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를 맞고 있는 유통업계의 트렌드를 들여다봅니다.

네이버와 이마트가 지분 교환을 통해 협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사실상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은 ‘네이버‧이마트‧CJ’ 대 쿠팡의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커머스 시장 지배력을 늘리기 위해 업종이 다른 세 개의 대기업이 연합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출혈경쟁을 일으키며 사세를 확장한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분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이마트는 약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와 이마트 두 업체 모두 이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나,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은 아니다.

네이버와 이마트가 지분 교환 계약을 맺을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네이버-이마트-CJ’의 초대형 연합군이 만들어진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말 CJ와 6000억원대 지분 교환을 실시하며 콘텐츠와 물류서비스에 대한 사업 제휴 방안을 맺은 바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의 네이버를 중심으로 택배 1위 CJ대한통운, 오프라인 할인점 1위 이마트가 협력하는 구조다.

세 대기업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협업에 나설지 구체적인 계획이 알려지진 않았다. 다만 지분교환을 통해 동맹 관계를 형성하는 만큼,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협업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분교환은 단순 사업제휴보다 훨씬 더 강력한 형태의 동맹으로 평가 받는다. 지분교환을 두고 ‘혈맹’이라고 표현이 나올 정도다. 교환 주식 수가 적더라도 상대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범 현대가 기업들처럼 오너일가가 친척이나 형제 관계일 때 지분교환을 하는 경우가 많다.

▲  (출처=교보증권 리포트 ‘쿠팡 상장, 네이버 커머스 재평가 기회’ 내 갈무리.)
▲ (출처=교보증권 리포트 ‘쿠팡 상장, 네이버 커머스 재평가 기회’ 내 갈무리.)

이번 연합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측된다. 2010년 온라인 쇼핑 사이트로 사업을 시작한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익일 배송시스템을 도입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로켓배송을 위해 미리 물품을 구매해 저장해 놓는 ‘풀필먼트 서비스’도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시장 트렌드를 이끌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사실상 단순 온라인 쇼핑 사업자에서 IT 및 물류 업체로 영역을 확대했다. 쿠팡은 상품의 저장과 배송을 직접 실행하고 있으며,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IT 신기술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성장세도 가팔랐다. 2016년 3조7000억원 수준의 거래액은 2020년 무려 20조9000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4%에서 13%로 상승해 네이버 17%에 이은 시장 2위 지위에 올랐다.

쿠팡은 현재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공모가격이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쿠팡이 대규모 자금 수혈에 성공할 경우 더욱 공격적인 투자도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업 방안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네이버, CJ, 이마트 각사의 장점을 더해 사업을 운영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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