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를 상대로 낸 블랙리스트 등록 취소 소송에서 가처분 판결을 받은 샤오미 주가가 급등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샤오미 주식은 15일 오전 전일 대비 10.3%까지 오른 25.10홍콩달러(약 3670원)에 거래되다가 오후장에서 24.35홍콩달러로 장을 마쳤다. 업계에서는 하루 전 발표된 미국 법원의 샤오미 블랙리스트 제외 가처분 판결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루돌프 콘트라레스 미국 워싱턴 D.C 연방 지방법원 판사는 가처분 판결 이유에 대해 "샤오미가 중국 군용 기업(CCMC)이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실질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 샤오미를 구제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심각한 평판 하락과 함께 회복할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  샤오미 로고
▲ 샤오미 로고

샤오미는 지난 1월 14일 퇴임을 일주일여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결정으로 중국 군용 기업 블랙리스트에 추가됐다. 2020년 화웨이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미국의 중국 기업 때리기가 틱톡에 이어 샤오미까지 번진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트럼프가 임기 말 자신의 대중국 강경 대응 노선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분석했다. 당시 결정으로 샤오미 주가는 10% 하락했다.

미국은 중국 군용 기업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중국 공산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으로 간주한다. 이들 기업에 대해선 미국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관련 증권을 살 수 없도록 제한되며 샤오미 주식은 11월 11일까지 처분하도록 돼 있었다. 이 명단은 기술·제품 수출 등을 막는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 기업과는 다르다. 그보단 샤오미에서 미국 자본을 완전히 빼내는 조치였던 셈이다.

이 같은 조치에 샤오미는 즉각 반발했다. 2월 25일 샤오미 그룹은 "우리는 민간용 또는 상업용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임을 거듭 강조한다"며 "회사는 중국군의 통제를 받거나 연계돼 있지 않다"는 성명과 함께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 나섰다.

앞서 중국 군용 기업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대부분 △항공 △우주 △반도체 △화학 △통신 등 인프라 산업군에 해당한다. 그만큼 스마트폰 등 일반 소비자용 기기를 판매하는 샤오미가 해당 명단에 오른 건 다소 이례적이었다. 샤오미는 이번 가처분 판결을 시작으로 블랙리스트 등록에 대한 영구적 해제를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는 화웨이가 미국 상무부의 무역 제재 조치로 시장 입지가 줄어든 가운데 2020년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3위(12%)로 성장했다. 1위와 2위는 23%, 17%의 애플과 삼성전자다. 샤오미는 최근 '레드미 노트10' 국내 출시 계획을 알리는 등 화웨이가 밀려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샤오미에 대한 가처분 판결이 조 바이든 미국 정부와 중국의 화해 제스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지만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2일 화웨이, ZTE 등 5개 중국 기업을 2020년에 이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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