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가상현실(VR) 자회사 오큘러스가 XR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오큘러스는 2020년 전세계 XR 시장에서 53.5%의 점유율을 차지해 1위에 올랐다. 11.9%로 2위를 차지한 소니와의 격차는 4배 이상이다. 한때 고성능 VR 헤드셋으로 주목받았던 HTC는 점유율 5.7%를 기록하며 3위에 그쳤다.

▲  2020년 XR 브랜드 점유율 Top5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 2020년 XR 브랜드 점유율 Top5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XR은 VR과 증강현실(AR)을 통칭하는 용어다. VR은 전용 헤드셋을 착용하고 외부 시야가 단절된 상태에서 360도 가상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AR은 현실 공간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카메라 앱의 스티커 기능이나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이 AR의 대표적인 사례다.

VR과 AR은 활용 분야가 상이하다. VR은 게임이 대세다. XR 헤드셋 판매량 1위에 오른 오큘러스도 게임 콘텐츠가 주력이다. AR은 가상 매뉴얼이나 가상 피팅룸 등의 편의성 도구 개발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큘러스는 2020년 전세계 XR 헤드셋 출하량이 9% 감소한 가운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 같은 성장 배경으로 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의 흥행을 꼽았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오큘러스 퀘스트2는 전작보다 성능은 향상되고 가격은 낮아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판매량은 100만대 이상으로 추산되며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2월 초 공식 판매 시작한 직후 1·2차 물량 조기 매진되는 성과를 거뒀다. 2차 입고 물량의 경우 수천대가 완판되는 데 단 4분여가 걸렸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재고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오큘러스 퀘스트2 헤드셋 및 전용 컨트롤러 (사진=이건한 기자)
▲ 오큘러스 퀘스트2 헤드셋 및 전용 컨트롤러 (사진=이건한 기자)

VR 시장도 활기가 넘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피터 리처드슨 수석연구원은 "VR 헤드셋이 전체 XR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양질의 콘텐츠 또한 증가하면서 독립형 VR 기기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교육 및 훈련을 위한 기업의 VR 헤드셋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VR의 성장 요인으로 분석됐다. 독립형 VR은 별도의 스마트폰이나 PC 연결 없이도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VR 헤드셋이다. 오큘러스 퀘스트 시리즈도 독립형 VR 기기다.

오큘러스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XR 시장의 경쟁자로 나설 글로벌 기업들의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소니와 애플이 대표적이다. 지난 2월 말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PS) 블로그를 통해 PS5용 VR 헤드셋 개발 착수 소식을 알렸다. 이전 세대보다 높은 해상도와 개선된 제스처 추적·입력 기능을 제공하며 새로운 VR 컨트롤러도 탑재된다. 출시 예정 시기는 2022년이다. 가격대가 높지 않다면 이미 450만대 이상 출하된 PS5 사용자들을 바탕으로 오큘러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애플의 경우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주요 외신들은 애플이 조만간 고성능 XR 헤드셋을 선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IT매체 '맥루머스'는 2월 초 애플 전문가인 밍치궈 TF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의 자료를 인용, 애플이 AR·VR 혼합형 헤드셋을 2022년 중반 무렵 내놓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밍치궈는 애플이 2022년 헬멧형 XR 헤드셋을 시작으로 2025년 안경형, 2030~2040년 콘텐츠렌즈형 기기를 선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가격대는 1000달러(약 113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이 경우 일반 소비자 시장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가 주도하는 산업용 XR 시장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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