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빙자한 일방적인 의사소통이었다.(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 네이버가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직접 나서 ‘스톡옵션’으로 직원들 달래기에 나섰지만, 노동조합은 갈등이 촉발된 계기인 성과급과 관련해서는 사측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25일 오후 2시 네이버는 온라인 사내간담회 ‘컴패니언 데이’를 열었다. 이해진 GIO와 한성숙 대표,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참석해 3000여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보상철학과 구조를 설명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간담회에서 한성숙 대표는 성과급 불만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새로운 도전이 성장해서 결실을 맺기까지 바로 매출로 가시화되지 않는 것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성”이라며 “장기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보상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글로벌 움직임에 맞는, 차별화된 새로운 복지 제도를 고민 중이다. 총 보상 차원에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 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스톡옵션으로 달래기...노조 “유리한 것만 골라 답하나”

앞서 네이버 노동조합(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지난 6일 전 임직원에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나, 성과급은 그에 못 미친다”며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메일을 보냈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간 매출 5조3041억원, 영업이익 1조215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8%, 5.2%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고 실적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자,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기대 이하의 연봉 인상률도 도마에 올랐다.

노사 갈등이 커지자 네이버는 이해진 GIO·한성숙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사내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네이버에서 성과급을 지급하고 추가 설명회가 열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내놓은 대답은 ‘전 직원 스톡옵션’ 제도였다. 네이버는 지난 2019년부터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봉과 인센티브 외에 별도로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직원 3253명에게 총 11만4143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이는 시총 규모가 매우 큰 상장사로서는 드문 사례라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한 대표는 “수년 전의 도전이 외부로 결실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미래가치도 전 직원들이 주주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상장사로서는 유례없는 보상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해진 GIO는 “올해 진심으로 가장 기쁜 일 중 하나는 고생해준 직원들이 과거에 만들었던 성과에 대해 처음으로 그 가치를 스톡옵션을 통해 주주뿐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나누게 된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에선 ‘일방적인 의사소통’이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네이버 노조는 간담회 직후 공식입장을 통해 “소통을 빙자한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소통에 노동조합은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답변을 요구했던 △직원 인센티브의 정확한 지급 금액·비율 공개 △일방적인 인력 이동 △임원·일반직원 보상의 불공정성 △인센티브 비율 책정 재고 △직군별 차등 보상 △하석상대식 배분 등의 문제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대외적으로 창업주와 대표가 직접 ‘소통’에 나선다며 설명회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일방적인 입장 전달이었다”며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고, 답변하기 유리한 것만 골라 답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노조는 컴패니언 데이를 전 계열사로 확대 개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사측에 전달한 불공정한 보상·계열사 직원 차별 등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행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이해진 GIO는 “사업을 위해 재무적 투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를 중심으로 늘 고민하고 있다”며 2주 후에 글로벌 도전 전략에 대해 사내에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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