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병남 사외이사 후보자, 박철완 상무, 최정현 사외이사 후보자.(사진=블로터)
▲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병남 사외이사 후보자, 박철완 상무, 최정현 사외이사 후보자.(사진=블로터)

"금호석유화학에 온 지 12년 정도 됐다. 그동안 많은 임직원과 소통하고 교류했다. 회사와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충정과 관심으로 주주제안을 하게 됐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고무해외영업담당)는 11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한달 여 동안 이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박 상무가 취재진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주주제안(소액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의안을 제시하는 것)을 통해 정관 개정과 사내·사외이사 선임, 배당금 확대 등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대표이사 회장(현 박찬구 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다'는 정관을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임명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사내이사로 자신을 선임하라고 요구했고, 사외이사 3인을 추가로 추천했다. 그는 금호석유화학이 확정한 올해 주당 배당금 4200원을 1만1000으로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박 상무가 불을 지핀 경영권 분쟁은 오는 26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로 판가름난다. 지난 4일 기준 박 상무는 개인 주주로는 최대주주이지만 우호 세력까지 합하면 박찬구 회장 측이 14.87%로 박 상무보다 앞선다. 박 상무도 적잖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승부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 상무가 자신을 거두어 준 숙부와 경영권 갈등을 벌이면서 재계는 그를 향해 '피보다 진한 경영권'과 '조카의 난'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아시아나항공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해 2010년 계열분리 후 금호석유화학에서 10년 넘게 해외 영업을 맡았다. '주군'이 박삼구 회장에서 박찬구 회장으로 바뀌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석유화학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도맡고, 오너일가는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나 차석용 대표를 보면, 전문경영인이 최고경영자를 맡으면 그 분들이 리딩해 이사회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건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그런 분들(신학철 부회장 등)이 금호석유화학의 시각과 경험이 회사에 주입돼야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 금호석유화학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M&A를 통해 2차전지 및 수소 관련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췄다. 그는 "2차 전지와 수소 등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글로벌 화학업계 전문가와 토의하고 있다"며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수소와 배터리 사업의 사업성을 파악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배당정책과 관련해서는 "50%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 운전자본과 자본적 지출(CAPEX), R&D 투자를 제외하면 이 수준이 적절할 것"이라며 "배당성향을 50% 이상으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한 것도 국내외 석유화학 회사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찬구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이사회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건설적인 비평을 하고 싶었지만 이를 전달할 채널과 조직이 없었다"며 "대화와 소통이 10년 동안 잘 되지 않았고, 10년 동안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100년 동안 발전해야 한다는 진심 어린 충정으로 이번 주주제안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1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게 된 배경에 대해 여러차례 설명했다. 그는 "진정성"과 "충정"이란 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의 돌출 행보를 바라보는 재계에는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그가 설명한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과 '주주친화 정책', '2차전지 등 신사업'은 모든 경영진이 추구하는 비전이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과 같이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의 경우 이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배터리 산업과 수소 산업은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산업이고, 이를 성공하지 못할 경우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다. M&A도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닌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부를 주주에게 배당하기도 하고, 미래 투자를 위해 적립해 놓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배당은 기업이 미래 창출할 가치를 앞당겨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인 만큼 양면성이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이상적인 지배구조 모델이다. 다만 전문경영인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시각에서 투자하고 경영하기보다 단기적인 경영성과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양립하고 있다.

'홀로서기'에 나선 박 상무의 주주제안이 '화이부실(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속없음)'일지 '개신창래(새로운 길을 열어 미래로 나아간다)'일지 재계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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