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구현모 대표 취임 1년…KT, '디지털 플랫폼'으로 변신중

발행일 2021-03-05 17:00:52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구현모 KT 대표.(사진=KT)


11년만에 탄생한 KT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 구현모 대표가 곧 취임 1주년을 맞이합니다. 구 대표는 지난 2019년말 KT의 CEO 공모를 통해 전·현직 KT 임원 및 외부 인사들과 경쟁을 펼친 끝에 이사회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구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30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취임했습니다. 구 대표는 이석채·황창규 등 외부 출신 전직 CEO들과 달리 연구원으로 입사해 34년간 KT에만 몸담은 정통 KT맨입니다. 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대해 잘 아는 인사이다보니 그만큼 회사 내부의 기대도 컸습니다.

그는 취임사에서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5G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빠르고 유연하게 제공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바꿀 것은 바꾸자"고 말하며 KT의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이후 구 대표는 KT를 통신사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며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나타냈습니다.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뜻을 내비쳤죠. 그가 취임한지 1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KT의 지난해 주가·실적·M&A 현황을 점검하는 것은 구 대표의 의지대로 KT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평가하고 올해 이후를 전망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1년간 KT 주가 흐름. (단위: 원, 자료=KT 홈페이지)


먼저 기업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주가입니다. 통신사인 KT의 주가는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꼽힙니다. 경기방어주는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기업의 주식을 말합니다. 전력·가스·철도 등 공공재와 의약품·식료품·주류 등 생활필수품 관련 종목이 이에 해당하죠. 통신은 사기업이 서비스하고 있지만 정부로부터 경매를 통해 독점적으로 할당받는 주파수를 사용하고 전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이다보니 KT의 주가도 경기방어주에 속합니다. 이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죠. 경기방어주는 경기 하강국면에 다른 종목보다 주가 방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경기 상승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오르는 것은 단점으로 꼽힙니다.

KT의 주가도 최근 5년을 놓고 보면 2~3만원대를 오갔을 뿐 크게 오르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이 코스피에도 몰아쳐 KT의 주가도 3월 한때 1만7000원 초반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하지만 KT 주가는 차츰 회복하면서 현재는 2만원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5일 KT의 주가는 전날보다 1.14% 떨어진 2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현재 KT의 주가는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과 비교하면 올랐지만 정확히 1년전인 2020년 3월5일의 2만4300원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최근 1~2개월 사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시중의 돈이 증시로 몰리며 코스피도 상승세를 이어갔죠. 이러한 상승장에서도 KT의 주가는 별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KT의 주가는 구 대표의 고민거리이기도 합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의 실제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너무 저평가된 것이 가장 큰 고민중 하나"라며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쟁사인 SKT는 미디어·커머스·보안 등 '뉴ICT' 사업에 힘을 쏟으며 '탈통신'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는 KT보다는 주가 상승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22만원 초반대였던 SKT의 주가는 5일 24만400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구 대표는 지난해 3월(5234주)과 12월(4000주)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내보이며 주가 부양에 나섰습니다. 구 대표뿐 아니라 주요 KT 임원들도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며 시장에 회사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죠. 하지만 KT의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어 구 대표의 주가 부양에 대한 고민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KT 실적발표)


다음은 실적입니다. KT의 2020년 전체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 23조9167억원, 영업이익 1조1841억원입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1% 증가했습니다. 2019년과 비슷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AI(인공지능)·DX(디지털 혁신) 사업부문의 약진은 눈에 띄었습니다. AI·DX 부문은 2020년 매출은 55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습니다. 이는 KT의 전 사업부문을 통틀어 가장 큰 매출 상승폭입니다. AI·DX 부문에는 △IDC(인터넷데이터세터) △클라우드 △비즈메카 △AI 플랫폼 △블록체인 △스마트 모빌리티 등이 포함됩니다. 구 대표가 강조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성장해야 하는 사업들입니다. KT가 2021년 이후에도 AI·DX 부문에서 성장을 이어갈지 관심입니다. 지난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업들이 DX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면 올해는 기업들의 DX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그만큼 KT를 비롯한 DX 시장을 노리는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겠죠. KT와 함께 탈통신에 힘을 쏟고 있는 SKT·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삼성SDS·LG CNS·SK㈜ C&C 등 대형 IT서비스 기업, 네이버 클라우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시장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습니다. KT가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구 대표는 올해 적극적인 M&A를 예고했습니다. 우선 KT가 시장 1위인 유료방송 시장에서 M&A가 예상됩니다.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케이블TV 현대HCN의 인수를 발표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케이블TV 딜라이브의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LG유플러스가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하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합병하면서 KT를 추격하기 시작했죠. 이에 KT는 현대HCN과 딜라이브까지 인수하며 유료방송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한다는 방침입니다.

KT는 올해 1월 콘텐츠 전문 기업 'KT 스튜디오지니'도 설립했습니다. KT 스튜디오지니는 웹소설·웹툰 전문 자회사 스토리위즈를 통해 발굴한 원천 IP(지적재산권)를 중심으로 국내 제작사들과 협업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유망한 콘텐츠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구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M&A에는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가 구 대표가 KT를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반을 닦은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신 사업을 주력으로 했던 회사를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진통도 따를 것입니다. KT는 산업용 무전기 전문 자회사 KT파워텔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KT파워텔의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갑작스런 매각에 반대하고 나선 것입니다. 계열사들을 통합하거나 매각하는 작업은 추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사의 체질 개선 과정에서 직원들의 공감을 얻는 것도 구 대표의 몫입니다. 국내 대표 통신사 KT가 DX 시대를 선도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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