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또 다른 '커머스의 미래' 컬리가 상장 시계 앞당긴 세가지 이유

발행일 2021-03-12 18:24:35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네요. 우선 쿠팡이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습니다. 상장 첫 날인 1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에 질 새라 ‘샛별배송’ 원조격인 마켓컬리도 연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매번 IPO(기업공개)설이 돌 때마다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이번에는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 섰다고 하네요.

12일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에 따르면 김슬아 대표는 지난달 26일 팀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내 상장 추진 계획을 공유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2년쯤 뒤에나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었다고 하는데요. 급변하는 업계의 흐름을 지켜보던 김슬아 대표가 전략을 수정하기로 한 겁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계획을 수정해 올해 안에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 증시 등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2015년 문을 연 마켓컬리는 국내 새벽배송 시장을 처음 연 기업입니다. 샛별배송으로 불리는 새벽배송과 다른 곳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독점 상품을 내세워 입소문을 탔죠. 생산, 입고, 분류, 배송까지 유통 전 과정을 일정 온도로 유지하는 풀콜드체인 시스템을 국내 유일하게 구축하면서 신선식품 분야에서 국내 주요 유통업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달 기준 누적회원수는 700만명을 넘어섰다네요. 지난 5년간 컬리가 유치한 총 누적 투자금액은 4200억원에 달합니다.

①유동성 호황, 상장 적기

컬리가 올해 상장을 결심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미국, 한국 등 주식시장이 활황을 맞고 있다는 점을 호재로 평가한 건데요. 컬리는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더라도 올해 말까지는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거로 내다봤습니다. 훗날 흑자전환에 성공하더라도, 기업가치를 지금보다도 긍정적으로 평가 받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 올해가 상장 시점으로는 최적기라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②나아진 살림살이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상장 추진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새벽배송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작년 컬리는 1조원의 매출을 거뒀습니다. 거래액도 1조2000억원을 기록했는데요. 2019년(5000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거죠. 적자는 전년(986억원) 수준에 그치면서 2018년엔 무려 38%였던 매출 대비 적자 비중이 12%로 줄었습니다. 물론 쿠팡에 비하면 전체 사이즈는 작지만, 자금만 조달하면 충분히 회사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컬리의 주장입니다.

③고래 싸움 새우등 터질라

급변하는 국내 e커머스 시장도 컬리의 상장을 부추깁니다. 일단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해 45억5000만달러(약 5조1678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죠. 이베이코리아는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카카오부터 신세계그룹,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등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컬리의 직접적인 경쟁사인 신세계 SSG닷컴이 네이버와 협력을 위해 물밑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죠. 굵직한 기업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전략을 바꿔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겁니다. 단순히 쿠팡의 상장만 보고 증시 입성을 결정한 게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컬리 관계자는 “미국 증시로 확정한 단계는 아니다. 시장 요건에 맞는지 아직 검토도 하지 않았고, 올해 안에 상장하겠다는 계획만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장이 흑범고래 만한 빅플레이어 위주로 집결되는데, 우린 돌고래 수준이다. 꼬리만 흔들어도 파도에 치여 밀려 나갈 수 있다”면서 “고래로 크기 위해 자본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공모 시장에 가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3년께 턴어라운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획이 바뀐 만큼 투자 유치 현황과 조달되는 자본에 따라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쿠팡의 성공적 뉴욕증시 데뷔 직후 상장 추진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컬리. 얘기를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e커머스 시장은 요즘 격변기라 할 만큼 큰 변화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시장을 주도할 이니셔티브를 갖지 못하면 앞으로의 10년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절박감이 있습니다.

한편 컬리 비상장 주식의 지난 6개월간 장외시장 평균 거래가는 주당 2만5000원에서 3만5000원대였지만 상장 계획 소식이 전해진 이날에는 매도가 6만원까지 약 2배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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