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수고를 아끼는 대신 지갑을 연다. ‘편리미엄(편리함과 프리미엄을 결합한 조어)’은 현대인의 일상을 파고 들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으로 이용하던 서비스를 스마트폰 앱 기반의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로 전환하는 시도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1인가구·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가사·돌봄노동도 ‘모바일 주문’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614만8000가구로, 전체 중 30.2%를 차지한다. 맞벌이 가정은 566만2000가구에 달한다. 이에 따라 관련 스타트업들의 성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블로터>가 주요 벤처캐피털(VC)·액셀러레이터(AC)·스타트업 단체 1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일상을 바꿀 스타트업은?’ 설문에서 가사·돌봄 영역의 스타트업을 꼽은 투자사들은 해당 기업들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 생활상의 변화에 맞춰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는 점을 들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워시스왓(세탁특공대) △의식주컴퍼니(런드리고) △홈스토리생활(대리주부) △자란다(자란다) 등이 가사·돌봄 영역의 대표 유망주로 선정됐다.

▲  |사진=세탁특공대
▲ |사진=세탁특공대

가사·돌봄을 모바일로 주문할 수 있다면

시장을 가장 먼저 개척했던 건 2015년 창업한 워시스왓이다. 이 회사는 모바일 세탁 서비스인 ‘세탁특공대’를 운영 중이다. 밤 12시 이전에 모바일로 세탁을 요청하면 ‘요원’이 빨랫감을 수거, 모레 오전 7시 전에 가져다준다. 초기에는 지역의 세탁소와 연계하면서 사업을 전개했지만 자체 세탁의 필요성을 느끼고 2017년 세탁소를 인수했다. 투자 유치 이후에는 서울 독산동에 약 3305㎡(1000평) 이상 넓이의 세탁공장을 직접 차려 운영하고 있다. 2020년말 예상 매출은 100억원으로, 올해는 2배인 2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의식주컴퍼니는 창업 4년차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9년 출시한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Laundrygo)는 월 평균 30%씩 성장해왔다. 지난 1년 동안 누적 70만장 이상의 드라이클리닝, 200만리터 분량의 물세탁, 3만장의 이불을 세탁했다고 한다. 이 회사 역시 모바일로 세탁을 요청하고 밤 11시까지 문 앞에 빨래를 내놓으면 다음날 12시까지 옷을 세탁해 고객에게 돌려주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문부터 수거, 세탁, 배달까지 전부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연면적 약 2700㎡(900평) 규모의 세탁공장(스마트 팩토리)을 서울 등촌동에서 가동 중이다. 65억원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지 1년여 만인 지난해 약 3배에 달하는 총 17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두 회사는 시장의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국내 세탁시장은 4.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99%가 아직도 오프라인 기반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식주컴퍼니는 미국의 세탁업이 아직 O2O화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하반기 목표로 미국 뉴욕 시장 진출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비대면이 대세다. (모바일 세탁은) 생활방식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사업이라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소·빨래 등 가사를 대행해주는 스타트업들도 조명 받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2014년 출시된 가사도우미 중개 플랫폼 ‘대리주부’의 운영사 홈스토리생활이 보이는 행보는 남다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가사도우미는 직고용이 어려운데, 지난 2019년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가사도우미 직고용을 하겠다고 선제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20년 말 기준 100여명 안팎의 가사도우미를 직고용했다. 고용 안정이 이루어지면 서비스 품질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쌓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홈스토리생활은 고도화된 가사서비스 제공을 통해 이용자 편의와 생활방식의 변화를 돕고 있다”면서, “플랫폼 노동, 가사근로자의 법적 보호에 앞장서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유망 스타트업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  사진=자란다
▲ 사진=자란다

스타트업은 돌봄의 영역으로도 지평을 넓히고 있다. 4~13세 아이들의 돌봄·교육 매칭 플랫폼 ‘자란다’는 정해진 커리큘럼 등에 아이의 일정을 맞춰야 했던 기존 방문수업이나 돌봄 서비스와 달리 아이의 연령, 성향, 관심사에 맞춘 선생님을 1회 또는 정기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장서정 대표가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이를 직접 해결하고자 2016년 1인 창업에 나선 일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란다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놀이(시터링)를 담당하기도, 학습(튜터링)을 제공하기도 한다. 강점은 선생님들이 작성하는 방문일지다. 이를 데이터로 축적, 분석해 매칭을 고도화하고 있다. 2017년 5월 서비스 출시 이후 평균 77%의 정기 사용률을 유지 중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때 아닌 주목을 받았다. 2020년에만 10만명의 부모, 6만명의 교사가 자란다에 유입됐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이 스타트업을 추천한 구글스타트업캠퍼스 관계자는 “아이 돌봄·교육 시장의 확대와 코로나19로 개학 연기·온라인수업 등으로 오히려 학부모들이 대면 수업·방문 돌봄을 통한 정서관리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