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가격을 낮춘 새 폴더블폰을 선보일 전망이다. 최근 주요 제품들의 출고가를 낮추고 보급형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가성비 높이기 나선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폴더블폰 시장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한 행보로도 읽힌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DSCC의 로스 영 대표는 8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올해 최소 3개의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가격대의 클램셸(Clamshell) 폴더블폰 등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조개껍질'이란 의미의 클램셸은 삼성전자가 가로로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 Z 플립'에 적용한 디자인이다.

▲  클램셸 디자인이 적용된 갤럭시 Z 플립 5G (사진=삼성전자)
▲ 클램셸 디자인이 적용된 갤럭시 Z 플립 5G (사진=삼성전자)

폴더블폰은 지난 수년 간 차세대 스마트폰 폼팩터로 주목받아 왔지만 높은 가격대가 단점으로 지목돼 왔다. 삼성전자가 2020년 8월 출시한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2'의 출고가는 239만8000원이다. 같은 해 선보인 바(Bar)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20 울트라'의 출고가는 159만원으로, 같은 플래그십임에도 폴더블 모델 가격이 약 30% 이상 높다. 클램셸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 5G'의 출고가도 165만원으로 S20 울트라보다 높게 책정됐다. 당시 100만원대 전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던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던 가격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올해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주요 스마트폰 라인업의 출고가를 낮추고 보급형 라인업도 보강하고 있다. 다소 불안해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삼성전자는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9%로 15%의 애플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점유율이 10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졌다. 또 지난 겨울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 판매량이 최근까지 예상 밖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 입장에선 위기감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당초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출시한 '갤럭시 S21' 시리즈의 출고가부터 낮췄다. 갤럭시 S21의 기본형 모델 가격은 99만9900원으로 전작 갤럭시 S20의 기본형 모델 출고가 124만8500원 대비 약 20% 낮다. 플러스 모델과 울트라 모델 가격 출고가도 전작 대비 낮게 책정됐다. 가격 인하는 곧 판매량 반등으로 이어졌다. 5일 시장조사기관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갤럭시S 21 시리즈의 최근 4주간 국내 판매량은 약 59만대로 4년 전 갤럭시S8이 기록한 62만대와 근접한 수준으로 반등했다.

▲  갤럭시 S21 시리즈는 가격 인하 정책을 통해 높은 첫달 판매고를 달성했다 (사진=삼성전자(
▲ 갤럭시 S21 시리즈는 가격 인하 정책을 통해 높은 첫달 판매고를 달성했다 (사진=삼성전자(

만약 이 같은 가격 정책이 유지된다면 클램셸 폴더블폰의 보급형 모델 가격도 약 100만원대 초반에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면크기나 프로세서, 메모리 등 일부 스펙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삼성전자는 올해 새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5일 갤럭시Z 플립 5G의 출고가를 134만9700원으로 낮춘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라인업의 허리를 담당하는 '갤럭시 A' 시리즈에서 보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12일 40만원대 5G 스마트폰 '갤럭시 A42 5G'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5G 스마트폰 중 최저가다. 이달 중 갤럭시 A32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약 30만원대로 예상되며 두 모델 모두 30~40만원대 가격에서 6.4인치 이상 대화면, 대용량 배터리, 쿼드 카메라 등을 탑재해 가성비가 강조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의 프리미엄 전략이 시장에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카운터포인터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도 갤럭시 A31이다. 이 제품 역시 30만원대 출고가에 접사 촬영이 가능한 쿼드 카메라를 탑재하고 5000mAh급 대용량 배터리, 삼성페이 등 편의 기능을 탑재한 실속형 모델로 호평을 받았다.

▲  12시 출시되는 갤럭시 A42 5G 모델 (사진=삼성전자)
▲ 12시 출시되는 갤럭시 A42 5G 모델 (사진=삼성전자)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2020년 삼성전자가 여러 악조건 속에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한 배경에는 갤럭시 A 시리즈의 역할이 컸다"며 "최근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 매각·축소 검토 소식까지 전해지며 삼성전자와 애플의 입지가 올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 떠도는 '갤럭시 노트 단종설'도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칠 근거로 제시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상반기 '갤럭시 S', 하반기 '갤럭시 노트' 출시라는 이원화 전략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대형화, 폴더블폰 등장 및 갤럭시 S 시리즈의 S펜 지원 등으로 갤럭시 노트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옅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노트 시리즈 대신 폴더블폰인 갤럭시 Z를 갤럭시 S의 새로운 프리미엄 파트너로 선택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삼성전자가 이미 폴더블폰 시장 선점에 성공한 사업자다. '굳히기' 차원에서 보급형 폴더블폰을 함께 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DSCC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폴더블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1000% 증가한 220만대 규모이며, 삼성전자는 87%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가장 많이 팔린 제품 역시 50%의 점유율을 기록한 클램셸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애플은 폴더블폰 출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12일 애플이 2023년 첫 번째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삼성전자보다 약 2~3년 늦게 폴더블폰 시장에 진출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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