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포스코)
▲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포스코)

정부 여당과 진보 성향 노동·시민단체의 '포스코 오너십' 흔들기가 거세다. 이들은 최 회장 체제 들어 산업안전 사고가 빈번했고, 내부 정보를 활용해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졌다는 주장을 펼친다. 포스코의 주주 또는 이해관계자는 아니지만 최정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여론이 이를 계기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최정우 회장 임기 동안 발생한 산재사고는 전임 회장 재임기간과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는 정부와 여당의 '포스코 흔들기'가 재현, 포스코 경영에 오히려 '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보유지분 11.10%)은 12일 열리는 포스코 주주총회에서 최정우 회장의 연임에 '중립' 의견을 행사하기로 했다. 중립 투표는 다른 주주의 찬성 또는 반대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최 회장의 연임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지만, 힘을 싣지 않는 방식으로 정부 여당의 의견에 동조했다. 사실상 불신임 의견을 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시장의 설명이다.

정부 여당과 시민사회가 최정우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건 산업안전 때문이다. 여당 내에서 최정우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의원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노웅래 의원, 윤미향 의원 등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포스코는 최고경영자가 책임지고 산업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주주가치 제고와 대주주의 전횡 제지 등을 이끌어 내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연임에 반대 의견을 내도록 에둘러 요구했다. 노웅래 의원은 같은달 "포스코는 멀지 않은 시기 사고가 발생할 것이고, 이를 방치할 수 없다"며 "포스코의 방만 경영과 부실경영을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의 발언은 최정우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 그룹 최고경영자인 최정우 회장이 산업안전에 게을리하면서 산재 사고가 집중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권오준 전 회장의 재임기간(2014년 ~ 2018년 7월)과 최정우 회장의 재임기간을 바교해보면 산재 인명 사고는 오히려 줄었다.

▲  포스코 최정우·권오준 회장 임기 중 산재 사망사고 현황.(자료=문진국 국민의힘 전 의원, 고용노동부)
▲ 포스코 최정우·권오준 회장 임기 중 산재 사망사고 현황.(자료=문진국 국민의힘 전 의원, 고용노동부)

문진국 국민의힘 전 의원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권오준 회장 1기(2014년~2016년) 동안 19건의 산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 회장 취임 후 인명 사고는 10건을 기록했다. 권오준 회장 1기 임기 동안 포스코 원청 노동자 2명이 사망했고, 하청 노동자 4명이 숨졌다. 포스코건설의 인명사고는 건설업 특성상 전원 하청업체에서 발생했다. 권 회장 임기 동안 숨진 포스코건설 하청직원은 13명에 달했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포스코 9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 회장 임기 동안 최소 10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이는 2018년 수치를 제외한 것으로 2019년과 2020년 동안 숨진 노동자를 취합한 것이다. 2018년 포스코 하청노동자 4명이 숨졌고, 포스코건설에서는 10명이 사망했다. 포스코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2018년 1월 발생한 것으로 권 전 회장 임기 때 발생한 것이다.

권오준 회장은 2014년 3월 취임했고, 2017년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이듬해 4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돌연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  포스코그룹 산재 사망사고 현황.(자료=고용노동부 등)
▲ 포스코그룹 산재 사망사고 현황.(자료=고용노동부 등)

이를 보면 노동자의 인명을 앗아가는 사망사고는 최정우 회장 때보다 권오준 회장 임기 때 더 많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포스코의 본업인 철강업은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것으로 위험 작업이 동반된다. 건설업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해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안전사고에 취약하다. 건설업은 제조업과 함께 산재사고가 가장 많은 업종이다.

포스코그룹의 최고 경영자는 생산활동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 전반에 안전을 중시하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안전사고의 책임을 그룹 최고경영자에게 지우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중대재해 처벌법의 국회 통과가 확실시 되면서 3년 동안 산업안전분야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위험 및 노후설비를 전수 조사해 다중 안전방호장치를 설치하고 안전 담당요원을 300명에서 600명으로 증원하기로 했다. 노동자가 안전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 역량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최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주총을 앞두고 포스코의 산재 사고가 도마에 올라 포화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 포스코 회장을 교체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역대 회장과 달리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전임 회장이 국정농단 때 깊숙히 관여해 '불명예' 퇴진을 한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포항제철소를 찾아 최정우 회장을 만났다.(사진=포스코)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포항제철소를 찾아 최정우 회장을 만났다.(사진=포스코)

최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네차례 만났다. 최 회장은 2018년 9월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경제계 인사로 참여했다. 이듬해 1월 열린 기업인과 대화, 같은해 7월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경제계 주요 인사 간담회에서도 여타 기업인과 함께 문 대통령을 만났다.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최 회장을 만났다.

이 때문에 여당 인사 중에서는 포스코가 문재인 정부 들어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에둘러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지난달 최정우 회장은 국회 산업재해청문회에 지병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여권 내에서는 최 회장의 출석 거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 회장의 연임에 대한 정부 여당 내 비판적인 메시지는 지난달 중순부터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회장 중 첫 비엔지니어 출신 회장으로 역대 회장과 비교해 정무적 감각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다"며 "이런 점을 이유로 정치권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고, 임기 말 여권의 포화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계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와 입장이 다르다. 산업계는 최정우 회장 체제 들어 포스코가 비수익 사업을 구조조정했고, 2차전지 소재 등 글로벌 인프라 분야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지속가능한 경영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위드 포스코(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를 경영이념으로 내세워 원·하청 관계를 개선했고, 지역사회와 벤처 산업에 공헌했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업계의 꼼꼼한 검증을 거친 끝에 연임이 결정됐다.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는 지난해 말 한달 여에 걸쳐 최 회장의 연임이 적합한 지 검증 과정을 진행했다. 후추위는 투자회사와 고객사,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인터뷰를 통해 최 회장의 경영성과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진행했다.

정문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최정우 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내 사업의 균형적이고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했고, 코로나19 등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철강사업의 회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2차전지 소재 등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해 미래기업 가치 향상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 의장은 "최 회장이 포스코의 장기적인 가치를 증진할 적임자라는데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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