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부에 칼 댄 금호석화 박철완, 분식회계 의혹 흥아해운에는 침묵

발행일 2021-03-11 16:02:16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왼쪽).(촬영=구태우 기자)


숙부(박찬구 회장)가 오너로 있는 금호석유화학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재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사외이사로 재직중인 흥아해운이 최근 분식회계 및 배임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블로터> 취재 결과 확인됐다. 박 상무는 최근 연일 금호석유화학을 향해 여러 주주제안을 쏟아붓고 있는데 정작 본인이 사외이사로 재직중인 회사의 경영실패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박 상무의 ‘주주행동주의 진정성’과 ‘이사회 경영능력’을 가늠해 볼 기준으로 흥아해운 사외이사 경력을 비교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 금호석유화학 주주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흥아해운은 지난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STX컨소시엄의 고소 보도 관련’ 재공시에서 “지난 2월8일 <마켓인사이트>에 보도된 ‘흥아해운, 500억원 분식회계 배임 등 혐의로 피소’ 기사와 관련 아직 관할 기관으로부터 소환 등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어 고소 사실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회사는 향후 관련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며, 후속 진행사항 및 확정사실 등이 있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관련사항을 공시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STX 관계자는 이에 대해 “STX는 컨소시엄에 포함돼 있지 않고 STX마린서비스 등이 컨소시엄에 포함돼 있다”며 “법무팀에 확인한 결과 STX는 정확히 알지 못하며 STX마린서비스 측에도 확인을 해 보았는데 마린서비스 측에서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로터> 취재결과 STX컨소시엄은 실제 고소 사건을 접수했다. 다만 아직 배당 등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정식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다.

흥아해운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새삼 재조명하는 이유는 흥아해운의 유일한 사외이사가 박 상무이기 때문이다. 박 상무는 2019년 3월말 흥아해운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돼 약 2년 4개월 째 흥아해운 사외이사 업무를 보고 있다. 박 상무가 사외이사로 재임 중인 기간 흥아해운은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매각 절차까지 진행됐으며 매각 협상이 결렬된 뒤에는 인수 예정자(STX컨소시엄)로부터 분식회계 및 배임 혐의로 피소까지 당했다.

박 상무는 이 기간 재무제표 승인, 부동산 매각, 워크아웃 신청 등 흥아해운 이사회에서 다뤄진 중요한 의결사항에 대부분 참여했다.

사내이사보다 정보가 더 차단되는 사외이사가 기업의 주요 경영 사항을 낱낱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흥아해운의 경영 상황 악화는 내부적 요인 외에도 '해운업 불황'이라는 외부적 요인 탓이 커 사외이사가 경영실패에 직접 연관이 있다고 몰아부치기에도 무리가 있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을 향한 박 상무의 태도와 흥아해운을 향한 박 상무의 태도가 사뭇 다르다는 점에 금호석유화학 주주들은 주목한다. 박 상무는 흥아해운이 부실화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흥아해운 의사결정 투명성을 강조하거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는데 유독 금호석유화학에 대해서만 날을 세우고 있다는 논리다. 흥아해운은 현재도 이사의 선출을 위한 '독립성 기준'이나 사외이사 선출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반면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유달리 강조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흥아해운은 워크아웃 전에도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았을 뿐더러 오너 1인 의사결정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해운회사였다. 사외이사로 재임중인 회사의 지배구조에는 눈감고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지배구조에는 날을 세우는 행보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게 일부 금호석유화학 주주들의 분석이다.

분식회계 의혹 사건도 그의 이사회 견제 능력에 의문을 제기해주는 사건이다.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고 의혹일 뿐 사실로 확정되지도 않았으나 보통 분식회계 의혹 사건은 사외이사들 경력에는 치명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 진다. 사외이사 재임 중 소속 기업의 분식회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멍에를 쓰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마켓인사이트> 보도에 따르면 흥아해운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시기는 2020년이다. 손실처리를 해야 할 후순위 장기대여금 채권(373억원)을 손실처리하지 않았다는 게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이다. 이 시기는 박 상무가 흥아해운 사외이사로 재임한 시기와 일치한다.

박 상무는 반면 금호석유화학에 대해서는 배당 확대, 지배구조 변화 등 여러 주주제안을 선보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공개된 회사답게 폐쇄적인 이사회를 견제와 감독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나아가 기존의 닫혀 있는 소통 문화를 바꿔 주주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버넌스 전면 개혁이 필요하며, 본인의 주주제안이 현실화 된다면 기존 오너 경영 체제를 탈피하고 글로벌 전문 경영진 체제를 구축해, 선진 지배구조 체계 도입의 첫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한 주주는 "이사회 운영 능력, 이사회 견제 능력, 경영 자문 능력 등을 보고 있다"며 "박 상무가 과연 본인이 제안한 것처럼 특정 이사회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경험은 있는지, 진정성은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하는데 검증 과정이 없었고 흥아해운이 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시각을 미리 의식해서인지 박 상무는 홈페이지 경력란에 2021년 3월 흥아해운 사외이사에서 사임할 예정이라고 밝혀놓고 있다.

그는 홈페이지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저는 모든 동료 및 주주분들과 한 마음 한 뜻으로 금호석유화학이 오늘을 넘어 미래를 이끌어가는 기업이 되기를 바라며, 이에 수반되는 변화와 개선의 과제를 적극 추진할 것을 청원합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금호석유화학의 임원으로 영업 일선에서 뛰며 우리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해 왔습니다. 이번 주주제안은 창사 최대의 실적을 누리고 있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회사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입니다"고 밝히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노조는 박 상무의 최근 행보와 관련 공동 성명서를 내고 "2010년 금호그룹의 워크아웃 이후 우리 금호석유화학 노동자들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였으며, 그 땀의 결과 우리 금호석유화학은 경영의 정상화는 물론 세계 일류의 기업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작년 COVID-19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도 우리 금호석유화학 노동자들은 회사의 경영진들과 함께 2020년 연결기준 매출액 4조 8095억원, 영업이익 7421억원이라는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며 "이렇게 회사가 승승장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되는 주주제안과 사리사욕을 위한 경영권 분쟁으로 우리 회사를 흔들고, 위기로 몰아가는 박철완 상무에 대해 우리 금호석유화학 노동조합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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