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CI.(사진=각사)
▲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CI.(사진=각사)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코나 일렉트릭의 잇단 화재 사태로 인한 리콜 비용에 전격 합의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약 1조원 규모의 리콜 비용에 대해 각각 3:7 비율로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분담 비율을 두고 양사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리콜 비용을 분담하기로 하면서 '배터리 화재 사태'는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다.

다만 현대차는 전기차 시대로 전환을 앞두고 품질 문제가 불거져 이미지 손상이 불가피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왕좌'를 두고 국내 업체와 중국 업체와 경쟁 중인데, 화재가 발생해 치명타를 입게 됐다. 전기차는 배터리의 고온 및 발열로 화재 위험성이 안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천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사실상 적자를 냈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4일 코나 EV 등 전기차 8만1701대의 리콜 비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전기차 리콜 비용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고, 이날 합의에 이르게 됐다. 현대차는 2017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생산된 △코나 EV(7만5680대) △아이오닉 EV(5716대) △일렉시티 버스(305대) 등 총 8만1701대를 리콜한다. 양사는 이 기간 동안 생산된 차량의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BSA)를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이번 리콜은 최근 국토부가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  현대차 코나 화재 사고 현황.(자료=언론 등)
▲ 현대차 코나 화재 사고 현황.(자료=언론 등)

다만 리콜 비용과 분담 비율에 관련해서는 양사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전지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62%를 부담하고, 현대차가 38%를 부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각각 30%, 70%를 부담한다고 밝히고 있다. 양사의 분담 비율에 따라서 리콜 비용 규모도 달라진다. 이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추정치이지만, 양사가 분담 비율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정확한 리콜 비용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555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았고, 이를 LG화학의 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업계는 리콜 비용이 1조원을 조금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약 1000억원을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리콜 비용이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총 2차례 충당금을 쌓았다. 이날 현대차는 정정 공시를 통해 3866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전기차 화재로 쌓은 충당금은 총 425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리콜 비용을 환산하면 1조4000억원으로 증가한다. 현대차가 30%를 부담하고, LG에너지솔루션이 나머지 70%를 부담할 것으로 가정한 수치다.

이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셀 불량으로 치뤄야 할 비용은 약 1조원으로 불어난다. 올해 1분기 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경우 적자가 불가피한 규모다.

▲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화재 충당금 설정 후 영업이익 변화.(자료=금융감독원)
▲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화재 충당금 설정 후 영업이익 변화.(자료=금융감독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8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분기 5550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지난해 171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 45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흑자를 냈지만 리콜 비용으로 적자를 냈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리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합의가 절실해졌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합의금을 받아야 리콜 비용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전지사업부(현 에너지솔루션) 직원 70여명을 데려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합의금을 요구할 명분을 얻게 됐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조 단위 합의금을 지급할 경우 손익분기점(BEP) 전환 시기는 더욱 늦춰지게 된다. 양사 모두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물러설 수 없는 협상을 벌이는 이유다.

▲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 추이. 지난해 4분기 충당금 반영으로 적자 전환.(자료=LG화학)
▲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 추이. 지난해 4분기 충당금 반영으로 적자 전환.(자료=LG화학)

양사 모두 코나 EV의 화재 사고로 인해 품질과 신뢰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입게 됐다. 현대차는 "고객 불편과 시장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데 LG에너지솔루션과 뜻을 같이하고 리콜 비용 분담에 대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적극적인 고객 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품질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하여 리콜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에 대해 양사가 분담을 하기로 협의하였고, 합리적인 수준의 비용을 충당금으로 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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