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까지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한 가운데 게임업계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경쟁업체보다 뒤처질 경우 대규모 인력 이탈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최소 6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 이상의 연봉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직을 생각하는 개발자들이 급증할 만큼 연봉 인상은 게임업계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도미노 효과, 계속 될까

연봉 인상의 도화선은 넥슨으로부터 비롯됐다. 지난달 1일 넥슨은 전직원의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신입사원 임금이다. 넥슨에 따르면 올해 개발직 신입사원 초봉을 5000만원으로 상향했다. 비개발직 신입사원의 경우 4500만원으로 책정해 개발직과의 차이를 뒀다. 지난 2019년 넥슨의 대졸 초임 연봉이 3818만원(사람인 기준)임을 감안하면 2년 새 20%에 가깝게 증가한 수치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크래프톤. 그래픽=채성오 기자)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크래프톤. 그래픽=채성오 기자)

넥슨이 전 직원 및 신입사원 연봉 체계를 높인 이후 다른 게임사도 경쟁적으로 인상안을 발표했다. 넷마블, 게임빌, 컴투스 등이 연봉 800만원을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크래프톤의 경우 개발직에만 2000만원에 달하는 연봉 인상안을 공표했다. 특히 크래프톤은 '인재 중심의 운영'을 선언하며 신입 개발직군(대졸 초임 기준) 연봉을 6000만원으로 책정했다. 게임업계 최고 대우를 통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넥슨이 연봉 인상을 결정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넥슨은 연봉 인상안 발표 당시 '우수 인재 확보'를 주요 키워드로 내세웠다. 게임사들이 앞다퉈 연봉 인상을 결정한 배경에도 '인재'라는 키워드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실력있는 개발자를 확보할 기회이자, 인재 유출을 막을 '효율적 대안'이라는 목소리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에 이어 스타트업까지 파격적인 연봉 인상안을 발표하며 인재 확보 전선에 뛰어들었다. 지난 2일 게임 스타트업 베이글코드는 개발직과 비개발직군에 각각 스톡옵션 포함 2300만원과 1500만원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올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신작을 개발하는 만큼 우수 인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11일 '2021년 보상 정책'을 발표하고 연봉 인상 계획을 공개했다. 연봉 인상폭은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 각각 1300만원과 1000만원 수준이며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추가 인상이 가능한 조건을 내세웠다. 인재 채용폭을 넓히는 일환으로 신입 대졸 초임제를 폐지하는 한편 'CEO 특별 인센티브' 800만원도 이달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연봉을 일제히 인상하면서 인력 유치전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사내에서도 이직 얘기가 오가는 것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신작 담당 개발자의 이탈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말까지 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직의 유혹, 전직군으로 확산

개발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최근 게임사들의 연봉 인상안이 발표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인해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부 게임사에서는 연봉 인상안을 공개하는 동시에 베테랑 경력자들에게 이직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자본과 높은 연봉 테이블을 구축한 대기업으로 인재 쏠림 현상이 심화된 과거와 달리 중견·중소기업·스타트업까지 경쟁적으로 인재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이직 고민은 비단 개발직군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게임사들이 일제히 연봉을 인상하면서 개발직군 외 직원들의 이직 러시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개발자의 경우 연봉을 크게 높이더라도 프로젝트 존폐에 따라 근로 수명이 결정될 수 있지만 그 외 직종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은 편이다.

중소 게임사의 한 직원은 "개발직군은 아니지만 타사 연봉 인상안을 보면서 이직을 고민해봤다"며 "게임 프로젝트가 좌초되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은 업무이기에 경력도 살리고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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