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삼성전자 갤럭시 S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 삼성전자 갤럭시 S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상반기 갤럭시 S, 하반기 갤럭시 노트 시리즈.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는 대부분 이 패턴을 유지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상·하반기에 각각 갤럭시 S와 노트 시리즈를 선보이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갤럭시 S는 2010년 3월 삼성전자의 첫 번째 스마트폰으로 탄생한 이후 올해 1월 출시된 갤럭시 S21까지 이어지며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와 경쟁했습니다. 갤럭시 노트는 대화면 스마트폰이라는 삼성전자가 개척한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입니다. 2011년 갤럭시노트가 처음 출시될 때 태블릿PC와 디스플레이 크기가 비슷하다며 성공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기도 했죠. 하지만 갤럭시 노트는 이런 예상을 깨고 지난해 갤럭시 노트20 5G까지 이어지며 충성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대화면과 S펜을 갖춰 다른 스마트폰과 확실히 차별화한 것이 성공의 요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기 시작하며 이러한 갤럭시 전략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S와 노트 외에 폴더블 스마트폰 Z 시리즈가 추가된 것입니다. 디스플레이를 옆으로 접었다 펼칠 수 있는 갤럭시 Z 폴드 시리즈와 아래에서 위로 화면을 펼칠 수 있는 갤럭시 Z 플립 시리즈가 등장했습니다.

갤럭시 S 시리즈의 화면이 커지면서 갤럭시 노트와 차이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갤럭시 노트의 상징인 S펜도 갤럭시 S21 울트라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갤럭시 노트만의 특징들이 거의 없어진 셈이죠. 여기에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장 사장이 지난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S펜을 적용한 플래그십 모델을 1년에 2개 내는 것은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며 "하반기 갤럭시 노트 출시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해 전략의 변화를 암시했죠. 고 사장은 내년에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는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Z 폴드3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전략은 상반기 S나 노트 시리즈, 하반기 Z시리즈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지난 1월15일 열린 갤럭시 언팩 2021에서 S펜과 함께 공개된 갤럭시 S21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 지난 1월15일 열린 갤럭시 언팩 2021에서 S펜과 함께 공개된 갤럭시 S21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시리즈에 비해 덜 주목받았던 중저가 갤럭시 A 시리즈에도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갤럭시 A32와 42를 국내·외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지난 17일에는 갤럭시 A52·52 5G·72를 언팩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언팩은 주로 갤럭시 S와 노트 시리즈 신제품을 공개할 때 열던 행사입니다. 갤럭시 A 시리즈를 공개하기 위해 언팩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A 시리즈에 힘을 주는 것은 중국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웨이는 지난해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를 매각했죠. 이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화웨이가 반도체 등 부품을 정상적으로 공급받지 못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삼성전자는 갤럭시 S·노트, Z, A 시리즈를 주력으로 내세워 프리미엄 및 중저가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이지만 태블릿PC·스마트워치·노트북PC 등의 IT기기와 TV·생활가전도 만드는 회사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각종 IT기기, 가전들도 연결해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성해 갤럭시 생태계를 구축,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스마트싱스' 앱이 중심입니다.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갤럭시 스마트폰과 IT기기, 각종 가전을 연결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태계 구축은 갤럭시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도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 등을 연결해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죠. 삼성전자는 애플과 비교하면 TV와 생활가전까지 보유한 것은 강점으로 꼽히지만 자체 운영체제(OS)가 없는 것은 약점입니다. 애플은 자체 모바일 OS 'iOS'를 보유했지만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죠.

▲  (자료=삼성전자 실적발표)
▲ (자료=삼성전자 실적발표)

이러한 모바일 전략의 변화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및 IT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IT부문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입니다. IM부문의 최근 5년간의 실적을 보면 연간 매출은 100조원대를 유지하다가 2020년은 99조5900억원을 기록하며 100조원대가 깨졌습니다. 절치부심한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S21을 예년보다 두 달 빠른 1월에 선보였습니다. 가격도 이전의 S 시리즈보다 저렴하게 내놨죠. 갤럭시 S21 시리즈는 1월 29일 출시 후 열흘간의 판매량이 전작인 갤럭시 S20보다 30% 증가했습니다. 갤럭시 S21의 바통은 갤럭시 A 시리즈가 이어받았습니다. 언팩을 통해 공개된 A52·52 5G·72가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 제조사들의 제품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선전할지 관심입니다. 하반기에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3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가격이 중요한 요소로 보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 가능한 가격대로 출시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과 갤럭시 생태계 강화 전략으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과의 경쟁에서 확실하게 앞서갈 수 있을지 전세계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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