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스타트업⑧]필(必)환경 시대, 화장품은 '비건'에 플라스틱 먹는 박테리아까지

발행일 2021-02-24 06:37:24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다. MZ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는 윤리적 신념·가치관에 따라 지갑을 연다. 기후변화를 비롯해 지속가능경영, 상생 등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면서 기업들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블로터>가 주요 벤처캐피털(VC)·액셀러레이터(AC)·스타트업 단체 1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일상을 바꿀 스타트업은?’ 설문에서도 환경 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새싹기업들이 ‘유망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구인컴퍼니 △디보션푸드 △뷰티긱스 △수퍼빈 △리플라 △라스트오더 등이다.

|사진=지구인컴퍼니의 언리미트 홍보 사진.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 "지속불가능한 환경파괴의 주범 육식 소비를 줄이고, 동물의 고통을 덜며 생산자에게 온전한 이익을 돌려주는 선순환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트렌드가 된 비건...대체육·화장품 스타트업도

필(必)환경을 논할 때 ‘비거니즘’(veganism·채식주의)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공장식 축산업에서 비롯된 환경파괴, 동물착취로 인한 비윤리성 문제, 종교나 건강 등으로 비건을 지향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산업이 성장하자 ‘비거노믹스’(veganomics·채식주의자를 칭하는 비건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를 합친 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은 단연 ‘먹거리’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대체육이 조명 받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전세계 고기 유통의 65%를 책임지고 있던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의 대형 육가공업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랐다.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자, 육류 공급망도 흔들렸다. 비욘드미트 등 대체육 제조업체들은 이른바 ‘육류 대란’의 여파를 피해갔다.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게 된 배경이다.

앞서 라이징스타트업⑥편 ‘푸드테크’에서도 소개했던 지구인컴퍼니디보션푸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물이나 세포배양기술을 이용, 육가공품을 대체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디보션푸드는 GMO 공법을 활용하지 않고 곡물과 천연 첨가물로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인컴퍼니는 폐기되는 곡물을 이용해 만든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UNLIMEAT)를 출시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비건 라이프에 대한 관심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여겨진다. 건강을 더욱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식물성 고기와 관련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건 열풍은 화장품으로도 번지고 있다. 뷰티긱스는 국내 최초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멜릭서’를 만들었다.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도 배제한 100% 채식주의 화장품이라고 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포장에는 FSC 인증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작년 10억여원의 프리시리즈A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오는 2025년 208억달러(약 23조2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사진=수퍼빈 홈페이지


쓰레기 재활용, 기술로 돌파구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부작용도 커졌다. 배송·배달 폭주로 인해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게 된 것. 이에 따라 쓰레기 문제해결을 고심하는 스타트업들도 각광받고 있다. 수퍼빈은 2016년 인공지능(AI) 순환자원 회수로봇(네프론)을 개발했다. 자판기처럼 생긴 이 로봇은 페트병·캔 등을 투입하면 수거 가능한 폐기물을 알아서 골라내고 보상도 해준다. 작년 8월 기준 160여대 네프론이 전국 40개 지자체·기업에서 가동되고 있다. 쓰레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재활용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게 회사의 목표다.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는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공해 산업용 소재로 생산해낼 계획이다.

리플라는 미생물 활용 플라스틱 분해·재활용 기술을 개발한다. 2016년부터 플라스틱 분해균을 발견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연구해온 리본(REBORN)과 2018년부터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을 연구해온 플라스테이스(PLASTASE)가 합병한 팀이다. 플라스틱은 순도가 높아야 재활용이 가능한데일상에서 쓰이는 폐플라스틱은 PET, PP, PE 등으로 이물질이 섞여 있어 재가공이 어렵다. 이 때문에 기존 폐플라스틱은 물질재활용률이 13%로 낮은 편이다. 리플라는 혼합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재질 중 일부만 먹어 없애고 단일재질만을 남기는 미생물을 발견, 균소화조를 만들었다. PP 재질의 병에 붙은 스티커나 뚜껑만 분해하는 식이다. 이 균소화조를 활용해 폐플라스틱의 순도를 높이고 재활용 플라스틱 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게 회사의 목표다.

미로가 운영하는 ‘라스트오더’는 당일 마감시간에 판매되지 않은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을 모아 보여준다. 이용자는 근처 식당의 마감 할인정보와 함께 식당별 재고 수량을 확인할 수 있다. 미리 결제하고 매장을 방문해 음식을 찾아오는 식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할인율이 최소 30%에서 최대 80% 가까이 된다. 판매자들 입장에선 영업시간이 끝나고 버려야 하는 음식을 팔 수 있어 이득이다. 결과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이 회사는 세븐일레븐·롯데백화점과도 제휴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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