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로벌 전기차 업체 사이에선 배터리 행사를 여는 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사의 배터리 확보 방안이나, 기술 로드맵 등을 발표하는 자리인데요. 웬만한 신차 출시 행사보다 '핫'합니다.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와 폭스바겐의 파워 데이가 대표적입니다. 두 회사는 수일 전부터 자사 배터리 행사를 두고 카운트 다운을 세우는 전략을 통해 배터리에 대한 화제성과 몰입도를 최대한 끌어 올리더니 행사 당일에는 폭탄 계획을 쏟아냈는데요. 이처럼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 행사를 따로 가지는 건 그만큼 전기차 시대에 있어 배터리 경쟁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의 일론 머스크
▲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의 일론 머스크

배터리 행사의 포문을 연 건 테슬랍니다. 지난해 9월 22일, 테슬라 최초, 전기차 업계 처음으로 '배터리 데이'라는 행사를 열었는데요.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워낙 스타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행사 수일 전부터 테슬라가 홈페이지에 '나노 와이어'를 암시하는 사진을 올림으로써 테슬라의  배터리 계획에 대한 전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카운트 다운으로 기대감을 고조시킨 건 덤이었고요.

아니나 다를까 테슬라는 배터리 데이를 통해 폭탄 계획을 쏟아냈습니다. 전기차 업체 최초로 배터리 독자 생산 및 내재화 의지를 밝힌 건데요. 일론 머스크는 이날 독자 개발한 배터리 '4680'을 공개하며, 가격은 기존 배터리 대비 절반,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아 주행거리를 16% 개선시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를 테슬라의 프린몬트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밝힘으로써 내재화 의지를 전한 건데요.

테슬라의 자체적인 배터리 생산 계획도 쇼킹하지만, 신차 출시 행사에서 흘려 들을 법 한 배터리 생산 계획을 독자적인 행사를 통해 구체화하고 이벤트화 함으로써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평가입니다. (앞서 기대를 모은 전고체 배터리, 백만 마일 배터리 등에 대해선 언급이 없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또한 행사 직전 카운트 다운이나 나노 와이어 사진 공개 등의 이벤트 등은 '배터리 데이'를 트렌드화 시키는 데도 일조했다는 평가인데요.

▲  폭스바겐 파워데이에서의 허버트 다이스  
▲ 폭스바겐 파워데이에서의 허버트 다이스  

벌써부터 합류하는 업체가 생겼습니다. 바로 폭스바겐인데요.

폭스바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이른바 '파워데이'라는 배터리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와 유사해 보이죠?

폭스바겐은 이날 파워데이를 통해 2030년까지 폭스바겐의 배터리 및 충전 기술 로드맵을 선보였는데요. 폭스바겐 역시 수일 전 회사 트윗에 배터리가 충전되는 등의 영상을 올리며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당일 행사 내용도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폭스바겐 또한 테슬라처럼 '파워데이'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밝힌 건데요.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생산능력 40GWh의 배터리 합작 공장 6곳을 확보해 총 생산능력 240GWh를 갖추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이 120GWh였다고 하니 굉장히 큰 규모인데요. 합작공장은 스웨덴 배터리업체 노스볼트와 협력해 스웨덴 스켈레프테, 독일 잘츠기터 등지에 지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배터리 생산을 위해 유럽에 6개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겠단 계획입니다. 사실상 한국 배터리 기업들을 저격한게 아닐까 싶은데요.

이처럼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 행사를 따로 갖는 건 전기차에 있어 배터리 경쟁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 기술을 알림으로써 자사 차량의 경쟁력 또한 올리겠단 의도로 보여지는데요.

한편에선 전기차 업체들이 이같은 배터리 행사를 배터리 업체와 가격 협상을 하는 데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전략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독보적인 기술력 더 나아가 자체 생산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배터리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라는 것이죠.

실제로 배터리 데이 때도 그렇고, 이날 파워데이도 끝나니 배터리 업계에선 곡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이날 주가만 해도 오후 1시 현재 전날 대비 5~6% 하락하고 있는데요. 완성차들의 배터리 행사가 배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죠.

전세계 전기차 판매 1위, 2위 회사, 여기에 자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한 테슬라와 폭스바겐이 플랫폼의 마지막 퍼즐인 ‘배터리’까지 자체 생산하게 되면 배터리 업체로선 미래 먹거리가 사라지는 거나 줄어드는 거니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전기차 업계에선 '배터리 행사'가  또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잡을 듯 합니다.  머잖아  업체들이 잇따라 반도체 내재화에 성공한다면,  배터리 행사는 전기차 회사들의 배터리 독자적인 기술력을 선보이는 장(場)이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지금의 모터쇼 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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