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본질은 구글이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한다는 것이지, 수수료가 높고 낮은 게 아니다. 그런데 구글은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듯이’ 수수료를 15%로 낮춰준다고 말하고 있다.(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국장)”

구글이 오는 7월1일부터 구글플레이 개발사들에게 조건부 ‘반값 수수료’를 매기기로 하자 이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수수료를 깎아주는 것은 사실상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한 데다가, 국내서 구글이 벌어가는 매출에 비해 미미한 수준의 혜택이라는 주장이다. 구글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구조를 손볼 수 있도록, 국회에 표류 중인 관련 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더불어민주당 홍정민·한준호 의원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구글 인앱결제 긴급토론회’를 공동으로 열었다. 숭실대 경영학과 김용희 교수, 법무법인 정박 정종채 변호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김재환 국장, 벤처기업협회 유정희 부소장 등이 참석해 이번 사태의 핵심은 결제방식 강제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  |사진=구글 인앱결제 긴급토론회에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사진=구글 인앱결제 긴급토론회에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수수료 깎아주기, ‘눈 가리고 아웅’?

앞서 구글은 게임 앱에 구글 내부 시스템으로 결제하는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수수료 30%를 걷어왔는데, 이를 오는 9월부터 전체 앱에 부과하겠다고 밝혀 강한 반발을 샀다. 국내·외에서 인앱결제 강제를 법으로 막으려는 움직임이 일자 구글은 지난 17일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연 매출 100만달러(약 11억원) 이하의 앱 개발사에 대해서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15%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적용하려던 수수료 30%를 ‘반값 할인’해주겠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토론회에선 구글의 수수료 인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연 매출 100억달러 미만인 개발사들에겐 수수료를 기존의 절반 수준인 15%로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0.7%만 인하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정민 의원에 따르면 구글의 수수료 인하 대상에 해당되는 연 매출 약 11억원 미만 개발사들의 경우, 각 기업별로 최대 1억6500만원을 공제 받게 된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MOIBA) 자료를 근거로 계산하면 전체 모바일 앱·콘텐츠 산업 매출액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246개 기업들이 최대치로 공제 받아도 전체 406억원만 할인 받는 반면, 올해 정책 시행으로 구글이 이들을 통해 벌어들일 예상 매출액은 6조885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실질적인 인앱결제 수수료는 약 29.3%로, 사실상 30% 수수료율을 유지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홍정민 의원은 “얼핏 보면 반값 할인 같지만, 사실상 구글은 양보하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재환 국장은 “연 매출이 11억원이면 월 매출이 1억원도 안 된다는 얘기다. 사장, 개발자, 인사, 총무, 회계담당자 5명에 인건비, 임대료, 서버유지비, 도메인 등 고정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빼면 남는 게 없다”면서 “구글플레이 매출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업들에겐 무의미한 조치다. 사안의 본질은 특정 결제방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구글 인앱결제 긴급토론회는 이날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 |구글 인앱결제 긴급토론회는 이날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구글 통해서만 결제하란 게 문제”

업계 관계자들은 결제수단 독점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후에도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기업들에게 다른 조건을 제시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불공정한 환경으로 입는 피해는 앱 개발사·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유정희 연구소장은 “수수료를 얘기하기 전에 독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결제시스템들이 경쟁한다면 개발사들은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정종채 변호사 역시 “구글이 15%로 수수료를 낮춘 것은 독점자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시혜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현혹돼선 안 된다”고 짚었다.

또, 김용희 교수는 “(인앱결제 강제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게임에 광고가 많이 붙는 것도 같다. 비용을 더 내게 되면 기업은 손해를 광고로 대체하는데 이 방식이 꼭 문제는 아니지만 이용자의 이용환경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재 과방위에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관련법 7건이 계류돼 있다. 여야 의견이 엇갈려 3월 임시국회 심사는 무산된 상황이다. 민주당은 다음달 열리는 소위에 안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재환 국장은 “구글 정책이 시행되는 10월1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국회가 움직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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