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약합니다. 하지만 다수는 강합니다. 함께라면 할 수 있습니다.” 한글과컴퓨터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2004년 자진 해산한 지 17년 만이다.

23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한글과컴퓨터지회는 노조 출범 선언문을 발표하고 한글과컴퓨터노동조합 ‘행동주의’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현재 10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전체 임직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앞서 한컴 노조는 지난 2001년 10월 설립됐다 2004년 자진 해산을 결의하고 직장협의회로 전환한 바 있다.

지회는 “최근 수년간 업무 문화와 노동환경이 퇴보해왔다”며 “매년 강도를 높이기만 했던 매출 압박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능에 가까운 일정에 따라야 했고, 포괄임금제라는 미명 하에 대가 없는 야간 근로를 강요 받아야 했으며, 충분한 보상 없는 주말 근무로 한 주를 마무리해야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의 모든 노력이 개개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 극소수를 위한 돈잔치로 돌아왔다”고 지적하고 “익명 게시판에서가 아니라 당당하게 한컴인(人)의 목소리를 내야할 때”라고 당부했다.

▲  사진=한글과컴퓨터 사옥 모습. 한컴 노조는 성명을 통해 '한글과컴퓨터는 특정인이나 일부 경영진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사용되고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며, 한글과컴퓨터라는 장에서 소중한 삶과 꿈을 일구며 함께 성장하는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한글과컴퓨터 사옥 모습. 한컴 노조는 성명을 통해 "한글과컴퓨터는 특정인이나 일부 경영진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사용되고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며, 한글과컴퓨터라는 장에서 소중한 삶과 꿈을 일구며 함께 성장하는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한컴 노조, 갈등 원인은


한컴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4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으로는 전년대비 105.4% 증가한 682억원을 남겼다. 회사는 호실적의 배경으로 한컴오피스 신규수요 확대와 주요 연결자회사의 성장을 지목했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이 한컴오피스의 매출로 이어졌다고도 짚었다.

지회는 이 같은 지속적인 흑자 흐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일방적인 조직개편·인사이동을 진행해왔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한컴오피스 개발·PM 등 일부 인력에게는 권고사직도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김기홍 지회장은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지난달 말 20여명의 권고사직을 구두로 진행했다. 실적은 최대로 나오고 있는데 개발비는 줄여왔고, 앞으로도 인원감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당해고 등을 일방적으로 당할 위기에 처해 도저히 안 되겠어서 노조를 꾸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조가 원하는 것은 포괄임금제 폐지와 투명한 인사평가, 제대로 된 보상”이라면서 “회사에선 투자도 인력도 줄여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한컴오피스를 지켜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회는 ▲일부 경영진의 순간적·단편적 판단에 의한 인사가 아닌 투명하고 시스템화된 정당한 평가 및 인사 ▲수직적·일방적 의사 결정과 업무 지시가 아닌 수평적 합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직 전체의 발전 ▲포괄임금제 폐지를 포함한 노동의 가치 회복 등을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이 가입돼 있는 화섬식품노조 정보기술(IT)위원회는 지지성명을 내고 “반복된 부조리함을 스스로 바꾸려는 한컴 노조의 첫걸음에 박수를 드린다”며 “노동조합의 첫 시작은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행동으로 답해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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