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출처=현대차그룹 홈페이지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출처=현대차그룹 홈페이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PI(President Identity)마케팅'을 가동해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나선다. 최근 전기차 화재와 성과급 이슈 등의 연이은 악재로 생긴 본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동시에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70년 역사를 가진 글로벌 홍보 대행사 'A'사에 PI 마케팅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6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A사는 기업 홍보와 소비자 마케팅 뿐만 아니라 명성관리 컨설팅, CEO 포지셔닝 등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에 특화된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PI는 기업 정체성을 의미하는 CI(corporate identity)와 달리 CEO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PI 마케팅은 CEO 개인의 인지도와 신뢰도 향상에 효과적이지만 기업 이미지 개선도 동반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전략 중 하나다.

국내 재계에선 2000년 대 중반부터 활성화 됐다.

PI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한 곳으로는 SK그룹이 꼽힌다. 2003년 소버린 사태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당시 PI 마케팅 강화를 통해 '글로벌 리더, 행복 전도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클럽하우스' 계정을 개설해 '소통'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가 하면, 직원들에게 직접 육개장을 끌여주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PI 마케팅도 주목 받고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국내 재계 유일한 '셀럽 CEO'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신비로운 재벌가의 모습이 아닌 친근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정 부회장의 이미지 개선은 물론, 이마트의 실적 턴어라운드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정의선 회장이 PI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것 역시 자신의 이미지 관리 차원으로 해석된다. 경영 승계가 이뤄진 지 반년이 채 안된 만큼, 총수의 이미지를 공고히 함과 동시에 최근 전기차 화재·성과급 이슈 등으로 불거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려는 의도란 분석이다.

정 회장은 이미 사내 '타운홀 미팅'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논란이 불거지면서 그의 '소통경영'에는 벌써 흠집이 난 상황이다. 여기에 전기차 화재 사고까지 잇따르면서 그의 품질 경영도 도마 위에 올라있다. 대내외적으로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변화하는 자동차 패러다임에 맞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이미지 구축도 필요하다. 그가 세계적인 전문 PR 기업을 이미지 메이킹 조력자로 낙점한 것은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물론 해외 비지니스를 강화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정 회장의 글로벌 이미지는 현대차의 해외 비즈니스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단 이유에서다.

PR업계 한 관계자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나 친근한 리더십 등 CEO의 이미지는 기업 이미지와 직결된다"며 "정 회장의 글로벌 리더 이미지 강화는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다지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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