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이마트의 ‘유통동맹’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두 회사가 이르면 다음주 안에 제휴를 맺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른바 ‘반(反)쿠팡 연대’로 네이버가 얻게 될 시너지에 관심이 모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이마트는 2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 등을 포함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지난 1월 네이버 분당 사옥을 방문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회동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두 회사의 협력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한성숙 대표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와) 유통영역에 대한 고민과 가능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면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두고 협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이 뭉치는 이유

두 회사가 공동전선을 짜는 이유는 쿠팡에 대적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네이버는 인터넷 쇼핑 시장에서 16.6%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업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2위(13%)인 쿠팡과의 차이가 근소한 데다가, 오픈마켓 판매라는 한계로 인해 거래액 대비 매출도 낮은 편이다. 이마트 역시 SSG닷컴 출범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SSG닷컴의 작년 거래액은 3조9236억원으로, 2020년 인터넷 쇼핑 전체 규모인 161조원 대비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쿠팡은 오는 11일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상장이 이루어지면 5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이 가능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쿠팡은 이렇게 확보한 총알로 쿠팡은 국내 물류 인프라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전국 곳곳에 쿠팡 물류센터를 세워, 10km 이내 배송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경쟁 구도였던 네이버·이마트가 우군으로 돌아선 배경이다.

네이버에겐 없는 것들

업계에서는 우선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이마트가 입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독 신선식품 부문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네이버는 지난해 동네시장, 백화점식품관 등만 입점해 있던 온라인 장보기서비스에 홈플러스·GS프레시몰·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을 끌어들였다. 이번 맞손을 통해 신세계가 장보기에 합류하면 네이버는 고품질 상품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된다.

자체 배송 인프라가 없는 네이버에겐 물류망이 최대 약점이었다. 쿠팡은 자체 배송 인프라와 직매입을 통한 풀필먼트(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를 경쟁력으로 갖추고 있다. 이 역시 이마트와의 협력을 통해 채울 수 있게 된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 입장에선 약점으로 꼽히던 물류 거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심은 이마트가 보유한 전국 141개 오프라인 매장과 SSG닷컴의 용인·김포 물류센터다. 특히 이마트는 대부분 점포에 온라인 주문 처리반인 PP(피킹&패킹) 배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SSG닷컴의 물류 기지 역할을 하는 PP센터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배송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네이버가 투자한 생각대로·부릉 등 물류 스타트업을 비롯해 지분교환을 마친 CJ대한통운 등과도 전방위적으로 협력하면 보다 촘촘한 물류망 설계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과의 오픈마켓 협업도 그려볼 수 있다. 김평송 네이버 사업개발실 리더는 지난 네이버 밋업에서 “전국 산지 생산자들과 대형유통업체의 협력을 지원하는 모델을 만들겠다. 상품 품질관리와 생산자 브랜딩까지 지원하는 협업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외에도 네이버·이마트의 협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될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들과도 협업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간편결제인 네이버페이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와 연계하거나 통합 멤버십을 만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편 이날 네이버·이마트는 각각 공시를 통해 “사업 성장을 위한 전략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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