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넷플릭스 잡아라…SKT 웨이브·KT 시즌, '통신 OTT' 뛴다

발행일 2021-03-08 17:02:22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넷플릭스의 성공으로 촉발된 온라인영상서비스(OTT)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전세계 OTT 시장 규모는 2024년까지 5년간 약 두 배 성장해 868억달러(약 92조원)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국내도 비슷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9년 시장 평가 보고서에서 2016년 3069억원이었던 국내 OTT 시장 규모가 2020년 780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하리라 전망한 바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OTT 왕좌는 넷플릭스의 몫입니다. 최근 디즈니플러스 등 강력한 경쟁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선점 효과를 무시하긴 어려우니까요. 2020년 전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는 약 2억명에 달합니다. 더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유료 가입자 수만 4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무료 가입자를 더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보입니다. 디즈니플러스도 현재 유료 구독자 1억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빠른 속도로 넷플릭스를 추격 중이죠. 올해 한국시장 진출도 예상됩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로고


이처럼 외산 OTT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응도 분주해지는 모습입니다. 티빙, 왓챠 등 전통적인 OTT 사업자 외에도 2021년은 특히 콘텐츠 사업 경쟁력 확대를 전면 목표로 내세운 이동통신사들도 자체 OTT 플랫폼 사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인데요. SK텔레콤의 '웨이브(Wavve)'와 KT의 '시즌(Seezn)'이 대표적입니다.

OTT는 이통사 입장에서 꽤 매력적인 사업 분야입니다. 통신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구독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용자들의 다양한 취향 데이터를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2020년 이통사 효자 사업으로 급부상한 IPTV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죠.

웨이브는 2019년 SKT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 출범한 방송·통신 연합 OTT 플랫폼입니다. 대주주는 30%의 지분을 보유한 SKT입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국내 점유율이 높아지던 가운데 이에 대응하고자 SKT의 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OTT '푹(POOQ)' 서비스가 합쳐져 탄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출범 초기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는데요. 웨이브에 따르면 2021년 웨이브의 유·무료 통합 전체 가입자 수는 1000만명에 달합니다. 국민 5명 중 1명이 웨이브 가입자인 셈입니다. 2020년 9월 출범 1주년 당시에는 주요 성적으로 콘텐츠 1000만뷰 달성, 유료 가입자 3배 성장 등을 내세웠습니다.

현재 웨이브가 제공하는 콘텐츠 수는 약 35만편에 이릅니다. 그중 지상파 콘텐츠가 대거 포함된 방대한 규모의 로컬 콘텐츠 보유량은 이태현 웨이브 대표도 자사의 강점으로 꼽는 부분입니다. 실제 국내외 OTT 플랫폼에서 국내 사용자들의 로컬 콘텐츠 소비 비중은 상당히 높은데요. 넷플릭스만 하더라도 8일 기준 '오늘의 한국 TOP 10 콘텐츠' 순위에서 7개 콘텐츠가 한국 드라마, 영화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국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넷플릭스(왼쪽)와 웨이브 서비스 화면 (자료=각 앱 갈무리)


반면, OTT 업계의 화두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 웨이브는 아직 미흡합니다. 웨이브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불과 16편입니다. 지금까진 사실상 국내 방송 콘텐츠를 중심으로 기반을 다져온 셈이죠. 유효한 전략이긴 하나 맹점은 독창성의 부재입니다. 꼭 웨이브가 아니라도 볼 수 있는 방송 VOD 등은 웨이브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자가 나타날 경우 언제든 이용자 이탈이 발생할 수 있는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는 OTT 업계가 플랫폼마다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웨이브도 손 놓고 있지 않습니다. 올해부터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할 예정인데요. 웨이브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는 지난 1월 확보한 800억원의 투자금을 드라마·예능을 포함해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독점 공급이 가능한 해외 시리즈물 확보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NBC 유니버셜과 협력해 글로벌 콘텐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리스트 (자료=콘텐츠웨이브)


웨이브 관계자는 "매주 공급, 누적되는 로컬 콘텐츠 라이브러리와 함께 월정액 영화를 6000여편으로 확대하는 등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처럼 당분간은 해외 OTT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인기 로컬 콘텐츠 중심으로 승부하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건은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웨이브를 상징할 만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시즌은 2019년 11월 KT가 자사의 OTT '올레tv 모바일'을 개편한 플랫폼입니다. 출범 당시 4K UHD 영화 제공 및 업그레이드된 사운드 환경 등을 내세우는 고품질 전략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습니다. 시즌은 가입자 수를 공식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리서치 전문업체 닐슨코리아클릭 등에 따르면 출범 후 두 달 만에 약 300만 가입자를 확보했고,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시즌도 지난해 11월 출범 1주년을 맞아 다양한 성과를 공개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모바일 앱의 성장입니다. KT에 따르면 올레tv 모바일에서 시즌으로 새롭게 론칭한 이후 앱 다운로드 수는 40% 증가하고 타사 고객의 앱 다운로드 비율도 2019년 대비 40% 높아졌다고 합니다. 또 지상파 콘텐츠 중심의 웨이브와 달리 스포츠, 예능, 음악 등 콘텐츠 다변화로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즌 1주년 인포그래픽 일부 (자료=KT)


현재 시즌이 보유한 전체 콘텐츠는 약 26만편입니다. 웨이브보다 콘텐츠 수는 적지만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수는 160여개 타이틀로 10배에 달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지금까지는 예능 중심의 숏폼 콘텐츠입니다. 2021년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드폼 드라마, 영화 등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기반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중장기적으론 2023년까지 대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 10~20개 수준으로 제작한다는 목표입니다.

시즌도 넷플릭스와의 경쟁 토대는 로컬 콘텐츠에 두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 없는 실시간 방송 채널 서비스를 비롯해 언택트 라이브 공연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포맷으로 승부를 보고 있죠. 또 최근 양방향 라이브 커머스처럼 OTT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대 시도에도 나서고 있는데요. OTT와 커머스란 이종 영역의 만남이 얼마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입니다.

KT는 조만간 'KT 스튜디오지니'란 콘텐츠 전문 법인을 출범할 예정입니다. 웹소설·웹툰 전문 자회사인 스토리위즈를 통해 원천 IP에 대한 영상화 및 이를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업무를 수행하게 될 법인입니다. KT는 시즌을 스튜디오 지니의 자회사로 만드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아가 KT 그룹이 보유한 1200만명 이상의 미디어 플랫폼 가입자 이용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흥행 예측 모델 적용 등 기술적 경쟁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2월 개봉한 배주현(아이린), 신승호 주연의 KT 미드폼 오리지널 영화 더블패티 포스터 (사진=KT)


이들 통신 OTT는 이제야 본격적인 성장 채비를 마친 신규 플랫폼입니다. 사실 웨이브나 시즌이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성장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시장 진입도 한발 늦었을뿐더러, 억 단위와 가입자와 천문학적인 콘텐츠 투자비로 무장한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와의 체급 차이 또한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또 디즈니플러스까지 올해 국내에 진출한다면 사실상 OTT 업계에서도 안드로이드-iOS 같은 양강 구도가 확립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죠.

다만, OTT 사업 시도 자체를 폄훼하긴 이릅니다. 그보단 전략적인 관점에서 두고 볼 필요가 있는데요. 웨이브와 시즌 모두 계란으로 직접 바위 치는 식의 무모한 경쟁은 피하고 있습니다. 그보단 외산 OTT의 약점은 로컬 콘텐츠에 우선 집중함으로써 안방 사수 기반을 마련했고 내·외부 투자를 통해 자체 콘텐츠와 외부 서비스 역량을 확대해 나가는 식으로 자체 경쟁력을 만들어나가는 중입니다. 여기에 국내 한정이긴 하나, 이동통신사라는 강점을 살리면 통신 요금제 및 IPTV 등과 상품을 연계하는 가성비 전략도 추구할 수 있죠.

과거 네이버와 다음의 포털 서비스도 초기엔 국내 사용자 맞춤형 전략에 집중함으로써 구글과 야후 등 외산 검색엔진의 포화를 견뎌 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역으로 해외에 콘텐츠를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는데요. 이들 또한 20년전 그 작은 기틀을 다져 두지 못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미래입니다. 국내 통신 OTT 플랫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통사들은 이미 다양한 미디어·IP 자원과 함께 초기 네이버, 다음에 없었던 첨단 IT 기술들을 보유한 사업자입니다. 이를 잘 활용해 수년 후에는 K-OTT 플랫폼이 전세계 한류 보급을 위한 새로운 전진기지로 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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