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카카오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올라온 것을 계기로 카카오의 인사평가 방식이 뭇매를 맞고 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사내간담회에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직접 진화에 나설지 관심이 모였지만, 사내에서는 ‘투명한 소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전질문을 선별하고, 질문자도 미리 선발해놨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카카오는 토론회를 별도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다음달 11일 5시 사내 공개토론(오픈톡)을 진행한다.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온이 오는 25일 김범수 의장이 여는 온라인 사내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 참여를 신청했지만 제한 당하자 따로 논의 자리를 제안한 데 따라 이같이 정해졌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이언톡(사내간담회)이 기부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하니 따로 논의 자리를 만들자고 공개 요청했는데, 기한을 뒤로 미뤄 제안한 것은 의외”라며 “조수용·여민수(션·메이슨) 공동대표, 김범수(브라이언) 의장의 오픈톡 참여를 요청했다. 회사에서 누가 대표로 나올지는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블라인드를 통해 논란이 된 △동료평가 피드백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개선을 비롯해 △외부상담기관 지원 등 심리보호에 관한 지원제도 △상향리뷰 유출에 대한 처벌 또는 처벌규정 강화‘생존점호’가 아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조직장 교육 △비개발자 처우 개선 △조직 전체에 대한 성과 보상 △부서이동제도 활성화 등 카카오 직원들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겠다는 방침이다.

답은 정해져 있다? 사내간담회 두고 카카오 술렁

앞서 김범수 의장은 지난 8일 카카오와 계열사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조만간 크루 간담회를 열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한 바 있다.

예정대로 카카오는 오는 25일 오후 2시 카카오TV를 통해 기부 선언과 관련한 ‘브라이언톡 애프터’ 행사를 열기로 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질문을 취합했다. 질문할 직원도 미리 선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회사가 선발한 총 60명 직원 가운데 10명은 현장에서, 나머지 50명은 원격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외의 직원 6000여명은 카카오TV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면서 댓글을 남길 수 있다. 카카오 홍보팀은 “사전에 듣고 싶은 말, 기부 관련 아이디어, 제안사항, 나누고 싶은 얘기를 전 공동체 대상으로 받은 적이 있다. (브라이언톡 애프터는) 기부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고 논의하는 자리지만 재산 증여나 인사평가도 간담회 때 일부 논의가 될 수 있으며, 댓글을 통해 누구나 질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에서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면서 별도 참여를 제한하지 않던 기존 카카오 사내간담회와는 대조적인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블라인드를 통해 카카오의 인사평가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터져 나온 데다가, 상향평가 유출로 사내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폭로가 잇따른 직후인 만큼 카카오가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카카오 직원은 “사전 질문을 받고 질문자도 선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서승욱 지회장 역시 “댓글로 참여가 가능한데 왜 따로 질문과 참여자를 선출했는지 의문이다. (방송 댓글은) 질문이 아니라 보조적인 수단일 수 있지만, 진행 전 확답하긴 어렵다”며 “행사가 어떤 방향이든 회사가 지금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크루(직원)들이 바라는 건 공식적인 답변이 아니라 소통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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