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직썰]은 <블로터>와 잡플래닛의 뉴스 서비스인 <컴퍼니타임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코너입니다. 밖에서 보이지 않는 기업의 깊은 속을 외형적 수치가 아닌 직원들이 매긴 솔직한 평점과 적나라한 리뷰를 통해 파헤쳐봅니다.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리니지’ 시리즈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는 현재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지만 ‘확률형 아이템’ 이슈로 핵심 수익 모델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연매출 2조4161억원, 영업이익 824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2%, 영업이익은 72%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게임 플레이 시간과 과금량이 함께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등 공신은 간판 게임 ‘리니지’ 시리즈다. 리니지M이 8287억원, 리니지2M이 849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매출의 69.4%를 책임졌다. 또한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전체 매출(약 5조3291억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리니지 시리즈의 비중이 약 31%에 이르는 셈이다. 반대로 보면 리니지 편중 현상이 너무 강한 만큼 리스크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엔씨소프트 약점을 극복하고자 새로운 게임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최소 3개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예정인데 상반기 중 ‘블레이드앤소울2’와 ‘트릭스터M’가, 하반기에는 ‘아이온2’를 선보일 계획이다.

성장 이끈 ‘확률형 아이템’이 이제는 걸림돌로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성장 이면에는 “온라인 카지노 덕분”이라는 오명도 함께 한다.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돈을 계속 쓰도록 유도하는 구조는 게임업체의 주요 수익원이다. 이를 위해 게임회사가 캐릭터 강화에 필요한 아이템 획득 확률을 크게 낮춰 매출 극대화를 유도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천 번을 뽑아도 안 나오는’ 럭키박스형 아이템은 도박 조장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쏟아지는 모습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종류와 뽑을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진흥법 전부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자율공개 사항이던 확률형 아이템 종류와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라는 것이다. 아이템 뽑기가 게임 업계의 주 수익원인 상황에서 게임업체의 실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에 대해 “게임개발 노하우와 비법을 전부 공개하라는 것과 같다”며 반발해왔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면서 마냥 버티기도 어려워졌다. 자칫 잘못하다 2019년에 완화된 ‘결제액 상한제’가 다시 강화되거나 ‘게임 중독 질병화’ 등 ‘더 센’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법안 통과 전에 먼저 모든 확률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에도 매출에 미칠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도 자율적으로 정보를 상당 부분 공개 중이고,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낮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유저들이 앞으로도 ‘지름’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파급 효과는 규제가 본격화된 이후에 체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직원의 86%, “이 기업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사회적 이슈와 별개로 직원이 바라보는 엔씨소프트는 어떨까. 직접 경험한 회사 분위기는 외부의 시선과 다를 수 있다.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 올라온 전·현직자들의 리뷰를 통해 연봉, 복지, 평판 등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봤다.

▲  엔씨소프트 직원 만족도 (컴퍼니타임스 제공)
▲ 엔씨소프트 직원 만족도 (컴퍼니타임스 제공)

2019년과 지난해 엔씨소프트 전·현직자들이 평가한 총만족도는 5점 만점에 3.71점이었으나 올해는 3.98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올해가 아직 1분기도 지나지 않아 최종 만족도는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직원들이 평가한 회사의 ‘기업 추천율’은 2019년 73%에서 지난해 76%로 올라갔고 올해는 86%에 이른다. 경험자가 다른 이에게 회사를 추천한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 지표로 해석된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컴퍼니타임스 제공)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컴퍼니타임스 제공)

일명 ‘택진이 형’으로 불리는 CEO에 대한 선호도 역시 계속 상승 중이다. ‘CEO 지지율’의 경우 2019년 72%에서 지난해는 84.5%, 올해는 89.5%까지 올라갔다. 다만 회사의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는 2019년 42%, 지난해 53.5%로 대폭 상승했으나 올해는 51%로 다소 줄었다. 현재 논의 중인 규제와 신규 게임 흥행 전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공무원 수준”…상대적으로 연봉인상률 낮아

▲  엔씨소프트 직원 평가 (컴퍼니타임스 제공)
▲ 엔씨소프트 직원 평가 (컴퍼니타임스 제공)

엔씨소프트의 ‘복지 및 급여’ 부문 평가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2019년 4.05점에서 지난해 4.06점, 올해는 초반이지만 4.14점까지 올라가며 만족도가 올라갔다. 점수 자체는 상위권이지만 다른 대기업과 비교하면 최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일부 보였다.

연봉에 대한 평가를 요약하면 ‘낮지 않으나 낮다’로 볼 수 있다. 연봉 자체는 수준급이지만 연봉상승률에 대한 불만이 빼곡했다. 잡플래닛 리뷰에서 전·현직 직원들은 “연봉 인상률 극악. 인센 준다는 얘기에 연봉 후려치고 들어오지 말 것”, “연봉인상률이 적어서 다른 곳에 갔다가 연봉 점프해서 오면 좋은 곳”이라고 전했다. 또한 “여기 입사할 스펙으로 다른 업계를 갔다면 더 받았을 거라고 생각함”, “연봉인상률이 스타트업보다 낮음. 공무원처럼 다닐 수 있음”, “‘엔무원’이란 별명을 일하며 이해함”, “매년 인센티브가 잘 나오나 그것을 핑계로 연봉을 깎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주의”, “개인 평가가 높아도 팀 평가가 좋지 않은 경우 거의 연봉이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등의 글을 남겼다.

꾸준한 연봉 인상으로 엔씨소프트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리뷰에는 “임원연봉은 대한민국 톱 수준인데 이것도 직원 평균연봉에 들어가기 때문에 높아 보임”, “임원연봉 뺀다면 연봉이 어떨지 상상에 맡기겠음” 등의 내용도 있었다.

“유연근무제 도입 이후 워라밸 가능해져”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부문의 만족도는 2019년과 지난해 3.53점을 유지하다 올해는 3.74점으로 상승했다. 유연근무제 도입 등으로 근무환경이 상당히 개선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무 자체의 효율성에는 물음표가 찍혔다.

리뷰에서 일부 직원들은 “부서에 따라서 정시에 퇴근하는 일이 극히 적다”, “자정을 넘겨서 퇴근하는 일이 잦은데 저녁이 있는 삶을 바라는 분들께는 적절하지 않은 직장”, “워라밸 없는 팀 가면 매우 힘들 듯”이라고 전했다.

반면 최근에는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리뷰 중에는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워라밸이 잘 지켜짐”, “승인 절차가 없는 휴가 문화”, “적당히 대우받고 적당히 워라밸 찾으면서 적당히 일할 수 있는 곳”, “유연근무제 도입 이후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고 야근하더라도 수당 다 나와서 불만도 많이 사라짐”, “출퇴근 눈치 안 보고 일만 제때 잘하고 보고하면 터치하지 않음”, “유연출퇴근제 시행 및 휴가 자가 승인으로 자율적으로 워라밸 유지 가능”, “상사 눈치 안 보고 업무가 끝났으면 칼퇴근 가능” 등의 평가를 내렸다.

이에 반해 업무 측면에서는 비전문적, 보여주기식이라는 평가도 꽤 있었다. 직원 중에는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이직하기 어려워져 엔씨에만 최적화된 고인물이 될 수 있음”, “과도한 보고문화로 비효율적이고 제조기업 마냥 고전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음”, “문서의 비주얼에 큰 공을 들여야 함”, “대기업 분위기가 만연하고 조직 간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가 강함”, “게임 출시가 임박하면 해당 프로젝트에 어떻게든 숟가락을 얹어 성과로 포장하는 일도 중요한 업무“ 등의 의견도 많았다.

“오너 위한 눈물 어린 쇼는 그만”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엔씨소프트의 ‘사내 문화’ 평가는 2019년 3.34점에서 지난해 3.49점으로 오르며 개선된 모습을 보였고 올해는 3.53점으로 더 올라갔다. 그러나 평점이 5점 만점에 3점 중반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아직 개선 과제가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직원들은 “젊고 활기찬 조직문화”, “일부 크런치 직군 제외하고는 자유로운 편”, “사소한 지각으로 눈치 주지 않음”, “무리한 회식문화 없음”, “실장이나 팀장 개개인의 권한이 높아 팀별로 분위기가 다르다”, “업계 선도 기업이어서 실력자들도 많이 모이고 유연한 분위기”, “전통적인 제조업 대비 문화가 젊음” 등의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회사의 성장에 따라 관료화되어 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오너의 마음에 들기 위해 눈물의 쇼를 벌이는 임원들과 그 정치질에 갈려 나가는 부속품들”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리뷰 중에는 “일찍 임원이 된 분들 중심으로 정치적인 조직이 되어감”, “게임회사 중 가장 심각한 꼰대 문화와 수직구조로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없는 개발환경”, “모든 업무의 주도권은 상사와 상부에 있으니 적극적이거나 주인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음”, “전반적으로 까라면 까라식의 군대문화”, “군주제 같은 비민주적 조직문화”, “심한 사내 파벌과 그로 인한 내부정치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많은 곳”, “이 정도 규모와 인력으로 내는 결과물 대부분이 고작 윗선의 비위맞추기용 쇼라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기승전리니지”…수익 구조도 개선해야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회사의 캐시카우이자 기둥인 리니지 시리즈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회사 성장의 공이 크지만 성공 신화 이면에는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도 숨어 있다는 것이었다.

직원들은 “리니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회사”, “모든 프로젝트는 기승전 리니지”, “허들의 기준으로 잡는 것은 항상 리니지”라고 전했다. 또한 “기승전 리니지로 통하기 때문에 뭔가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거란 착각은 접는 것이 좋음”, “게임을 만들지만 유저가 아니라 매출을 위해 결국 리니지 만드는 회사”, “창의성을 발휘하기보단 무엇이 더 리니지스러운가만 쫓아감”, ““리니지 외에 타부서 매너리즘 심하고, 얹혀가려는 무임승차자들 천지” 등의 지적도 있었다.

이런 평가가 나온 이유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로 대표되는 확률형 아이템의 최대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회사 매출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간판 게임 리니지의 경우 ‘억대’의 비용을 쏟아부어야 해볼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각종 규제와 소비자 인식 악화로 이제는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할 시점이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일부 헤비 유저만 바라보기보다는 적은 돈을 쓰더라도 많은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는 모습이다.

직원 리뷰 중에는 “리니지 시리즈 외에 특별한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리니지 철밥통에만 기대고 있을지”, “아마 리니지가 망하기 전까지 변화는 없을 것”, “리니지에 계속 의지하면서 직원들의 사고가 굳어진 회사”, “이제 리니지 탈피하고, 새로운 원동력 찾아야” 등 주문도 상당수 있었다.

 

※[기업직썰]의 내용은 <잡플래닛>의 리뷰 자료를 기반으로 합니다. 기사는 <블로터>와 잡플래닛의 뉴스 서비스인 <컴퍼니타임스>에서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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