데요. 이때 투자한 베스핀글로벌은 이번 SC제일은행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구축 사업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사로 함께 참여하는 등 SKT 클라우드 사업 전개에 핵심 파트너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또 박 대표는 같은 해 6월 본사 타운홀 미팅에서 "당장 손해 같아도 모든 신사업을 AI·클라우드화하는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박 대표의 주문 이후 SKT는 B2B(기업간거래), B2C(소비자대상거래)를 포함한 클라우드 사업 전방위에 걸친 서비스 기반을 갖춰 나가기 시작합니다. 먼저 B2B 분야에선 세계 1위 클라우드 사업자 아마존웹서비스(AWS)와는 수개월 간의 협업을 거쳐 2020년 12월 'SKT 5GX 엣지'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했는데요. 해당 서비스를 활용하면 앱이 클라우드에 접속할 때 인터넷이나 지역 통합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SKT 통신국사에 있는 AWS 기반 '웨이브렝스존'을 거쳐 신호 처리 지연시간을 60% 수준까지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5G의 강점인 '초고속'을 100% 활용해 데이터를 주고 받으려면 네트워크 반응 속도인 지연속도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SKT는 같은 해 11월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 '타코'를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 Btv 서비스에 적용해 시스템 총소유비용(TCO)를 50% 이상 절감하고 생산성은 30% 이상 향상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와는 차세대 클라우드 코어망 개발에도 성공했고요. 해당 코어망은 애플리케이션 기능의 모듈 단위 배포 및 특정 트래픽 과다 구간에 대한 즉각적인 자원 할당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방식을 지원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선 5G 서비스 배포와 운용이 훨씬 유연해진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B2C 분야에선 주로 5G 기반 클라우드 게이밍을 밀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클라우드상에 설치된 게임을 사용자는 소유한 기기의 사양과 관계없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선 클라우드의 효용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꼽히죠. SKT는 2020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100여종의 고사양 엑스박스 게임을 클라우드로 즐길 수 있는 '5GX 클라우드 게임'을 정식 출시, 3년 내에 구독 고객 10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SC제일은행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구축 사업도 궁극적으론 일반 소비자들이 그 혜택을 볼 전망이죠.

▲  SKT가 2021년 집중할 클라우드 6대 사업 (자료=SK텔레콤)
▲ SKT가 2021년 집중할 클라우드 6대 사업 (자료=SK텔레콤)

이처럼 SKT가 준비해온 클라우드 행보를 보면 핵심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인프라부터 기업형 관리 솔루션, 소비자 대상 서비스를 포함해 초기부터 꽤 균형 잡힌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익성이 보장된 일부 사업 분야 대신 핵심 기술·파트너 확보에 나서면서 전방위 클라우드 플레이어로 거듭나겠다는 포석이죠.

그 일환으로 SKT는올해 5GX 모바일 엣지 클라우드(MEC) 생태계 확장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SKT 5GX 클라우드 6대 사업' 구상도 발표했는데요. △에지 클라우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MSP △클라우드 보안 △클라우드 네트워크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 △AI 콜센터(AICC)로, 이 역시 SKT가 본격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의 변모를 준비하고 있단 사실을 짐작케 합니다.

또 이들 사업 각각은 MNO(이동통신), 미디어,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등 SKT의 기존 5대 사업부문에도 적용 가능한 인프라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New ICT 부문 전반에 걸친 자체 역량 개선 및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화까지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한편, SKT는 2021년 사업 목표 중 하나로 매출 20조원 달성을 계획한 바 있습니다. 또 모든 사업에 AI와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접목한 빅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약속했는데요. 올해는 무선 가입자 확보 경쟁뿐 아니라 작년 New ICT 실적을 견인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IPTV 분야 경쟁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만큼 착실히 준비해온 클라우드 사업이 2021년도 실적에선 SKT New ICT 부문의 주요 사업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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