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직썰]은 <블로터>와 잡플래닛의 뉴스 서비스인 <컴퍼니타임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코너입니다. 밖에서 보이지 않는 기업의 깊은 속을 외형적 수치가 아닌 직원들이 매긴 솔직한 평점과 적나라한 리뷰를 통해 파헤쳐봅니다.

▲  (마켓컬리 서비스 소개 영상 갈무리)
▲ (마켓컬리 서비스 소개 영상 갈무리)

"생산자와 소비자, 판매자까지 모두 행복하고 맛있는 삶을 살 수 있길…단기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왔습니다."

샛별 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컬리가 말하는 경영 목표와 철학이다. 여기에 근로자는 없어서일까? 마켓컬리가 일용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은 지난 8일 마켓컬리 측이 근로자 500여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취업을 방해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마켓컬리와 김슬아 대표를 고발했다.

▲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컴퍼니타임스 제공)
▲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컴퍼니타임스 제공)

근로기준법 제40조는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명부 등을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해두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마켓컬리 측은 사내공지를 통해 "물류센터의 특성상 일용직에 대한 업무평가 리스트가 존재한다"면서 "현장에 맞지 않는 일용직을 굳이 다시 채용하는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부고발 경력이 낙인찍혀 고용이 중단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2014년 신선 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로 문을 연 마켓컬리는 주문 다음 날 새벽 집 앞에 배송되는 샛별 배송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에 자리 잡았다. 지금은 대기업들까지 뛰어든 새벽 배송이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만든 것이 마켓컬리다. 여기에 품질 중시, 고급스러운 패키지, 공격적인 광고 등으로 인지도를 높였고, 지난해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2015년 30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16년 164억원, 2017년 466억원으로 늘었다. 2018년 1571억원으로 설립 4년여 만에 1000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2019년에는 42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물류센터 근로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관리 등이 미비하고, 물류센터에서 쥐가 나오는 등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  (마켓컬리 서비스 소개 영상 갈무리)
▲ (마켓컬리 서비스 소개 영상 갈무리)

마켓컬리는 설립 6년여 만에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아직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2019년 9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아직 매년 적자를 내는 중이다. 대기업과의 경쟁 상황에 맞서, 마케팅과 물류센터 확장 등 공격적인 투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안정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 와중에 근로 환경 이슈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마켓컬리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마켓컬리의 주 소비자층이라 할 수 있는 MZ세대는 '정의와 공정'에 대해 어느 세대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의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 내며 샛별같이 등장한 마켓컬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켓컬리는 이를 성장통으로 이겨내고 다음 단계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까? 잡플래닛에 남겨진 전·현직자들의 리뷰를 통해 내부 분위기를 살펴봤다.

총만족도 2.88점→2.59점…만족도는 하락 중

▲  마켓컬리 직원 만족도 (컴퍼니타임스 제공)
▲ 마켓컬리 직원 만족도 (컴퍼니타임스 제공)

올해 리뷰를 남긴 마켓컬리 전·현직자들의 총만족도는 2.59점 수준이다. 지난해 만족도 점수는 2.88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2019년(2.4점)보다는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지난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해서인지, 직원들의 만족도 역시 전반적으로 지난해 가장 높았다. 총만족도뿐 아니라 △승진기회 및 가능성 △업무와 삶의 균형(워라밸) △사내문화 △경영진 △복지 및 급여 등 전 항목의 점수가 지난해 가장 높았다.

'친구에게 이 기업을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2019년에는 28%만 추천하겠다고 답했지만, 지난해에는 42%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CEO지지율 역시 2019년 57%에서 지난해 65%로 긍정적인 답변이 늘었다. 성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2019년에는 36%만 성장을 예상했지만, 지난해에는 과반수 이상(57%)이 회사의 성장을 점쳤다.

불안한 점은 올해 들어 워라밸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지난해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추천율은 31%로, CEO지지율은 59%로, 성장 가능성은 59%로 하락했다. 올해 들어 2개월여간 집계된 수치라 지켜봐야하지만, 지난해보다 리뷰를 남기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자유롭고 수평적…하지만 새벽에도 메신저 울려"

▲  마켓컬리 직원 평가 (컴퍼니타임스 제공)
▲ 마켓컬리 직원 평가 (컴퍼니타임스 제공)

전·현직자들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내문화다. 매년 사내문화 항목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실제 리뷰에서도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 "직원들끼리 가족, 친구같이 편하고 서로 위해주는 분위기" "연차 눈치 안보고 쓸 수 있음" "회사에서 직원을 신경 써주는 게 느껴짐" 등을 장점으로 꼽은 이들이 많았다. 또 한 달에 한번 반차를 쓸 수 있는 '퍼플데이', 시차출근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반면 업무량이 너무 많다는 토로가 적지 않았다. "새벽이고 주말이고 계속되는 메신저 대화. 빠른 변화 때문인지 업무량이 많음" "주어진 업무가 많다"고 전·현직자들은 말했다.

"회사 성장 좋지만 이제 뒤돌아봐야 할 때"

▲  (마켓컬리 홈페이지 갈무리)
▲ (마켓컬리 홈페이지 갈무리)

회사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생긴 내부적인 문제들을 돌아봐야 할 때라는 조언도 나왔다.

전 직원이라고 밝힌 이는 "신선 식품 및 식품 물류의 허브가 된 기업. 계속 성장해가는 게 느껴진다"면서도 "빠른 성장,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전략을 택하다보니, 인사, 노무, 유통, 시설 등을 아웃소싱으로 돌리는데 그 폐해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과 트렌드라는 외면과 달리 내부적으로 곪아가는 게 느껴진다"며 "회사가 성장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앞서가는 사람은 한 번씩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는데, 내부적인 문제들을 다시 한번 살펴봤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적자 상태인 점은 조직 문화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총무 파트에서 일했다는 한 직원은 "기업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인원 확충을 안 해주고 있는 팀이 많은데, 지금 있는 사람들 겨우 버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 물류 직원에 항의하면 제명"

▲  (마켓컬리 홈페이지 갈무리)
▲ (마켓컬리 홈페이지 갈무리)

리뷰에서도 물류센터의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직원은 "본사와 물류센터의 복지 수준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며 "센터 인원에 대한 복지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물류(센터)의 경우 워라밸 보장이 안된다"며 "위에서 시키면 밤이건 낮이건 무조건 나가야 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부서가 많지만 포괄연봉제의 늪에 빠져 무료 봉사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 "현장 관리직들이 소리만 지르지 말고 효율적으로 업무 배치를 연구했으면" "노동자 쉬는 시간 보장 필요" "물류센터 근처에 식당이 거의 없어서 밥을 서서 먹거나 대충 처리해야 하는데 식사 문제 해결해줬으면" 등의 의견이 나왔다.

블랙리스트 활용을 지적하는 리뷰도 있었다. 물류센터에서 일했다는 한 직원은 지난해 9월 "현장 물류 직원들 중 일부가 권위를 내세워 윽박지르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항의하는 순간 그날 제명된다. 아예 그날 이후 영영 일할 수 없다는 소리다. 물류에서는 모든 게 다 엉망진창이라는 소리밖에 안 나온다"는 리뷰를 남겼다.

다른 회사의 물류센터와 비교하면 일하기 좋다는 평가도 있다. 물류센터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해본 적 있다는 이들은 "일일 근로자에게 매니저님이라고 칭하며 존중해 줌" "10분 단위로 추가 수당을 챙겨주고 쉬고 싶은 날 쉴 수 있음" "다음 날 바로 급여 지급" "주변 물류보다 급여가 좋고 아르바이트생은 자기가 원하는 스케줄대로 활동할 수 있다" "쉬는 시간 확실히 지켜진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마켓컬리 홈페이지 갈무리)
▲ (마켓컬리 홈페이지 갈무리)

당연한 얘기지만, 회사의 근로자는 곧 미래의 소비자이기도 하다. 마켓컬리의 물류센터를 거쳐 갔을 수많은 일용직 근로자들은 곧 마켓컬리의 고객이기도 하다. 근로 환경 개선이 비용이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류센터에서 일했다는 한 직원은 "일용직으로 일해보고 난 후 더 이상 구매하고 싶지 않다"는 리뷰를 남겼다. 이는 반대로 일용직 근로 경험이 회사의 충성 고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직원은 일용직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남겼다.

"부족한 일용직 대우를 개선해야 함. 노동자는 기계 부품이 아님. 일용직 근로자들이 없으면 돌아갈 수 없는 시스템이니 개선된 복지가 필요함"

 

※[기업직썰]의 내용은 <잡플래닛>의 리뷰 자료를 기반으로 합니다. 기사는 <블로터>와 잡플래닛의 뉴스 서비스인 <컴퍼니타임스>에서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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