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1조' 손상차손 반영한 OCI, ’현대차∙포스코’와 신사업 박차

발행일 2021-03-09 16:30:01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OCI가 국내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기 전인 2019년 말 무려 7500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습니다. 손상차손이란 자산가치가 감소해 회복하기 어려울 경우 이를 회계상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화기 생산 공장을 세웠는데 핸드폰이 발명돼 전화기가 팔리지 않고, 이에 따라 공장이 쓸모 없어진 경우에 빗대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손상차손의 원인은 바로 군산 폴리실리콘 설비였습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의 국제 가격이 급락하고 시장 경쟁이 심화하며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적자가 지속된 탓이죠.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수요 축소와 공급확대가 맞물리며 폴리실리콘의 생산비용과 판매가격 간 차이가 줄어들었습니다. 만들어 팔아봤자 적자만 발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죠. 연간 기준으로 OCI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개 사업연도 동안 약 3300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OCI는 지난해 초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OCI의 손실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OCI가 최근 공시한 2020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추가적으로 2450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당초 일부 설비를 재사용하려 했으나 계획에 차질이 생긴 탓입니다.

OCI는 이에 대해 “즉시 활용 계획이 없는 미사용 설비에 대한 자산손상차손 인식했다”며 “손상차손 대상 설비들은 2019년 결산 당시에는 활용방안 논의가 진행 중으로 손상처리 제외되었으나, COVID-19 등의 대외 변수로 진행이 중단됐다”고 했습니다.

OCI의 유형자산 손상차손은 규모가 상당해 핵심 감사사항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OCI의 연결재무제표 감사를 실시한 안진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던 군산공장의 일부 유형자산 규모가 유의적이며 사업환경 변화와 투자 중단상태의 지속으로 인해 유형자산의 손상 징후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번 손실은 향후 회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OCI는 ”2020년 4분기 손상차손 인식 유휴 설비들은 품질 및 성능 유지를 위해 관리 중이며, 향후 설비 재사용 여부에 따라 일부 자산 재평가 및 환입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OCI가 2019년과 2020년 폴리실리콘 사업과 관련해 인식한 손상차손은 1조원에 육박합니다. 2006년부터 핵심 사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벌였던 터라 그에 따른 손실도 컸던 것이죠.

OCI 손상차손 처리 규모.(출처=OCI IR자료.)


OCI가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2020년 4분기 IR자료에 따르면 군산 폴리실리콘 생산라인 P1∙P2∙P3의 손상차손 반영 후 잔존가치는 910억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P4는 130억원이구요. 4개 생산라인 잔존가치의 합은 1040억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번 손상차손 반영으로 더 이상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OCI가 밝혔듯이 미사용 설비를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하니, 오히려 모든 악재를 떨쳐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 철수를 계기로 OCI는 현재 과감하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군산 공장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죠. OCI는 올해 대형 수요처들과 계약을 늘려 약 2000톤의 판매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동시에 말레이시아 태양광 폴리실리콘 공장의 원가절감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부터 베이직케미칼 부문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수익규모를 늘려나가고 있죠. OCI는 “말레이시아 공장 풀가동으로 폴리실리콘 생산량 전분기 대비 약 50% 증가했으며 제조원가 약 18%를 절감했다”고 밝혔습니다.

OCI와 현대차가 추진하는 전기차 배터리 활용 ESS 사업 개요.(출처=OCI IR자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국내 다른 대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한 신사업 확대입니다. 올 초 OCI는 현대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미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ESS에 재사용하는 사업입니다. 아직 실증사업 단계긴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높은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사업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OCI는 포스코와는 고순도 과산화수소를 함께 생산합니다. 올 1월 포스코케미칼과 합작해 만든 법인 피앤오케미칼은 과산화수소 생산공장 건설에 돌입했습니다. OCI가 49%, 포스코케미칼이 51%의 지분을 투자했구요. 오는 2022년 2분기 준공 후 시운전을 거쳐 상업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입니다. 과산화수소는 대표적인 산화제 중 하나로, 고순도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태양광과 같은 산업에서 세척 용도로 사용됩니다.

OCI와 포스코케미칼이 합작해 만든 피앤오케미칼 고순도 과산화수소 사업 로드맵.(출처=OCI IR자료.)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 중단이 OCI에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회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업인 데다 오랜 기간 대규모 투자를 벌여왔으니까요. 다만 이는 그만큼 변화에 대한 의지가 컸다고도 볼 수 있죠. 과연 OCI가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집단과 협업을 통해 다시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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