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먼데이]미디움, 블록체인 가속기 쏜다…"레드햇 닮은 성공 신화 쓸 것"

발행일 2021-03-01 08:35:04
2020년 시장조사기관 포춘인사이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형 블록체인 시장은 매년 38%씩 성장해 2025년 210억달러(약 23조3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높은 투명성과 무결성을 바탕으로 △금융 △제조 △의료 △에너지 △공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인프라를 혁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이미 IBM,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유명 ICT 기업들이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서도 독특한 기술과 전략으로 출사표를 던진 스타트업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바로 미디움(Medium)입니다.

미디움은 국내외 통틀어 몇 없는 '블록체인 가속기' 개발 기업입니다. 블록체인 가속기는 블록체인 시스템의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말하는데요. 현재 기업형 블록체인 솔루션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하이퍼레저 패브릭' 프레임워크의 초당 명령어 처리 속도(TPS)는 약 3500대입니다. 미디움은 독자 개발한 MDL 소프트웨어형 가속기를 사용하면 이보다 약 3~4배 빠른 1만4000TPS(한국시험인증원 평가)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대폭  빨라진 처리 속도를 바탕으로 기존에 블록체인만으로 구현이 어려웠던 대규모 서비스, 이를테면 은행 간 통합 결제망이나 국가 기반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등에서도 블록체인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MDL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김판종 미디움 대표

그러나 미디움의 고민은 우수한 기술을 확보했음에도 판로 확보가 녹록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보통 대기업일수록 신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데요. 김판종 미디움 대표는 "블록체인도 아직은 비교적 신생 기술로 여겨지고 MDL 성능에 대한  수요 기업들의 기술 검증 과정도 까다로운 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업마다 제각각인 요구사항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해외 비즈니스도 어려워지면서 미디움은 한가지 결단에 나서는데요. 바로 MDL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수년의 연구가 집약된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한다는 건 사실 누가 봐도 '도박'에 가까운 일입니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공짜로 나눠준다는 말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인데요. 김 대표는 "과거 레드햇이 이뤄낸 성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잠시 레드햇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레드햇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픈소스 솔루션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탄생하기 전에는 무료로 공개된 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못했는데요. 레드햇은 오픈소스의 맹점을 역이용해 이 같은 통념을 뒤엎었습니다. 오픈소스 생태계의 강점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누구나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안정성이 낮고 즉각적인 문제 대응도 어렵다는 점이 기업이 오픈소스를 도입하기 전 가장 고민하던 지점이었는데요. 이점에 착안한 레드햇은 기업을 위한 엔터프라이즈 오픈소스 제품을 무료로 배포하되 추가 개발이나 유지보수에는 돈을 받는 사업 모델을 선보여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2018년에는 무료 3조5000억원대의 연매출을 거뒀고 같은 해 IBM이 레드햇을 약 40조원에 인수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죠.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8 데모 화면 (자료=레드햇 유튜브 영상 갈무리)

미디움은 레드과 같은 전략이 기업형 블록체인 시장에서도 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미디움이 2020년 자체적으로 조사한 글로벌 잠재 기업 고객의 수는 약 2500개에 이르는데요. 이를 중심으로 올해 하반기까진 약 5000개 기업에 1만5000TPS급 MDL 블록체인 솔루션을 무료로 배포한다는 방침입니다.

김 대표는 "이번 결정이 미디움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요 기업들의 편의를 고려한 배포용 솔루션도 따로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김 대표에 따르면 배포용 MDL 솔루션은 하이퍼레저 패브릭 1.4.x 버전과 2.2.x 버전을 모두 지원하며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또 기업 수요에 따라 노드(Node)를 증설하거나 체인코드(Smart Contract) 배포·연동을 돕는 기능, 쿠버네티스 기반의 워크로드 분산 대응 및 디앱(DApp) 구현이 가능하며 무료 배포판으로도 일정 수준의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이 가능합니다. 아울러 배포용 솔루션은 약 10분 이내에 설치 가능한 '인스톨러(Installer)' 형태로 제공되는데요. 보통 블록체인 시스템을 설치하고 최적화된 환경 설정을 갖추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 시간 이상임을 감안하면 테스트에 필요한 시간이 극단적으로 단축되는 셈입니다.

 
하드웨어형 MDL 렌더링 컨셉 이미지, 소프트웨어 버전 이미지는 아직 공개 전이다 (자료=미디움)

미디움에겐 두 가지 결과가 남아 있습니다. 만약 미디움의 예상대로 된다면 과거 레드햇이 그랬던 것처럼 전세계 수요 기업을 대상으로 구독료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질 겁니다. 또 무료 배포와 그에 따른 성공 사례 발굴을 통해 '입소문'이 퍼진다면 추가 고객 확보에서도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겠지요. 미디움은 나아가 전세계 블록체인 기반 IT 서비스, 금융, 의료,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성능 블록체인 도입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물론 미디움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 여부를 떠나 미디움의 선택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그 과감성과 비전에 있습니다. 프로젝트 하나쯤이야 실패해도 그만인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핵심 제품 하나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합니다. 그만큼 이를 무료로 배포한다는 건 그만큼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지 천명인 셈이죠. 또한 오픈소스의 성공 신화를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재현하겠다는 비전 역시 그 결과가 기대되는데요. 과연 미디움의 베팅이 소리 없는 미풍에 그칠지, 아니면 전세계 블록체인 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나비효과를 일으킬지는 앞으로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은 근본적으로 신뢰의 기술"이라며 "고객의 실제적 경험을 통해 그 가치가 증명될 것이며 우리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무료 배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레드햇, 빅데이터 분야의 클라우데라가 그들만의 시장을 개척했던 것처럼 미디움도 가트너가 예측했던 '2030년 블록체인 시장 3100조원 시대'를 여는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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