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를 담당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가 출범 5년차를 맞은 가운데, 제평위의 존재 목적과 구조를 재설정하고 포털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네이버TV와 카카오TV를 통해 생중계된 ‘제평위 5년간의 공과(功過)’ 세미나에는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유경한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제평위의 지난 행보를 돌아보고 개선이 필요한 논의점들에 대해 발제했다. 토론 패널로는 제평위 심의위원회 활동 경력이 있는 김성순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 이근영 프레시안 경영대표, 이희정 전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 실장, 임장원 KBS 보도본부 시사제작국 국장, 이선민 시청자미디어재단 정책연구팀 박사가 참여했다.

▲  세미나 사회자는 김영욱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왼쪽 첫 번째)가 맡았다 (사진=세미나 영상 갈무리)
▲ 세미나 사회자는 김영욱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왼쪽 첫 번째)가 맡았다 (사진=세미나 영상 갈무리)

이날 세미나에서는 제평위의 구조적 한계와 실효성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배 교수는 "지난 5년간 제평위는 매 기수마다 30명의 위원들이 난상토론을 벌이는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는 제평위라는 조직의 정체성이 모호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놓인 위원들이 언론과 포털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을 합의해야 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배 교수는 제평위 출범으로 개인 기업이 통제하던 포털 뉴스 생태계 관리가 사회적 거버넌스 기구로 이전된 점, 언론 입점·제재 기능을 통해 어뷰징과 선정적 기사 등 뉴스 생태계 교란 행위가 부분적으로 감소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제평위가 단순히 포털의 뉴스제휴 평가를 대신하는 외부기관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닌지, 사회적 거버넌스 구조에 상응한 공적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다.

배 교수는 "앞으로 개편될 '제평위 2.0'는 무엇보다 저널리즘 가치를 중시하며 포털 뉴스에 대한 여러 사회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심의 역할은 부차적으로 가져가되 뉴스 생태계의 새로운 공적 질서 형성에 앞장서는 제평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개선안 중 이날 패널들의 호응을 얻은 건 '파괴적 혁신' 안이다. 기존 제평위 구조를 탈피하고 계약 당사자인 포털과 언론계 대표, 이용자와 전문가 등 공적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 결정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뉴스 계약의 주체인 포털이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자기결정권과 책무성이 제고될 것이란 기대, 그리고 포털과 언론의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공적 이해관계자들과 조정하는 협치도 가능하리란 분석이다.

▲  배 교수가 제안한 제평위 2.0 방향성과 원칙 (사진=세미나 영상 갈무리)
▲ 배 교수가 제안한 제평위 2.0 방향성과 원칙 (사진=세미나 영상 갈무리)

유 교수는 포털 뉴스 입점에 대한 제평위의 심사 기준이 불합리한 부분들을 문제 삼았다. 그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 뉴스 검색제휴 심사의 경우 탈락률은 약 90%다. 특히 2018년 심사 기준에서 위원들에 의한 정성평가 비중이 높아지며 탈락률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배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뉴스 소비는 약 78%가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에서 이뤄진다. 국내 뉴스 유통의 대부분이 포털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포털에 입점하지 못한 언론사는 사실상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유 교수는 "입점 탈락률이 90%에 육박한다는 건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검색 중립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전체 제휴사 중 지역매체나 인종·젠더·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매체의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점도 지적했다. 나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포털 뉴스에 대한 입점 심사를 폐지하거나 최소화하는 대신, 뉴스 제재 기준을 지금보다 정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유 교수는 입점 심사 폐지 등을 통해 포털 뉴스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세미나 영상 갈무리)
▲ 유 교수는 입점 심사 폐지 등을 통해 포털 뉴스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세미나 영상 갈무리)

패널들도 제평위의 성격과 조직 개편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 변호사는 "시민과 언론에서도 제평위가 뉴스 생태계 전반의 문제를 관할하는 기구가 되길 바라고 있다"며 "현재는 광고성 기사 관리 등 주요 생태계 현안을 다루기 어려운 구조이고 포털에서도 제평위 기능을 뉴스 제휴에 대한 계약 권한에 한정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제평위는 앞으로 뉴스 생태계 전반에 유의미한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현재 운영위의 역할은 유명무실한 만큼 '포털뉴스 서비스 위원회' 등을 신설해 제평위의 기능과 역할을 심사·입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의 무신경함을 비판하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이 실장은 "포털은 뉴스 문제에 대한 귀찮은 문제는 제평위라는 '문지기'에 맡겨 두고 정작 중요한 결정은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는 의심이 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례로 2019년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새로운 뉴스 서비스 정책 논의 당시에도 정작 언론인들은 철저히 배제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제평위가 지금처럼 단순히 입점 문제만 다루는 것은 존재 의미가 미약하다"며 "포털도 언론과 함께 저널리즘의 미래를 함께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  세미나 토론 패널로 참석한 김성순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 (사진=세미나 영상 갈무리)
▲ 세미나 토론 패널로 참석한 김성순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 (사진=세미나 영상 갈무리)

김 변호사는 "포털도 뉴스 생태계의 '선수'인데 왜 '링'만 깔아 놓은 채 올라오지 않는지 궁금하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날 세미나에 양사의 뉴스 콘텐츠 관련 인사는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제평위는 포털 뉴스 유통에 대한 공적 책무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화된 2015년 국내 온라인 뉴스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 목표로 설립된 독립기구다. 매 기수 언론 유관단체 및 이용자 단체, 학계 및 전문가 단체 등 15개 단체에서 추천한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각 위원들은 조직 관리를 담당하는 운영위원회와 언론의 포털 입점·제제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에 속해 활동한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