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일하기 싫다’는 동료평가 항목으로 도마에 올랐던 카카오가 평가제도·보상 등 인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길’(가칭)을 신설하고 내달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5일 카카오는 지난주 전사 직원들에게 공지를 통해 이같이 알렸다고 밝혔다. TF명은 ‘카카오가 갈 길을 찾아 나가자’는 의미에서 ‘길’로 지어졌다고 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블로터>에 “인사제도 개선을 위해 크루(직원)의 피드백을 받고 크루가 중심이 되는 인사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가고자 TF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루들의 의견을 모아 크루들이 직접 논의 과정에 참여하고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인원이나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이번달까지 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직원들이 추가로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진=카카오
▲ 사진=카카오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

앞서 지난달 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카카오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올라왔다. 인가평가가 유출돼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튿날에는 또 다른 블라인드 이용자가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이라는 추가 글을 올리며 논란에 불을 댕겼다. 특히 성과평가에서 동료들에게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가’라고 묻고, 그 결과를 전사 평균값과 비교해 해당 직원에게 통보하는 방식이 문제가 됐다.

사태가 커지자 카카오는 이달 2일 카카오 본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오픈톡’ 행사를 열고 인사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논의 테이블을 운영하고, 별도의 설문 조사 등도 진행하기로 했다. TF 길이 출범하게 된 배경이다.

카카오 노조 “단체협약에서 논의 이어갈 것”

다만 논의기구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는 우선 다양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인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는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소속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은 이달 말 진행하는 단체협약에서 평가제도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연초부터 게임·정보기술(IT)업계의 연봉인상 도미노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임금교섭과 별개로 기본급 인상 등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전망이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이번에 신설된 TF는 출범 전이기 때문에 아직 실효성에 대해 섣불리 평가할 순 없을 것 같다”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아직까지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활동의 결과를 주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단체협약을 진행할 예정이라, 평가제도·보상 등 현안과 관련해 교섭을 준비하고자 한다”며 “인사평가 역시 노조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고, 코로나 시기와 관련된 안건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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