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동영상서비스(OTT)가 안착하면서 '콘텐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습니다. 과거에는 콘텐츠를 중개하는 대가로 수익을 벌여들었던 기업들이 자체 제작 파이프라인을 만들게 된 이유입니다. 유통에 제작 인프라까지 더한 콘텐츠 밸류체인을 구축해 로열티까지 벌어들이기 때문이죠. 웹툰·웹소설을 기반으로 콘텐츠 홀더가 된 네이버와 카카오는 수 년 전부터 밸류체인을 구축해 제작과 유통 인프라를 넓혀갔습니다.

최근 네이버의 행보를 보면 이미 완성한 콘텐츠 밸류체인을 세분화 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모습입니다. 이는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을 진행중인 계열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  (사진=플레이리스트, 세미콜론스튜디오)
▲ (사진=플레이리스트, 세미콜론스튜디오)

웹 콘텐츠 제작사인 '플레이리스트'와 '세미콜론스튜디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네이버는 자회사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을 통해 플레이리스트와 세미콜론스튜디오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양사가 공동 출자하는 방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는데요. 플레이리스트의 경우 지난 2017년 양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이후 지분율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세미콜론스튜디오는 플레이리스트와 다릅니다. 수 년간 스노우가 지분율을 높이며 네이버웹툰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요. 같은 듯 다른 두 기업의 운영 전략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세미콜론은 어떻게 독립했나

2017년 스노우는 애플리케이션(앱) 홍보를 위해 웹드라마를 제작하는데요. 생각보다 큰 규모로 제작을 진행하다가 같은 해 5월 별도 법인을 설립한 것이 지금의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설립 초기에는 웹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온라인 영상물 제작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연애플레이리스트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못해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플레이리스트는 일약 웹 콘텐츠 제작사로 자리잡게 됩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입소문을 탄 웹 콘텐츠는 시즌4까지 이어지는 시리즈물로 이어졌죠. 그 사이 '에이틴' 등 MZ세대를 공략한 웹드라마도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옐로우'. '이런 꽃 같은 엔딩', '연애포차' 등 다양한 기획물을 만들게 됩니다. 웹드라마 제작 비중이 높아지다보니 영화를 비롯한 별도 콘텐츠에 집중하기는 어려운 구조가 됐죠.

▲  (사진=세미콜론스튜디오 SNS 갈무리)
▲ (사진=세미콜론스튜디오 SNS 갈무리)

네이버는 여기서 하나의 묘안을 생각하게 됩니다. 별도 법인을 설립해서 영화 제작 및 배급 사업을 영위하는 계획입니다. 플레이리스트가 웹드라마 플랫폼으로 굳어진 만큼 영화와 관련된 사업은 별도 법인에 맡기는 방식이죠.

그렇게 탄생한 곳이 세미콜론스튜디오입니다. 당시 플레이리스트 산하 콘텐츠 제작사인 세미콜론스튜디오는 2019년 8월 물적분할 후 영화·비디오물 및 프로그램 배급업을 담당하게 됩니다. 웹툰 IP 콘텐츠 제작 업무를 병행했던 세미콜론스튜디오가 영화 관련 사업으로 전향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볼 수 있죠.

분할 당시 5대5로 유지했던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의 지분율도 지난해 9월부터 달라지기 시작하는데요. 당시 스노우가 10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율 54.02%로 최대주주 위치에 올라섭니다.

MCN으로 접점 찾나

이때부터 스노우는 꾸준히 유상증자에 참여합니다. 지난 8일에도 유상증자로 10억원을 투자하면서 67.21%의 지분을 확보하는데요. 네이버웹툰의 경우 해당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지분율(32.79%)이 5% 가량 줄었습니다.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의 지분 비율이 바뀐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네이버웹툰은 웹툰·웹소설의 원천 IP를 확보한 콘텐츠 홀더입니다. 관련 IP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네이버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N'과 사업 시너지를 내고 있죠. 스튜디오N은 '타인은 지옥이다', '스위트홈' 등 네이버웹툰 IP 기반 드라마를 제작한 곳입니다. 플레이리스트 역시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만큼 네이버웹툰의 IP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창구입니다.

▲  세미콜론스튜디오 지분 변동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진=채성오 기자)
▲ 세미콜론스튜디오 지분 변동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진=채성오 기자)

반면 물적분할 후 사업 부문이 달라진 세미콜론스튜디오와는 접점을 찾기 어려워졌죠. 네이버웹툰이 세미콜론스튜디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결정적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네이버웹툰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네이버웹툰은 <블로터>에 "웹툰은 자체적인 IP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N이 있다"며 "추가 출자를 해서 세미콜론과 IP 콘텐츠를 제휴할 필요성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으니까요.

그렇다면 스노우는 왜 세미콜론스튜디오의 지분을 사 들이는 것일까요. 세미콜론스튜디오는 현재 영화 및 멀티채널네트워크(MCN)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 외 영화 배급 등의 업무도 담당하고 있죠. 코로나19 여파로 영화 산업이 위축됨에 따라 홀로서기한 지 2년이 되지 않은 세미콜론스튜디오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배급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줄어든 대신 자체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니까요. 실제로 세미콜론스튜디오의 2019년 연 매출은 5억1000만원이며 영업손실의 경우 7억4900만원입니다. 스노우의 꾸준한 유상증자는 세미콜론스튜디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죠.

▲  (사진=세미콜론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갈무리)
▲ (사진=세미콜론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갈무리)

특히 양사가 추진하고 있는 연계 사업이 없다는 부분에서 단순 투자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세미콜론스튜디오 관계자도 <블로터>에 "스노우와 직접적인 사업 연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다만 스노우가 세미콜론스튜디오와 접점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2016년 자회사 '라인'(LINE)의 미국·일본 증시 상장 후 500억원 규모 콘텐츠 투자 펀드를 결성하기로 했었는데요. 당시 스노우와 네이버웹툰 대표가 투자 자문으로 참여했습니다. 1인 크리에이터 창작 분야를 포함해 MCN 관련 콘텐츠 제작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고수했죠.

이를 미뤄볼 때 네이버의 MCN 사업을 자회사 스노우에서 담당하게 될 경우 현재 MCN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세미콜론스튜디오와 접점을 갖게 됩니다. 세미콜론스튜디오의 전문성을 살리는 한편 각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과연 네이버는 스노우를 통해 세미콜론스튜디오의 전문성을 살려낼 수 있을까요. 선택은 오로지 네이버의 몫이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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